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30일(월) ~ 10월3일(목)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50+. 남원 지리산에서 길을 찾다」 남원 3박4일 여행 취재 스케치 제1탄

 

 

남원과 지리산이 처음이라니요?
귀농 귀촌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요.

 

 서울시도심권50+센터에서 3년간 접한 적극적 은퇴인은 여행, 글쓰기, 강의하기 꿈이 많았다. 당연히 서울시50+재단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 서울시도심권50+센터의 세 관련 사업은 지원율이 높다. 여행과 글쓰기와 책 만들기가 결합된 2019년 하반기 사업「50+. 남원 지리산에서 길을 찾다」에 유혹을 느낀 분이 적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남원과 지리산 지역을 여행하고 조사하여 은퇴 세대를 위한 남원 지역 살이 가이드북을 만든다니, 은퇴 세대의 로망을 한 군데 집약한 사업 아니겠나.

 더구나 「50+. 남원 지리산에서 길을 찾다」사업은 실제 도움을 줄 사람/기관의  합작 프로그램이어서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예비관광벤처기업 패스파인더 김만희 대표는 여행 강의, 기획, 진행을 맡았다. 남원시청 일자리경제과 안순엽 계장은 남원 알아보기 강의를 위해 서울나들이를 했고, 남원에서 공무원과 지역 단체장들 만남을 주선하고 지원해주었다.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오관영 대표도 남원과 지리산 일대 공동체를 소개하는 강의를 위해 서울시도심권50+센터를 찾았고, 현지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도서출판 퍼블리터 정재학 대표는 남원 지리산 가이드북 출판을 위한 글쓰기 지도를 책임졌다. 또 한 분, 2018년부터 계속된 서울시도심권50+센터의 핵심 성공 사업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이끌고 있는 황의도 목재문화진흥회 교육사업실장은 남원 운봉읍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 차로 참여자들 이동을 돕고, 손수 지은 집을 개방하고, 인터뷰에 응하는 등, 낮밤 없이 자원봉사 해주었다.

 당연히 서울시도심권50+센터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기획에서 수강생 선발, 진행, 섭외, 실행, 마무리까지, 크고 작은 궂은일을 전담했다. 이형정 센터장과 이서윤 PM이 그 노고를 짊어지고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필자가 깍두기로 차출되었다. 지난 3년, 도심권50+센터에서 성공한 이모작 은퇴자 100여명을 인터뷰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는 수혜를 입었으니, 「50+. 남원 지리산에서 길을 찾다」수강생 16명과 함께 남원과 지리산 3박4일 여행을 한 후, 전체 여정을 스케치하라고 명받았다.  

 

 2019년9월29일(토) 

 

  여행을 앞두고 옛일을 더듬어보니 남원과 지리산 여행이 네 번 이상은 되는 듯했다. 고등학생 때 화엄사, 실상사 등의 사찰 순례를 했고, 대학생 땐 4박5일 지리산 종주와 지리산 일대 사찰에서 숙식하며 그림 그리기, 이후엔 여동생과 3박4일 지리산 둘레길 걷기 등. 춘향의 고장 남원과 목기로 유명한 운봉 시외버스를 적지 아니 타본 셈이다. 따라서 이번 여행에 새로움이 뭐 있겠나 했다. 그런데 남원과 지리산 여행이 처음이라는 수강생이 있어 몹시 놀랐다. 내 나라 여행을 이리 하지 않았다니. 더구나 남원에서 지리산을 갈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춘향이 외에 남원에 유명한 게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는 분도 있었다.

 

 더구나 이번 여행 목적이 은퇴 세대의 로망이라는 귀농 귀촌, 혹은 한 달 살아보기와 일자리 알아보기로서의 지역 조사라니. 수도 서울을 떠나선 호흡이 불가한 영화광이란 자각, 두려움이 있어 이런 미션은 꿈도 꿔본 적 없다. 존경하는 작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덕분이다. 우리말 제목이 말랑말랑하나 원제목은 <<田舎暮らしに殺されない法>> 즉, <<전원생활에서 살해당하지 않는 법>>이다. 도시인의 시골 살이 꿈을 맹렬하게 질타한 이 책을 읽어둔 덕에, 필자처럼 한심한 도시인은 절대 시골 살이를 꿈꾸어선 안 된다는 면역이 되어 있다고나 할까. 필자는 남원, 지리산 여행을 마치고 열차가 서울로 들어서는 순간, 벌레에 물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무튼 이런 두 가지 부정적 선입견을 갖고 남원, 지리산 여행에 따라나섰다.  깍두기 신세라 하루 먼저 출발해 준비해야 한다는 센터장님 명령에 나의 스케줄 운운할 수도 없었다. 4박5일용 개인 짐을 기내용 트렁크 크기로 줄여오라는 명을 받고 도심권50+센터에 도착해보니, 자그만 센터장님 차에 실을 준비물이 어찌나 많은지.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 빠져 나오는 데 이미 해가 기울어 배가 쑥 들어갔다. 필자의 여행 참여 요구 조건은 오직 하나, 제 때 밥 먹여주고 10시 전에 자게 해주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건만. “고속도로 들어서 처음 만나는 휴게소에서 밥 먹어요.” 애원을 했다. 그렇게 들어간 만남의 광장에서 희극배우 이영자가 추천했다는 소고기국밥을 먹었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이영자씨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센터장님 혼자 운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애처로움, 미안함에 시달리며 어둠을 뚫고 켄싱턴리조트 지리산남원점에 도착했다. 너른 침대를 센터장님께 양보하고 PM님과 나는 각각 거실과 작은 방에 누웠는데, 센터장님이 악몽을 꾸었다며 거실로 나와 자는 게 아닌가. 이후 책임감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센터장님과 PM님을 보는 것은 작은 고역이었다. 

