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많은 50플러스세대 당사자들이 있다. 이들은 경력을 사회 자원화하고 다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교육수강을 하며,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과 의기투합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공부를 하고, 사회공헌 활동도 한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일을 도모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일경험을 늘려 간다. 
필자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진로를 탐색하고 진로를 확정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당사자그룹*을 심층 면담하였다. 2019년 6월에서 10월까지 집단 면담 4회, 개인 면담 5회를 진행하였고, 면담의 주제는 ‘2017년 사회적경제영역으로의 진입 배경’, ‘2017년 이후 2019년까지의 학습, 일·활동’, ‘퇴직 전후 일에 대한 의미 변화와 인식변화’, ‘50플러스세대 당사자 간 협업가능성 논의’, ‘주된 일자리에서의 주요업무와 퇴직’, ‘퇴직이후 현재까지의 학습, 일·활동, 네트워크, 향후 계획’등이었다.
이번 연구만으로 50플러스세대 당사자의 진로 탐색 과정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경력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묶어낼 수 있는 당사자들의 진로 탐색 양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원고에 수록된 내용은, 진로 탐색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몇 가지 단계와 이제 막 자신만의 일을 찾아 그 일을 만들어 나가려는 셀프 프로젝트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 대한 소개이다.


진로 탐색 

퇴직 후 ‘무엇을 할까?’하는 탐색은 관심, 이끌림에서 출발한다. 관심, 이끌림을 촉발시키는 요소는 가치관, 관심사, 지식, 흥미, 익숙함, 처한 상황과 환경, 학습 등 다양하고,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관심 사항이 생기면 양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학습을 병행했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일에 진입하는 데 있어 관련 교육을 받으며 탐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을뿐더러 학습에 대해 의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때로는 출발지점에서부터 제2의 인생에서 펼칠 자신만의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컨텐츠나 아이템을 세상에 펼쳐내기 위한 별도의 학습을 했다. 
물론 개인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50플러스세대는 일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의 욕구와 더불어 배움의 욕구 또한 왕성하다. 아직 일에서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50플러스세대는 일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의 욕구와 더불어 배움의 욕구 또한 왕성하다.

아직 일에서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관심 분야의 교육을 받은 후에는 일·활동의 연계가 활발히 일어나는 단계를 거친다. 연구에 참여했던 사례자 모두 교육 수강 첫 해인 2017년도에는 학습을 통한 진로 탐색이 가장 많았으나 2018년, 2019년에는 학습과 관련한 일·활동 개수가 대폭 늘었다. 일·활동은 커뮤니티 활동, 단기간의 일거리, 계약직 및 정규직의 취업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현상은 재단에서 교육과 커뮤니티, 일·활동의 연계를 촉진하는 정책 추진의 영향이라고도할 수 있다. 관심이 학습으로 이어지고 학습을 통해 흥미가 고조되면 관련분야에서 활발한 일·활동을 하면서 탐색을 고도화한다. 학습과 관련된 분야에서의 일·활동 경험은 잠정적인 진로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내린 진로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일·활동 경험을 필요로 했다.

 

이 단계에서는 “우연찮게”, “엮여지다 보니”와 같이 우연하게 발생한 상황과 네트워킹을 활용하고, 학습, 일·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컨텐츠를 확충해 나가며 잠정적으로 생각하는 진로 결정을 평가한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결정한 진로 분야―예를들어, 사회적경제, 공동체 주거문화, 문화예술, 돌봄 등―에서 활동 내용, 활동 레파토리, 활동 무대를 다양화하고 확장한다.

 

관심 분야 일·활동의 양적인 증가 뒤에는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이 일어난다. 여러 가지 일·활동 간 통합, 세분화, 융합이 일어나고, 한 두가지 일을 선택하여 집중하기도 한다. 가치관, 삶의 지향, 흥미, 보수, 역량, 경력 목표, 환경 등 개인에 따라 선택과 집중에 매개되는 변수는 상이하다.

