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물론 통일이라는 궁극의 목적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복잡하게 얽힌 국제 관계의 실타래를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하는 단계지만, 정치외교적인 해결만으로는 통일의 필요충분조건이 확보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은 잃어버린 반쪽과의 총체적인 결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반쪽이 갈라지기 전엔 무려 5천 년 동안이나 같은 문화 속에서 지낸 사이라면 온전한 통일을 위해선 서로의 유전자 속에 흐르는 동질성을 찾아내려는 다양한 관심과 노력이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는 지난 시절 오랫동안 상대에게서 우리와 같은 점을 찾기 보다는 애써 다른 점을 찾아 그 의미를 평가절하 하는데 골몰하여 왔다.

 

 

 


지난 1016일 중부캠퍼스 1모두의 부엌에서 있었던 직접 배우는 북한요리강좌는 그런 의미에서 시기적절하며, 그런 거창한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하나의 단품요리 강좌로서도 깔끔한 시간이었다. 요리를 지도한 강사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10여 년 전 남으로 이주하여 온 김경빈 씨였다. 이 날 김경빈 강사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은 두부밥과 강냉이국수, 그리고 영채나물을 만들었다.

 

 

 

두부밥 만들기

1.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소금 간을 하고 참기름을 넣어 비벼 준다.

2. 물기를 뺀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에 튀긴다(혹은 지진다).

3. 고춧가루와 기름을 넣어 고추기름을 만들어 다진 양파 와 청양고추, 대파와 살짝 볶아준다.

4. 3에서 만든 양념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5. 튀긴 두부를 반으로 갈라 밥으로 채우고, 양념을 표면에 듬뿍 바른다.

 

 

 

강냉이국수

김경빈 강사는 옥수수국수라기보다는 강냉이국수라고 해달라고 했다. 고향 함경도 무산에서는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강냉이보다는 옥수수가 익숙한 말이다. 강냉이라고 하면 은근히 '없어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강냉이가 순우리말이다. 강냉이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양자강 이남을 일컫는 강남에서 들어왔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반면에 옥수수는 그 알갱이가 수수처럼 생겼지만 옥처럼 윤기가 난다고 하여 '옥 같은 수수'라 해서 붙여진 말이다. 마치 우리가 동무보다는 친구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그렇게 분단은 언어에서 느끼는 감성까지도 다르게 만드는 것 같다. 아무튼 강냉이국수!

 

1. 시판 옥수수국수를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불린 후 끓는 물에 2분 정도 삶아 찬물에 헹군다.

2. 핏물을 제거한 돼지고기 목살과 대파 양파 청양고추를 넣어 육수를 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3. 고기는 편육으로 썬다.

4. 고추기름에 채 썬 배추와 양파, 대파를 넣어 볶고 오이는 채 썰어 국수에 올릴 고명을 만든다.

5. 그릇에 국수와 육수를 담고 고명을 올린다.

 

 

 

영채나물

영채는 우리에게는 낯선 채소이지만 함경도에서는 김치나 겉절이로도 담궈 먹는 흔한 채소라고 한다. 김경빈 강사는 그리운 고향의 맛이라고 소개를 했다. 이날은 데쳐서 간단히 나물로 만들었다. 쌉싸름하면서도 특이한 향내가 감미롭게 입안을 채우는 맛난 음식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여성들이었지만 50대와 60대의 남성도 한 명씩 있었다. 근래에 들어 부엌에 다가서는 50+ 세대를 자주 보게 된다. 남성 권위의 환경에서 자란 탓에 부엌을 멀리 두고 성장한 세대이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남자의 행주치마는 행복을 부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결과일 것이다.

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 참가자들과 강사가 어울려 시식을 했다. 자극적인 두부밥과 따뜻하면서도 따뜻한 강냉이국수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영채나물은 뜻밖의 재료였고 새로운 맛이었다. 참가자들 모두 이 날 체험한 북한 음식이 기교를 부리지 않은 순박함과 투박함은 있지만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듯 익숙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네도 친근한 재료들로 만든 음식은 다소 생소했고 그러면서도 음식의 맛은 또 친숙했다.

그렇게 남과 북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그걸 인정하면서 우리는 잃어버린 서로의 반쪽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음식을 나누면서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통일로 이어졌다. 통일에 대한 생각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것이 두부밥처럼 짜릿하거나 강냉이국수처럼 따뜻하게 혹은 영채나물처럼 향긋하게 와야 한다는 사실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 이선관,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