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수학·과학 교사 프로그램은 2008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비영리기구 EnCorps(앙코르)간 민관협력으로 시작되어 50+세대 전문직 인력을 공립학교 교사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은 미국 내 자원 봉사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온라인 세미나인 웨비나(Webinar) 채널 등을 통한 참여자들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경험 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원고는 해당 프로그램 지원 방법, 심사 과정 등 프로그램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교사로 제 2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50+세대의 모습을 살펴본다.

 

몇 년 전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인턴(The Intern)>이 화제였다. 유명 배우의 등장 탓이기도 하지만 줄거리가 인상적이었다. 바로 70세 은퇴자가 한 기업의 인턴으로 재취업하면서 젊은 기업 대표 및 직장 동료와 삶의 지혜와 연륜을 공유한다는 줄거리였다.

실제로 고령 구직자들이 제 2의 커리어를 통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6년 9월 미국 미시건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일하고 있는 62세 고령인구 중 약 40%는 만 55세 이후에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이 매년 증가하는 현재 상황에서 50+세대의 성공적인 제 2의 커리어 탐색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일 것이다. 본 원고는 ‘앙코르 수학과학 교사 프로그램(EnCorps STEM Teacher Program)’을 중심으로 미국 50+세대의 학교 내 역할을 탐색할 것이다.

 

앙코르 수학·과학 교사 프로그램(EnCorps STEM Teacher Program, 이하 EnCorps), 수학·과학 분야 전문직 은퇴자를 교사로 활용

미국 내 교육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교육정책연구소(Learning Policy Institute)’가 2017년 캘리포니아 주 학교 위원회 연합(California School Boards Association)에 속한 211개의 교육구(school districts)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는 심각한 교사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교육구 중 75%가 교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2013년 이후 교사 부족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또한 특수교육과 수학·과학 분야 교사 확보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EnCorps는 캘리포니아 주 수학·과학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세대가 가진 잠재력에 눈을 돌린다. EnCorps의 시작은 약 10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nCorps는 패러마운트 픽쳐스(Paramount Pictures)의 CEO 출신인 셰리 랜싱(Sherry Lansing)과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왈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의 지휘 하에 있던 교육우수성위원회(Governor's Committee on Educational Excellence) 간의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EnCorps의 설립은 “캘리포니아 공립 중·고등학교에 부족한 수학·과학 교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혁신적인 민관 협력”으로 소개되었다. 가령 화학자, 엔지니어, 건축가 등 민간 분야의 과학, 수학, 기술 전문가들이 은퇴 후 자연스럽게 교사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2008년 첫 프로그램 시행 당시 IBM, 에디슨 인터내셔널(Edison International) 등의 여러 대기업들이 EnCorps와 협력을 발표했다. 현재 EnCorps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 내 250개 이상의 학교들과 협력 중이다. 매년 캘리포니아 주 내 3만 여명의 학생들은 EnCorps 프로그램 덕분에 보다 높은 수준의 수학·과학 교육을 누리고 있다(EnCorps, 2018).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 지원 자격 및 시행 지역

현재 EnCorps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시행된다. 캘리포니아 주 안에서도 새크라멘토(Sacramento) 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San Francisco Bay Area),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시,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 샌디에고(San Diego) 시에 위치한 저소득 중·고등 공립학교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EnCorps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원자들은 학점(GPA) 2.5이상(4.0만점에 평점 C이상임) 학사 학위를 소지해야하며 동시에 최소 3년 이상의 STEM분야의 근무 경력(연구 경력 포함)을 보유해야 한다. 단 캘리포니아 주의 교원 자격증(Single Subject Teaching Credential)을 이미 소지한 사람들은 지원할 수 없다.

 

EnCorps 채용 과정, 철저한 검정 과정을 거쳐 앙코르 교사를 선별

EnCorps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될 교사를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합격자를 선별한다. 매해 총 지원자의 19% 정도만이 앙코르 교사로 최종 선발된다.

Ⅰ. 온라인 서류 지원

프로그램 지원은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며, 지원자는 아래 질문(예시) 등에 대해 4-6문장 정도의 분량으로 기술해야 한다. 지원자들의 약 35%만이 서류 전형을 통과하며, 채용 담당자와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온라인 서류 지원 질문(예)

1. EnCorps는 주로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학생들에게 STEM 분야를 가르치기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향후 학생들과 어떤 점을 성취하고 싶은가?

