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인 집단, 50+세대
영화 <인턴>을 보면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70대 주인공이 인턴으로 취직하여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산다. 한편 이 영화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 년 전 국내에서 상영되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컴맹인 40년 목수 경력의 주인공이 인터넷을 할 줄 몰라 실업수당도 신청할 수 없는 고충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대조적인 50+세대의 현실 속 모습은 어떨까?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에서 유튜버스쿨을 수강하고 있는 55세 남성과 탑골공원 근처에서 무료 급식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85세 여성. 이들은 법상으로는 동일하게 고령자로 분류되지만, 같은 인구사회집단으로 분류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학력과 경제력, 건강 등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활용능력에 있어서도 천양지차다. 

 

"고령층 ICT 사회참여활동 사업과 함께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그리고 노인단체 등이

고령층의 정보격차 해소와 사회참여를 이끌어 세대통합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2018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이 91.5%인데, 50대는 이미 98.7%로 100%에 가깝고, 60대도 88.8%를 기록하여 90%에 육박한 반면, 70대 이상은 38.6%로 뚝 떨어진다. 이렇듯 동일한 50+세대 내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잘 활용하는 디지털 아랫목 집단과, 여전히 디지털 서비스의 편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 냉골 집단이 공존하며 세대내 정보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50+세대의 정보격차 해소 정책
지금까지 연령과 관련한 정보격차라고 하면 청소년과 고령자 간의 세대간 정보격차가 정책의 주 이슈여서 정부에서는 고령자를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등과 함께 정보취약계층으로 분류하여 이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정보격차 해소 정책을 추진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접근하기 곤란한 저소득 고령층에게 PC와 정보통신보조기기, 스마트폰 등 기기를 나눠주는 기기보급 정책과 기기와 서비스의 이용법을 가르쳐주는 정보화교육 정책을 펼쳐왔다. 
그런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보다는 이용역량을 높여주는 정책으로 강조점이 옮겨져 왔다. 이용역량을 높여주는 정보화교육은 ‘배움나라’ 라고 하는 온라인 정보화교육과 함께, 노인복지관,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1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집합정보화교육 그리고1~2명의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정보화교육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방문정보화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고령층 ICT 사회참여활동 사업’
이 방문정보화교육 사업의 정식 명칭은 ‘고령층 ICT 사회참여활동 사업’으로서 지난 2005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는데, 만 55세 이상의 정보 활용 능력이 우수한 고령층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고령층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경로당,마을회관, 주민센터, 독거노인 가정 등을 방문하여 컴퓨터와 인터넷, 문서작성, 스마트폰 등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가르치는 사업이다. 몇 년 전만해도 컴퓨터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았으나 요즘은 스마트폰 교육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데, 교육생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이들 교육생 가운데 상당수는 컴퓨터는 갖고 있지 않지만, 스마트폰은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의 이용법을 잘 몰라서 전화걸거나 문자 읽기 정도에 그치지만 남들처럼 손주들과 카톡이나 사진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노인복지관이나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정보화교육장 등에 가보지만, 들으면 금방 까먹고 베이비부머 등 젊은 노인들(?)에 비해 학습 이해력이 떨어져서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이다. 이처럼 집합정보화교육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분들이나 보행이 불편한 독거노인분 등이 이  사업의 주요한 대상이다.
이 사업은 50+세대가 동년배 50+세대를 같은 눈높이에서 게다가 1:1 혹은 2:1로 교육함으로써 넷맹과 컴맹 탈출의 대표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이 사업은 ICT에 친화적인 50+세대들에게 기존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와 같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나눔과 봉사를 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참여의 기회를 부여하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참여 활동의 범위가 정보화교육 외에도 PC 정비, 영상자서전 제작,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활동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월 20시간 초과시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층 ICT 사회참여활동 사업은 고령층의 정보격차 해소와 사회참여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을 통한 세대간 소통과 통합
그런데 아직도 스마트폰을 전화용으로만 쓰고 있는 수많은 50+ 세대들을 감안할 때, 이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 “고령층 ICT 사회참여활동 사업” 등 정부의 지원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 효과적인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젊은 학생들이 디지털 이주민인 50+세대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쳐드리는 교육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ICT는 젊은층과 고령층간에 정보격차를 낳아 세대간 소통에 장애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터넷이나 SNS, 영상 전화 등을 통해 멀리 떨어진 가족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세대간의 이해를 증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유튜버 중의 한 분이 박막례할머니인데, 이 분의 유튜브는 손녀가 할머니의 일상을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1.3세대 소통과 협업의 전형이다.


사실 해외에서는 초·중고생 혹은 대학생이 자발적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가르쳐드리는 운동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령층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용방법을 배우게 되는 한편, 학생들은 자신들이 잘 아는 분야인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식을 나눠줌으로써 진정한 봉사활동의 정신을 배우게 된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고령층은 연령 구분상 대척점에 있는 다른 연령대를 이해하고 소통함으로써 이 시대 중요한 사회문제인 세대 갈등과 연령차별주의(Ageism)을 완화하고 세대간 소통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아는 청소년들이 그렇지 못한 고령층을 가르쳐드리는 “디지털 세대공감 프로젝트”(가칭)를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그리고 노인단체 등이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