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주의보와 폭염 경보 문자가 날아오던 어느날.

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다니 밖에 나가기가 두려운 수준이다.

얼음물과 부채를 준비하고 모자를 눌러쓴 채 집 밖을 나선다.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보람일자리 사업 중

‘행복도시락나눔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용택씨(57)을 만나기 위해서다.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은 서울시에서 시민 사회공헌 일자리로 추진하는 '보람일자리 사업' 중 하나로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담당하는 사업이다.

보람일자리 사업은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소명감을 가지고 있는 50세 이상 67세 이하의 서울시민을 모집하여 구성한다.

그 중 이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은 보통 한 군데서 활동하는 다른 보람일자리와 달리

도시락을 자동차로 배달하는 일이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고 운전이 가능한 분이어야 한다.

이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운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합격자로 선정된 뒤 소양직무교육을 받은 2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방과후에 결식이 우려되는 아동을 위해 행복도시락을 포장한 뒤 집집마다 배송하는 것은 물론

방과후에 홀로 지내는 아동과 청소년의 안부를 확인하고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하게 된다.

 

 

오늘 함께 도시락을 배송하게 될 정용택씨는 작년 5월 무역회사에서 퇴사한 뒤 몇 달간 보험회사에서 근무했지만 적성에 안 맞았고,

새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알아보던 중 50+재단을 먼저 알게 되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보람일자리 행복도시락나눔지원단에 지원하였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의 배송센터인 송파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서울에는 7개 도시락 배송센터가 있고 그 중 송파센터는 송파구, 강동구, 강남구 지역을 관할한다.

 

배송센터에 들어가니 방문을 위해 전날 연락을 취했던 양우식 센터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양씨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행복한 두레 밥상’을 운영하면서, 부설 사업으로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저희 송파센터에는 보람일자리 행복도시락지원단 2명이 배정되었는데, 한분이 중도에 포기하셔서 현재는 한 분만 활동하고 계십니다."

예상치 못한 설명에 당황했지만 다른 보람일자리 사업과는 다르게 운전이나 길찾기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아쉽게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에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행복도시락 배송에 앞서 먼저 점심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오늘 배송될 도시락과 동일한 밥과 반찬을 시식해 보는 것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간도 잘 맞고 식재료도 신선하다.

도시락은 밥과 주찬 1가지에 반찬 4가지, 음료수나 과일로 이루어져 있다.

영양사와 조리사의 정성이 가득 담겨진 도시락을 보니 빨리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행복도시락은 골목골목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아담한 경차에 실어 배송을 다니게 된다.

여름에는 특히 날이 덥기 때문에 소중한 도시락이 변질되지 않도록 냉매제를 잔뜩 채워서 배송을 하게 된다.

 

 

 

 

정씨는 강남구를 담당하고 있는데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활동한다.

강남구의 결식아동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도시락을 받고,

나머지 6일은 강남구청에서 지급하는 복지카드로 식사를 해결한다.

 

"강동구와 송파구의 결식아동들도 동일하게 도시락이나 복지카드를 지급받나요?"

“강동구는 강남구와 동일하고, 송파구의 경우는 주당 7개의 도시락을 받게 됩니다.

저는 월요일에 60개, 목요일에는 35개 배송하는데 목요일엔 주로 일원동으로 가지요.”

 

행복도시락을 만드는 비용부터 각종 인건비 등을 각 담당구청에서 지원하는데

구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탄력적인 운영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원동 지역에는 임대아파트들이 많아 아파트 출입 시 경비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고층인 경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단독주택 지역보다 배송 시간이 더 소요된다.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다른 구의 언덕배기 골목길보다는 길이 좋아 낫습니다”

차에서 도시락 가방을 꺼내 들고 달리면서도 웃으며 얘기한다.

도시락을 실은 차는 주택가 골목을 이리저리 누비고 다니는데 자그마한 경차라 골목길도 잘 다닐 수 있다.

 

도시락 가방은 거의 아파트 현관문에 걸어놓는데,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이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도록 가방의 겉에는 글씨나 그림이 없고

가방 안쪽에만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이란 글씨가 적혀있다. 도시락을 받는 가족들을 배려한 것이다.

 

아파트촌을 지나 이번에는 반지하 집에 살고 있는 결식아동을 위해 작은 빌라 앞에 멈춰선다.

도시락은 집안에 사람이 있는 경우도 그냥 출입문에 걸어놓는다.

간혹 집 안에서 고맙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락 배송은 조용히 이루어진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이다.

 

 

 

 

 

 

이렇게 현관문만 바라보고 돌아나오게 되는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 입장에서는

가끔씩은 보람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사명감이나 사회공헌을 한다는 뿌듯함보다는 단순 배송원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한번씩 감사의 쪽지 같은 것을 회수용 가방에서 발견하면 어느새 불끈 힘이 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 도시락 배송을 하다가 중학생 정도 되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도시락이 맛있다고 말해주었어요.

어떤 할머님은 고생이 많다고 고맙다고 격려해 주신 적도 있고요. 그럴 때 힘이 납니다.”

차 안에 있다가 도시락을 들고 나갈 때마다 땀이 줄줄 흐르지만

아이들에게 행복한 한 끼 식사를 나눌 수 있어 배송하는 사람도 행복한 시간이 된다.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은 소양직무교육 중 그리고 실제 활동 중 포기한 참가자가 있어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처음 지원하여 합격한 참여자 중 해당 업무에 대한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참여자도 있었고

배송센터마다 작업 환경이 다르고 주 5일 근무를 해야하는 등의 이유로 중도 포기자가 생긴 것.

해당 사업의 담당자는 이런 고충을 설명하며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해 계속 보완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이 사업에 참여한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이

이 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행복도시락 나눔 지원단을 포함한 2017년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은

12월까지 진행되며 월 최대 57시간을 활동한다.

활동비는 시간당 8,050원으로 최대 월 458,850원을 받을 수 있다.

교육기간에는 실비(1만원/1일)가 지급되고 활동기간 중 상해보험에도 가입된다.

 이러한 보람일자리를 통해 50+세대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사회에 기여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탐색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