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대, 우리는 어디로 갈까? 
인생을 24시간에 대입시키면 1년이 약 17분이 되고, 은퇴하는 나이는 대략 오후 6시가 된다.

‘은퇴를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마찬가지로 이 질문을 24시간에 대입시키면 ‘퇴근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가 된다.

퇴근하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집이 있는 지역사회(마을)와 퇴근 이후의 시간이 포괄하는 다양한 사회활동을 떠올려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동네의 기능,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 가사활동, 취미활동, 다양한 사회참여 등이 퇴근 이후의 시간과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다.


요즘 일과 삶의 균형잡기(워라벨)가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직장 중심의 생활문화를 넘어서는 또 다른 사회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은퇴하는 시간은 우리 각자의 삶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와 맞닥뜨리는 시간이 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삶에서 사회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있다. 우리의 생애는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압도적인 비중은 당연히 일(Business)이며, 이 일은 50대까지 그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결혼과 육아의 시기를지나면서 가정생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이 과정에서 개인적인 관심사에 시간을 할애하는 비중,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에 사용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모든 사람들의 에너지와 시간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는 만큼 직장과 가정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개인을 돌보고 사회적으로 관여하는 활동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은퇴를 맞이하게 되면 갑자기 비는 시간이 늘어나고, 비는 시간은 가정으로, 취미활동으로, 또 다른 사회적 활동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늘어난 시간을 집안에서만 머무는 사람도 문제거니와 온 동네의 산을 오르는 것에 몰두하는 것도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듯이 개인적 시간과 사회적 시간의 균형은 잘 늙어가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은퇴기 생애전환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사회영역이다.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회적 역할과 활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우리의 삶에서 사회적 활동, 사회적 관계를 떠올리면 동창회, 친목모임, 종교활동과 같은 것들이 쉽게 떠오른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과거의 연고를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들인데, 과거의 사회적 관계를 넘어서서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스스로의 사회적 영역을 확장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미국 어느 인디언 마을에서는 여성이 폐경을 맞이하면 마을이 공식적으로 축하파티를 열어준다. 자녀를 양육하던 가정의 어머니에서, 이제 마을과 사회를 양육하는 사회의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새로운 여성 리더십으로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개인이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갱년기의 상실감을 넘어서서 새로운 역할 변화와 성장의 전환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퇴는 기존의 문이 닫히는 시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닫히는 문이 당사자에게는 상실감과 단절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사회적 역할로 연결되는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습(習)을 전면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 새로운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발견과 대면(learning to be), 새로운 역할과 역량의 습득(learning to do)이 필요하며, 이러한 학습은 전인적인 배움(learning to know)인 ‘경험’을 통해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원봉사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찾고 그 역할을 습득하기에 좋은 ‘경험학습의 장’이 된다. 사회적 존재, 공적인 역할을 직접적 참여를 통해서 배운다는 점에서 자원봉사는 인생 전환기 ‘변화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