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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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우리의 언어가 슬기로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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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편에서 나는 참으로 좋은 말하기란 쓰기와 듣기 그리고 완성된 읽기 능력 위에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표현 능력을 더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제 이 연속기획의 마지막 지면을 우리의 말하기가 슬기로워지는 데 필요한 마지막 요소들로 채워보려고 한다.

 

 

 

 

 

 

l Non-Verbal Communication의 능력

 

  말하기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표현과 소통이다. 말하기를 통한 인간의 소통행위는 구어의 표현과 그 밖에 많은 요소로 이루어진다.

  물론 말하기의 핵심은 입말로 표현되는 구어 표현이다. 구어를 통해 의미를 표현하고 전달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어로 표현되는 과정에는 말의 어조와 강세 그리고 고저와 장단 등 반언어적 요소가 필연적으로 첨가된다. 이 요소들은 원래 구어로 표현하려는 내용을 더 선명하게 나타내고, 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말하는 사람의 몸짓과 표정, 신체적 접촉이나 특징, 복장 등 비언어적인 요소들도 소통에 있어서 큰 몫을 차지한다. 그 밖에 말하기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냄새, 온도, 밝기, 시간 등 환경 언어 또한 소통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 요소가 된다.

  입에서 나오는 구어 표현에 의한 소통을 Verbal Communication이라고 하고 이 밖의 반언어적, 비언어적 요소와 환경 언어 요소로 이루어지는 소통을 Non-Verbal Communication이라고 한다. 직접적이고 정확한 뜻의 전달은 Verbal Communication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 소통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Non-Verbal Communication이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그 사람의 인상과 태도, 표정, 복장 등이 전체적인 소통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며 구어의 속뜻을 헤아린다. 그러므로 잘 소통되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표현 못지않게 반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 환경 언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l 좋은 말하기를 위한 마지막 조언

 

  우리 언어생활의 슬기로움은 우리 생각의 슬기로움에서 시작한다. 슬기롭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슬기롭게 정리하는 힘이 곧 슬기롭게 말하는 힘이 된다. 슬기로운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쓰기와 이미지를 이용한 생각 확장과 생각 정리에 힘써야 한다.

  생각이 정리되었으면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다시 언어를 통해 생각한다. 그러므로 생각을 언어로 바꾸는 조어력을 기르고, 폭넓은 언어를 사용해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 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그리고 발성과 발음, 억양, 어조, 고저장단 등 음성표현력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 그와 동시에 표정과 태도 등 비언어적 표현과 말하는 장소, 시간, 공간 등 환경 언어의 활용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이러한 표현 능력 위에 반드시 더할 것이 슬기로운 태도이다. 슬기로운 태도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겸손한 태도이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면 자신도 존중받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 비로소 슬기로운 언어생활이 이루어지고, 막힘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슬기로운 태도 가운데 하나가 경청이다. 경청은 잘 들음으로 이해력을 더할 뿐 아니라 대화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소통과 관계 맺음의 효과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자기 말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기가 하는 말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미 설명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가능한 한 자주 우리 말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언어적 표현과 반언어적 표현은 녹음 기능을 통해서, 몸짓과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은 거울과 녹화 기능을 이용해 점검함으로 고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말의 모습을 담아 보여줄 도구로 손에 든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l 마음을 열고 들음 직한 요즘 말들

 

  요즈음 방송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알지 못할 말들이 넘쳐난다. 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신조어와 유행어, 통신언어, 외국어 그리고 지나치게 줄인 말들이 분별없이 쓰인다. 필요하지도 않은 외국어가 마치 공용어처럼 넘실거리고, 외국어와 우리말을 왜곡되게 조합해서 국어를 훼손하는 행위가 단위 프로그램마다 수십 개씩 화면에 나타난다. 그리고 비속하거나 과격하고 폭력적인 표현이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준으로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이런 잘못들을 대부분 방송제작자가 일부러 저지르거나 방조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국민 소통의 장인 방송이 시청률 경쟁에 몰입해 시청자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점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방송의 이런 행태 때문에 고령일수록 세상과 다른 세대로부터 고립되고 소통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신조어 가운데는 저속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큰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그 쓰임새가 자못 기특한 것들도 있으니 새로운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일이 아니다. 유행하는 말 중에 사자성어의 일부를 다른 말로 대체해 사용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승전결’에서 맨 끝의 ‘결’을 ‘밥’으로 바꾸어 쓰면 ‘무슨 음식을 먹든 마지막은 밥’이라는 뜻이 되는 식이다. 그리고 ‘동상이몽’을 ‘전화이몽’으로 바꾸면 ‘전화통화 하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말들은 이질적이기보다 재치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웃프다’라는 신조어처럼 대비되는 두 말을 합쳐 줄여 쓰는 예도 있다. 겉으로는 우습지만 실제로는 슬픈 상황이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을 표현하는데, 말의 경제성과 함축성 면에서 그 쓰임새가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또 ‘OO(할) 각이다’라는 말도 있다. 원래 당구에서 유래한 용어이지만 ‘뭔가 이뤄낼 만한 판세 혹은 뭔가를 하기 적절하거나 뭔가가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을 뜻한다. 예를 들어 ‘비가 한바탕 쏟아질 각’, ‘경기가 이대로 끝날 각’ 등으로 널리 쓰인다. 한편, 유행하는 줄임말 가운데 겉은 바삭하나 속은 촉촉하다는 뜻의 ‘겉바속촉’이나 강력한 추천을 뜻하는 ‘강추’ 등 한번 들어두면 원래 뜻을 분별하기 어렵지 않은 것들도 있다.

  원래 말이란 생명체와 같아서 계속 생겨나 바뀌고 번성하며 소멸한다. 이러한 말의 속성을 이해하고 말의 변화에 마음을 열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신조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말들을 알아두면 변화하는 세태를 이해하고, 세대 간 소통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 열한 번에 걸쳐서 가장 위대한 소통의 도구인 인간 언어 행위 즉 쓰고, 읽고, 말하고, 듣는 행위를 이해하고, 그것들이 슬기롭게 이루어지는데 필요한 것들을 함께 생각해보았다. 특히 50+세대가 많이 겪는 언어생활의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슬기로움으로 바꾸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 두루 다루었다.

 

 

 

 

 

 

 

 

  아무도 불통을 원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고립과 외로움이 도시의 회색빛처럼 그득하다.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고독하고, 소통 없는 세상에서 고독은 병처럼 슬프다. 연재를 마치는 지금 나는 꿈 하나를 꾼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담아 쓰고 읽고 말하고 들으며 소통하는 세상, 그래서 모두가 서로를 귀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세상을 꿈꾼다. 슬기로운 언어사용을 위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덕스럽게 열린 마음이 우리를 그런 세상으로 이끌어갈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