2. 직장에서 어려운 상황(또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했는지 사례를 들어 기술하시오.

Ⅱ. 면접

면접은 지원자와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 간의 ‘적합성(fit)‘과 지원자의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 의지(commitment)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된다. 지원자들은 각 지역의 채용 담당자와 약 3-4시간 동안 평가 면접을 실시한다. 면접 중 향후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모의 수업안도 제출해야 한다. 면접 합격자들은 EnCorps 측의 인사 검증을 거친 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 타임라인(그림 3 참조)

합격자들은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 앙코르 하계 학교(Summer Residential Institute)에서 3박 4일간의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연수 중 발생한 지원자의 숙박비와 교통비는 모두 EnCorps측이 부담한다. 지원자들의 관심, 선호도, 주거지를 고려해 근무할 학교가 배정된다. 합격자들은 처음 1년 동안은 전일 교사가 아니라 강사(Tutor)나 보조 교사(Guest Teacher)의 자격으로 매주 2-5시간 정도 교사 자원봉사를 시작한다. 1년 후 합격자들은 개인 상황이나 직업 적성을 고려해 (1) STEM 전문가 강사(STEM X Tutor)로 근무하거나 (2)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STEM 전문가 강사는 계속해서 자원봉사자의 자격으로 일주일에 2-5시간씩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며, 적어도 1년 이상 자원 봉사를 해야 한다. STEM 전문가 강사는 배정된 학교의 상황에 따라 정규 수업 중 보조교사로 근무하거나 방과 후 수업 교사 자격으로 자원 봉사를 할 수 있다.

1년 후 교사 커리어를 제 2의 커리어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합격자들은 약 16-18개월 이상을 준비하여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교사 자격증 지원자들은 지역 내 2년제 또는 4년제 대학에서 제공하는 관련 교과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학비는 지원자 본인이 부담한다. 교사 자격증 지원자들이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면 EnCorps 측은 합격자들이 캘리포니아 주 내 원하는 EnCorps 참여 학교로 파견되도록 근무지 조율을 지원한다. 합격자들은 적어도 3년 이상 해당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해야 한다.

  

앙코르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 종류

앞서 설명한 EnCorps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은 다시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수학, 생물, 지구과학 등 한 과목을 선정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단일 과목(Single Subject) 교사 자격증과 공학, IT 등 업계 전체를 다루는 캘리포니아 커리어 및 기술 교육(California Career and Technical Education, 이하 CTE) 자격증으로 구분된다.

 

Ⅰ. 단일 과목(Single Subject)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

캘리포니아의 국가교사자격 취득 프로그램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합격자는 단일 과목(화학, 수학, 생물, 물리 등) 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 지원자의 학위(학사 및 석사 취득 여부)나 프로그램 준비 시간(풀타임 및 파트타임 여부) 등을 고려하여 아래 3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1. 전통적인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Traditional Program)

해당 프로그램은 교과 학습(coursework)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기간은 풀타임의 경우 약 1년, 파트타임의 경우 약 2년 정도 소요된다.

 

2. 현장 교사 실습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

의과대학의 ‘레지던트 프로그램’을 모델로 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배정된 학교 교실에서 교사로서 ‘실제 경험(hands-on experience)’을 한 뒤 학교 실무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보조교사로 활동하고, 일주일 중 하루 야간에 수업을 들으면 된다. 보통 1년간 진행되며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채용 절차가 더욱 까다로우며 참여자들은 대부분 석사 이상의 학위 소지자들이다.

 

3. 인턴십 프로그램(Intern Program)

예비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을 목표로 공부하면서 동시에 ‘등재된 교사(Teacher of Record)’로 급여를 받으며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다. 즉 주말이나 저녁에는 자격증 프로그램에 필요한 과목 수업을 이수하고, 낮에는 급여를 받으며 교사로서 근무하는 것이다. 보통 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Ⅱ. 캘리포니아 커리어 및 기술 교육(California Career and Technical Education, 이하 CTE)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

CTE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은 일부 학교에서 제공하는 선택 과목으로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해 제공된다. 단일 과목 위주가 아니라 정보통신, 교통, 공학 등 업계별로 과목이 분류된다. CTE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은 현장 실습이나 교실 수업이 필요 없고, 대부분 온라인 수업이나 주말 수업만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 STEM 분야 종사자 중 은퇴를 앞둔 지원자들이 많다. 소요 기간도 4-6개월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CTE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앙코르 보조 교사(Guest Teacher)’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다.

