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뮤즈들의 삶의 앙상블을 감상하다 

 

“어쩌다 보니 이만큼 걸어와 서 있습니다.

지천명(知天命) 인생, 50플러스!”

 

암사동(岩寺洞)은 서울 강동의 해 뜨는 동네이다. 태곳적 사람들의 주거지인 ‘암사 선사주거지’를 비롯하여 백제 초기에는 백중사(伯仲寺), 조선 중기에는 구암서원(龜巖書院)이 자리하여 사람과 물길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고찰 백중사를 옛사람들은 ‘바위절(岩寺)’이라 불렀다는데 여기서 유래하여 암사동이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은 지하철 8호선의 기착지 역으로 더 알려졌다.

 

인근에는 5호선 굽은다리역이 있다. 쭉쭉 곧아도 써 줄까 말까 하는 세상에 하필 역 이름이 굽은 다리라니. 이 일대가 개발되기 전 당말마을과 벽동마을을 연결하는 다리가 굽어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산을 지키는 나무와 고향을 지키는 사람은 그래서 굽은 다리처럼 곳곳에 애잔한 흔적과 스티그마(Stigma)가 있다.

 

타이틀image01.png
▲ 서울 동쪽의 빛나는 인생 2막 무대 강동50플러스센터 전경. ⓒ 강동50플러스센터

 

암사역 2번 출구에서 100여 미터 가면 중년 커뮤니티의 요람, ‘강동50플러스센터’가 있다. 그곳에서 지난 16일 한낮부터 이색 발표회가 있다 해서 구경꾼들 틈 사이로 한자리를 잡았다.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미니하프 리라를 배운 수료생들의 발표회 자리였다.

 

어쩌다 보니 50을 넘어 이순(耳順)을 넘긴 요정들이 삶을 전환점을 맞아 ‘○○댁’, ‘△△엄마’의 굴레를 벗고, 먹고 살기에 바빴던 전공과목도 전과해서 이제는 취미와 여가에 눈을 돌렸다. 다소 생소한 하프를 연주하며 뮤즈로 변신했다.

 

타이틀image02.png
▲ 지난 16일 강동50플러스센터에서 미니하프 리라 수료생 발표회가 열렸다. ⓒ 50+시민기자단 황용필 기자

 

미니하프 리라(lyre)는 가장 오래된 현악기 중 하나로, 편안하고 장중한 음색을 자랑한다. 혼자서 연주를 즐길 수 있도록 개량된 악기로 최근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격증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이시은 전문 강사의 자상한 지도 아래 열심히 연주 실력을 쌓은 수강생 6명은 오늘의 데뷔 무대를 발판 삼아 앞으로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재능 나눔과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기로 다짐 했다.

 

사회자의 소개로 등장한 연주자들은 지난 세월에 반항이라도 하듯 ‘섬집아기’로 발표회의 서막을 열었다. 섬 아기는 어느 ‘고향의 봄’날 ‘언덕 위의 집’에서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만지며 ‘스와니강’과 ‘에델바이스’를 노래한다. ‘조개껍질 묶어’ 선물해 준 당신은 ‘You’re my sunshine!‘ ‘성자의 행진’ 속에 ‘꼭 안아줄래요’라며 다시 부탁하고 싶지만 내 곁의 동반자는 어느새 은발의 머리카락을 반짝이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약 40분에 걸쳐 준비한 10곡을 연주하고 청중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앙코르곡까지 연주했다.

 

국가 대표들의 잔치인 올림픽보다 손자들 운동회에 더 열광하듯 아내이자 엄마의 연주회에 가족들이 총출동했다. 완전 백지상태에서 3개월 만에 11곡을 연주하는 것이 놀랍고 기적이라고? ‘아내’를 건너 ‘엄마’를 넘어 이제는 나 ‘자신’이라서 해냈다.

 

image03.png
▲ 발표회 왕언니 황문순(66) 여사와 평생지기 노승찬(69) 선생. ⓒ 50+시민기자단 황용필 기자

 

좌장 격인 황문순 여사(66)는 “이 나이에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작은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넋 놓고 감상하던 남편 노승찬 씨(69)는 “소리 없이 배우고 발전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라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피아노 소리에 묻힌 아내의 선율이 조금 아쉬웠단다.

 

예술은 유구하되 인생은 고양이 쪽잠처럼 짧은데 여린 하프 선율 속에 50플러스 세월이 간다. 지난 세월에 대놓고 따지고 싶은가? 8호선 암사역 강동50플러스센터로 가보라. 행복한 도전을 꿈꾸는 ‘신중년'들의 재미난 배움을 위한 강동의 지킴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50+시민기자단 황용필 기자 (yphwang@skku.edu)

 

 

황용필.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