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책 영화를 보는 내내 치매에 걸리신 친정아버지가 오버랩 되었다. 아버지가 처음 문제 행동을 보이면서 시작된 갈등과 그리고 아버지와의 공존을 모색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예전에 비해 문제해결 방법을 더 빨리 찾아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엄마의 공책에 나오는 주인공(이주실)이 보이는 문제 행동 중 특히 돈에 대한 왜곡된 기억, 장독대에 간장을 가지러 갔다 항아리를 찾지 못하고 와서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항아리를 다른곳에 숨겨두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진짜 공감이 갔다. 친정아버지는 돈 문제로 늘 나를 힘들게 하셨고 증세가 심할 때는 자꾸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증상을 보여서 골치가 아픈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도 같은 증상이 있다는 사실이 안심되기도 하고 내가 치매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아들의 도움과 주변 사회복지 자원의 도움으로 평화로운 공존이 모색 되지만 나는 여전히 아버지와의 공존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고 아버지는 해마다 아주 조금씩 증상이 심해지면서 약이 계속 추가가 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병 때문에 문제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연민이 들기도 하는 상황이 반복 되고 있다.
나는 참을 수 있지만 장인 때문에 힘들어 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요양원에 모실까라고 변화를 모색해 본적도 있지만 내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가야하는 곳으로 단정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보다도 더 나를 잘 아는 남편은 "이번에는 정말로 요양원으로 모실꺼야"라고 큰소리 탕탕치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나를 바라보며 절대로 그렇게 못할것이라고 나에게 말했을 때 난 썩소를 날려주였지만 결국 다음날 마음이 바뀌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남편의 말이 옳았다는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잘해드리지는 못하지만 생애 마지막은 너희들 때문에 외롭지 않았어 라는 한마디만으로도 족할것 같은 불쌍한 나의 아버지.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셨음에도 우리들에게 좀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나의 아버지. 끝을 향해 가고 있을지라도 치매의 마지막 단계까지는 가지 않고 이 상태만이라도 유지되어 삶의 질이 더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하지만 그것은 바램일뿐 현실은 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우리는 치매에 대해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엄마의 공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치매에 대한 설명으로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