같은 사회적경제영역에서 일·활동을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강의와 멘토링, 사회공헌활동으로 앙코르 커리어 실현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사회적경제영역,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은 같아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 
한편,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있어서 ‘자기 정체감’이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활용하고 싶어 하는 역량의 발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년층의 사람들은 대개 그동안 쌓인 경력 중에서 자신이 유능감을 느끼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진로 탐색 중 일·활동을 하면서 역량을 확인하게 되면 그 일을 선택하는데 대개 그것은 자기 정체감과 부합한다. 


진로를 탐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학습, 일·활동의 양적 증가, 일·활동의 선택과 집중이 일어났고 잠정적인 진로 결정이 이루어졌다. 경우에 따라 한 단계에 머무는 시간이 짧고 진행속도가 더 빠르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양상은 비슷했다. 그런데 이때 내린 진로 결정은 진로의 확정이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럽고 이른 감이 있다. 진로 분야, 방향, 주제, 목표, 컨셉, 지역 등이 정해지면, 보다 구체적이고 성취목표가 분명한 프로젝트를 자기 주도적으로 시도하면서 잠정적인 결정에 대해 점검하고 판단하는 시기를 거친다. ‘이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지속가능한가?’등에 스스로 답하며 진로를 구체화, 명료화, 결정하는 것이다.

 

셀프 프로젝트란 자신이 할 일을 정하고 그 일을 실현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일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거주하는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지역사회의 사회적경제영역에서 앙코르 커리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프로젝트, 설립한 1인 연구소의 1년 자립을 위해 수익 사업을 시도하는 프로젝트 등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 단계에 진입하기 전 이미 실행에 옮길만한 컨텐츠까지 마련한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방향성, 할 일이나 아이템, 함께 일할 동료가 결정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진로탐색단계에서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상상하고 계획하는데,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되기까지는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셀프 프로젝트를 통해 일을 만들어가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셀프 프로젝트를 하는 기간 동안 시행착오, 성공의 경험을 기반으로 진로를 조정, 구체화, 명료화하고 자신의 핵심 컨텐츠를 다듬어 완성도를 높여 간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일에 대한 확신이 들면 비로소 자신의 새로운 진로, 일을 확정하기에 이른다.

이상에서 소개한 당사자그룹의 경우, 진로탐색에서 셀프 프로젝트를 하기까지 무려 2년이 소요되었다. 이는 무엇을 할지에 대해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일을 시도해보고, 다시 계획을 변경하고 학습하고 일·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앞으로 선택하고 집중할 일을 결정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다. 셀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안착하기까지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진로탐색단계에서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상상하고 계획하는데,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되기까지는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셀프 프로젝트를 통해 일을 만들어가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자신의 일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진로 탐색에서 셀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이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당사자들은 버텨낼 힘과 정보 그리고 동료를 필요로 했다. 먼저 당사자들은 인생2막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충분한 보수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사회보험료 해결을 절실히 원했다. 둘째, 일·활동거리 정보 지원 시스템이다. 자신의 경력 목표 즉, 하고 싶어 하는 일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의 일·활동 경험이 유익하다. 때문에 당사자들은 다양한 일·활동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면서 매칭이 가능한 시스템을 필요로 했다. 셋째, 네트워킹과 협업의 필요성이다. 대부분의 일은 혼자서 완수해내기가 어렵다. 조직에서 일할 때와는 달리 혼자서 수많은 과업을 해결해야만 일을 완수해낼 수가 있다. 때문에 함께 계획을 완수해나갈 동료와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유연한 매칭 시스템을 필요로 했다. 
주어지는 일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50플러스세대 당사자들은 자신의 일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충분한 일·활동 경험에 대한 기회와 환경 지원, 자기주도적인 일 만들기를 촉진하는 셀프 프로젝트 단계에 대한 체계적, 전폭적인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본 내용은, 2017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사회적경제핵심인재양성과정을 수강한 다섯 명의 사례자가 교육수강 이후 2년에 걸쳐 진로를 일궈나가는 과정을 심층 인터뷰, 분석한결과와 그 외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50플러스세대 면담을 기반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