 

EnCorps 프로그램 참여자 인터뷰

아래 인터뷰는 작년 5월 EnCorps 프로그램의 온라인 세미나인 웨비나(Webinar)에 참여한 리사 장(Lisa Chang)과 데이비드 라이스(David Rice)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첫 번째는 현재 UC 버클리에서 IT 시스템 개발 부문 시니어 애널리스트로 근무 중인 리사 장과의 인터뷰이다. 리사는 ‘STEM 전문가 강사(STEM x Tutor)’ 자격으로 저소득 계층 학생들이 많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고등학교에서 AP과목 중 하나인 컴퓨터공학원리(Computer Science Principle)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Q.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로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나?

비영리기구에서 근무하는 친구의 소개로 EnCorps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내 친구 지인이 EnCorps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나는 지인의 소개로 당시 실리콘밸리 베이 지역(Bay Area)의 채용 담당자인 데이비드 타우(David Taus)를 만났는데, EnCorps에 관한 여러 자료와 동영상을 보면서 EnCorps 프로그램을 깊이 알게 되었고,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다.

 

Q. 처음 학생들을 만났을 때 학생들의 수학·과학 과목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였으며, 본인의 STEM 경력을 어떻게 활용했나?

내가 자원봉사를 한 곳은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이 많은 오클랜드 고등학교였다. 해당 학교의 인종 구성은 흑인 학생들이 30%, 아시아계 학생들이 30%, 그리고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나머지 30% 내외였다. 모든 학생들은(물론 개인별 차이는 있으나) 수학·과학 과목을 배우려는 의지가 있었다. 나는 AP ‘컴퓨터공학원리’ 과목을 가르치는 중인데 내가 가진 STEM 분야 경력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도움이 되었다. ‘컴퓨터공학원리‘ 수업 자체가 개념들이 복잡한데 나는 개념을 설명할 때 실제 예시를 들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내 경험과 기술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내 설명을 통해 아이들이 ’컴퓨터공학원리‘ 수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Q. EnCorps프로그램 준비 과정은 어떠하였나?

나는 교사 자격증은 아니고 튜더링(Tutoring, 강사) 과정을 선택했다. 그러나 향후 교사 자격증을 염두하고 있다. EnCorps 교사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나는 학교에서 실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EnCorps 동료들로부터 여러 지원도 받을 수도 있었다.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지만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에는 준비가 필요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첫 해(2015년)에는 방과 후 수업(After School Programs)을 맡았다. 여러 고등학교 출신의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한 과목에 국한되지 않고 생물학, 대수학(Algebra) 등 다양한 STEM 과목을 가르쳤다.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일하는 게 익숙해지는 시간이었다. 현재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을 계기로 나는 샌프란시스코 근교 지역의 다른 비영리기구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Q.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힘든 점과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가장 어려운 점은 학급 통솔이었다. 한 반에 3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있었고 아이들마다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상이했다. 다행인 것은 나는 전일 교사들과 짝(pair)을 이루어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전일 교사로부터 학생들을 통솔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즉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지 옆에서 배웠다.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며, 내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차다.

 

 

두 번째 인터뷰는 2016년부터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데이비드 라이스(David Rice)와의 인터뷰이다. 그는 독물학(toxicology)과 약물학(pharmacology) 분야 전문가로 캘리포니아 새크로멘토 카운티(Sacramento County)에 위치한 그랜트유니언고등학교(Grant Union High School)에서 생물과 지구과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Q. EnCorps 프로그램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로 참여를 결정하였나?

나는 수십 년 간 독물학(toxicology)과 약물학(pharmacology) 전문가로 일한 뒤에 은퇴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남은 인생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 인생은 아직 끝나게 아니었고, 나는 가르치는 일이 관심이 많았다. UC데이비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를 비롯하여 지역 내 학교에서 여러 차례 강의를 했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프로그램 지원하게 됐다. 지역 담당자 데이비드 타우(David Taus)와 인터뷰를 마친 뒤 합격을 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Q. 왜 교사가 되기로 결정했으며, 교실에서 본인의 STEM 배경을 어떻게 활용했나?

