마음의 색, 취향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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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연필, 색 연필화’ 비대면 강의 참관기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교육 환경이 급변하는 중이다. 게다가 8월 광복절 연휴동안 코로나19가 확산되어 방역 강화조치가 2단계로 격상되었다. 재개됐던 대면 프로그램은 다시금 잠정 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동안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고 있었던 셈. 이와 관련해 보통은 현장 지도로 이뤄졌던 강의도 웹엑스라는 화상강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강의가 아닌, 실시간 실기 프로그램이 어떻게 비대면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강의실을 찾았다. 물론 화상 강의실이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시민 제안 콘텐츠’에 속하는 4회 차 강의로, 색다르게도 그 이름이 ‘마음을 담은 연필, 색 연필화’다. 얼핏 색연필로 그림을 배우겠구나 싶었다. 필자는 20대 시절,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색연필 한 다스를 산 적이 있다. 그때의 향수가 되살아나 온라인으로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색연필’이 아니고 ‘색 연필’이었다.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일까?

 

때마침 시민기자의 참관이 허용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중부캠퍼스의 공식 메일을 받았고, 필자가 참여했을 때는 벌써 세 번째 시간이었다. 첫 시간을 놓쳤기에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진행되는 상황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시작 시간 5분 전, 중부캠퍼스에서 보내준 미팅 링크를 클릭하니 이미 입장한 이들의 모습이 보였고, 강사가 틀어 놓은 배경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들어갈 당시 9명이던 수강생들이 어느덧 정원 15명이 되었고, 정시 수업을 시작한 강사는 수강생이 따라야 할 부분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세 번째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에는 스킬이 좀 더 필요한 라면 봉지를 스케치하는 시간이었다. 2회까지가 ‘형태 잡기’였다면 이번 시간에는 ‘질감 표현’이 주된 내용으로, 모든 세부 표현이 연필 하나로 이뤄졌다. 순간, ‘색 연필’은 띄어쓰기 실수가 아니라 ‘연필로 색을 만든다’는 의미의 ‘색 연필’이었음이 분명해졌다. ‘역시 그림 그리는 사람은 ‘디테일’이구나.’ 싶었다.

 

스케치북 8절지(220g 이상)와 4B연필, 지우개만 있으면 가능한 수업. 지난 시간까지 선 긋기와 색 단계 표현으로 기본 명암을 넣어 우유갑 스케치와 세부 표현, 마무리를 끝낸 상황이었다. 강사는 이 시간을 위해 미리 준비한 그림을 화면에 띄웠는데, 우선은 라면 봉지의 외곽선을 스케치북의 정중앙에 기울어진 사각형 모양으로 넣을 것을 주문했다. 외곽선이 끝나자 라면 봉지에 쓰인 글씨를 잘 (쓰는 게 아니라) ‘그리라’고 했다. 이거 하나만 잘해도 50%는 접고 들어가는 거라는 핵심을 강조했다. 이어서 전체적으로 색을 입힌 뒤 네면 전체를 칠하고 글자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마치고서야 수강생이 그린 그림을 화면으로 보여 달라고 했다. 그림에 대해 코멘트하기 위해서였다.

 

 

 

 

 

 

진행하는 모습을 보자니 수강생이 저마다의 장소에서 강사의 지침에 따라 실시간으로 스케치하는 과정은 똑같지만, 그리는 속도까지 같을 수는 없었다. 자기만의 표현력을 드러내는 그림인 만큼 저마다 다른 느낌을 주었다. 강사가 해주는 코멘트 역시 다양했다. 그림을 그리려면 끈기와 꼼꼼함이 중요하다면서, 디테일이 부족한 그림에 대해서는 스마트폰으로 보낸 라면 봉지 사진과 다시 대조해 보라는 권고까지 했다.

 

이렇게 1교시를 마친 뒤 10분 휴식 때는 이전 그림들을 동영상으로 보여 주는 등 복습을 겸했다. 2교시는 디테일을 표현하는 강의와 함께, 강사의 샘플이 제시되었다. 다 못 마쳤다는 수강생의 염려에 강사는 천천히 하라면서, 그림은 시간 투자와 반복이 핵심이라고, 본인은 미리 준비했기에 그나마 진행하는 거니까 각자 자기 속도로 그리라며 수강생을 안심시켰다.

 

 

 

 

 

 

필자 역시 1교시에는 그냥저냥 윤곽선을 따라 그려 볼 수 있었지만, 디테일 표현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표현해야 마무리가 가능해지는데, 기본기도 배운 적 없는 필자가 따라가기에는 무리였던 것. 강사는 특정 부분에 대한 주문, 그러니까 어느 부분 바깥으로는 어떤 색을 칠하고, 내용물 표현은 이런 게 핵심이니 살짝 터치해야 하고, 한 번에 칠하는 대신 선을 여러 번 그어 색을 표현한 뒤 외곽선을 지우면서 마무리에 들어가라고 지도했다. 그렇게 해서 수강생들은 그림을 완성했고, 그 그림에 대해 다시 한번 코멘트가 있은 후에야 수업은 끝이 났다.

 

 

 

 

 

 

“그림을 그리려면 전체를 보되, 시선 처리가 빨라야 하고, 동시에 꼼꼼해야 해요. 그림 그리는 사람은 자세히 보는 일이 습관이 돼서 누군가의 첫인상을 볼 때도 그 사람만의 개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발달하지요. 그림 그리는 일은 이렇게, 실생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색 연필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김민구 강사의 멘트로, 필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자기를 표현하는 일은 상대에 대한 관찰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처음엔 모방이 영감을 주고, 거기에서 창조가 일어나니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한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다를 텐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한 발짝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듯하다. 내면 탐구가 어우러지는, 이런 그림 그리기라면 마음의 근육을 탄탄히 키워 줄 것 같았다.

 

예전과는 달리, 큰돈 들이지 않고, 또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 실시간으로 그림그리기를 배울 수 있다니 비대면 교육이 아니었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터, 그만큼 비대면 교육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참여자 모두가 기술적인 면에 익숙하지 않아 피드백이나 상호 소통이 실제 현장만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김 강사의 말처럼 ‘시간 투자와 반복’으로 준비하는 사이,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 머지않아 알뜰하고 근사한 취미가 생기게 되면 50+ 세대의 내면과 내일도 조금 더 건강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