내 본업은 과학자지만 나는 항상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다. 프로그램 참여 후 전임자의 공백으로 나는 생각보다 일찍 고등학교 생물학 수업을 맡게 되었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일하는 게 너무 좋았고 가르치는 일에 흠뻑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아이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는 생물학과 지질 과학을 가르쳤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은 생물과 지질에 등장하는 과학 개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생물과 지질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그리고 우리 실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 또 수많은 문제 해결에 실마리가 되는 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였다. 또한 내가 수십 년간 연구한 독물학과 약물학 지식을 바탕으로 질병들(가령 알츠하이머나 당뇨)이 왜 생겨나며 어떻게 치료되며 향후 어떤 추가 연구가 필요한지 아이들에게 실례를 들어 설명할 수 있었다.

 

Q.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 준비 과정은 어떠하였나?

앙코르(EnCorps)측에서 제공하는 웨비나가 많은 도움이 됐다. 고등학생을 가르친 것은 처음이었는데 웨비나에 참여해 많은 정보와 동료들의 경험담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시작한 연도(2016년)에 앙코르 교사 프로그램의 참여자는 총 75명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력이나 경력 그리고 교사로서 지향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었다. 75명 중 6명만이 단일 과목 교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었는데 사실 STEM 과목의 교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단면이이다. 현재 나는 관련 과목들을 모두 이수했고 가을 학기부터 전일 교사로 근무할 예정이다.

 

Q.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또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앞서 리사가 언급한 데로 학급 통솔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20-30명의 10대들을 통솔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관심을 계속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웠다. 사실 그런 점 때문에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매력적이고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그 전에는 잘 몰랐는데 교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또 나는 학생들에게 매번 수업 후 개인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내게 찾아오라고 알려주곤 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과 수업 후 상담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때면 무척 보람되고 뿌듯했다.

 

EnCorps 교사 프로그램의 효과

은퇴 후 교사로 변신한 50+세대는 삶의 경험을 토대로 어린 학생들에게 인생의 멘토와 롤모델이 된다. 또한 STEM 분야에서 평균 17년 이상 근무한 EnCorps 참여자들은 학생들에게 수학·과학 지식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EnCorps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85명의 전일 교사가 배출되었으며, 매해 80-90명의 프로그램 합격자들이 파트타임 강사나 보조교사로 근무 중이다. 실제로 EnCorps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교사 공급과 교육의 질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EnCorps 측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교(School Partners)들의 96%가 학생들의 수학 및 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첫 5년간 근무 기간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주 공립학교(주로 저소득 계층이 많은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일반 교사들에 비해 EnCorps 출신 교사들의 고용 유지율(retention)이 약 38%나 더 높았다(EnCorps, 2018).

비영리 기구 EnCorps는 연간 예산이 약 백만 달러(약 11억 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세대와 공립학교 간의 가교 역할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삶의 연륜, 폭넓은 사회 경험과 인맥을 보유한 50+세대가 차세대 리더들을 양성하는 멘토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은퇴를 앞둔(또는 이미 은퇴를 한) 한국의 베이비붐세대(1955년-1963년생)들은 현재 제 2의 커리어를 적극 탐색하고 있다. 미국의 EnCorps 교사 프로그램 사례는 한국의 50+세대들이 향후 교사로서 제 2의 커리어를 탐색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향후 한국에서도 50+세대 관련 기관과 공립학교 간의 협업을 통해 50+세대의 학교 안에서의 역할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50+세대와 청소년들은 소통은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세대 갈등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디아틀랜틱(The Atlantic). Those Who Can Teach. (https://www.theatlantic.com/business/archive/2015/06/those-who-can-teach/426333/). 2018.10.14.

이금룡. 전용호. 박지현. 박상욱. 유은경. (2012). <베이비부머 자원봉사 프로그램 모형 개발 연구>.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 42~47 

월스트리트저널(WSJ). Need STEM Teachers? Look to Older Adults. (https://blogs.wsj.com/experts/2018/04/22/need-stem-teachers-look-to-older-adults/). 2018.10.14.

포브스(Forbes). Debunking 5 Myths About Changing Careers In Your 50s. (https://www.forbes.com/sites/nextavenue/2017/06/21/debunking-5-myths-about-changing-careers-in-your-50s/#4a81af6c3044). 2018.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