 

2019년9월30일(월)

 

 아침 일찍 일어난 필자는 PM님과 살그머니 빠져나와 켄싱턴리조트 지리산남원점  주위를 산책했다. 142개 객실이 있는 리조트 자체는 크기만 할뿐 평범했지만, 바로 앞에 남원을 가로지르는 요천(蓼川)이 내려다보이고, 춘향테마파크, 남원항공우주천문대, 광한루원, 남원국립국악원이 걸어서 10여분 거리 내에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리조트 뒤편 아담한 덕음산(德蔭山, 288.6m)은 이정표와 각종 시설물로 가득했고, 요천 주변의 춘향과 이도령 설치물도 어찌나 많고 형형색색 요란하고 유치한지, 애기들 유치원도 이보다 낫지 싶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지나치게 많고 크고 원색적인 인공 설치물들. 이건 5, 60년대나 통하는 디자인 아닌가 싶다. 독일의 숲이‘ Schwarzwald’, 즉 검은 숲이라 불릴 정도로 울울창창해진 데는, 산에 이정표 하나 세울 때도 자연에 방해되지 않도록 많은 의견을 듣고 꼭 필요한 곳에 세웠기 때문이라더만. 우리나라는 눈에 괴로운 조형물이 너무 많다.

 아침 식사는 리조트 지하 편의점서 사온 간편식으로 대신했다. 오후 1시20분, 남원역에서 맞을 수강생을 위해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귤과 샌드위치 등을 비닐팩에 담는 데, 그것조차 각을 맞추어 예쁘게 담아야 한다는 센터장님 말씀. 센터에서도 어지러운 꼴을 보지 못하는 센터장님답다. 센터장님은 차례차례 도착하는 수강생들을 자식 맞듯 반겼지만, 필자는 난생 처음 마주친 수강생들이 데면데면할 밖에.

 

  대형 전세버스를 타고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으로 갔다. 행정마을 초입에서 만난 60여 그루의 서어나무 군락은 조림 역사가 180여년이 넘는단다.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마을 숲’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아담한 숲에서 정계임 운봉읍 마을 이장님으로부터 숲과 마을 설명을 들었다. 숲 보호를 위해 지리산 둘레 길을 비껴가게 했다는 말에서 비보림(裨補林, 혹은 보허림(補虛林). 풍수지리설에 따라 지세가 허한 곳에 나무를 심어 보완, 길복을 가꾸는 것)을 아끼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이후에도 수강생들 인터뷰에 적극 응해주시는 등, 어찌나 씩씩하신지. KBS - TV <비상소집 전국이장회의>에 출연하셨더라면 좋았겠다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섭외가 왔었는데 마을 일이 워낙 바빠 거절하셨단다. 역시 마을 일은 이처럼 당차면서 세심한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 산림지도사인 김은영선생님과 함께 거울을 통해 숲과 하늘 바라보기, 써클 댄스, 시 짓기, 명상 등을 하며 오랜 세월 살아남은 숲의 정기를 몸과 마음 가득 안았다. 여행 몸 풀기를 하는 우리들 곁에서 황의도선생님은 쓰레기를 주우셨다. 필자 눈엔 띄지도 않는데, 가는 철선을 용케도 찾아내신다. 정착한 마을을 아끼는  마음이 이를 가능케 했으리라.

 서어나무숲 앞을 흐르는 람천 삼산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운봉체육소공원 안 삼산마을 소나무 숲도 구불구불 장대한 소나무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버스에 올라 1시간, 숙소인 백두대간 트리하우스에 도착했다. 바래봉 자락에 지어진 트리하우스 8채는 각각  떨어져 있는 데다, 지상 2미터 높이에 다락방 외양이라  눈길을 끈다. 안으로 들어서니 편백나무향이 진하게 풍기고,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무뿐이라, 숲 속에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외 캠핑장, 에코 롯지 등 다양한 숙소가 숲 여기저기 자리했고, 산책길과 전망대도 잘 가꾸어져 산책하며 명상하기 좋은 곳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양한 체험과 만남이 목적이기에 밤늦게까지 일정을 소화해야했다. 남원시 부시장님이 인사를 오셨는데, 겨우 16명의 서울 아줌마 아저씨가 왔다고 부시장님까지 산속으로 왕림하시다니.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계속된 융숭한 환대에 “이 중 한 두 명이라도 귀농 귀촌하지 않으면 남원 시청 분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귀한 세금 낭비했다고 비판받지 않을까?” 싶었다. 

 서울 시장님이 “서울이 지방 도움으로 커졌다. 이젠 서울시가 인적 물적 지원으로 지역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서울시는 물론 서울 시민도 지방을 여행지, 휴양지로만 여기지 말고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고, 그게 「50+. 남원 지리산에서 길을 찾다」의 주 목적이겠다.

 부시장님 말씀 중 가장 유혹적인 남원 소개는 “남원 일대는 해발 700M 높이로 고저 차가 커서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재배할 수 있으며, 그래서 뭐 하나만 꼽아 특산물로 자랑하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이유로 가축 관련 질병이 없는 청정 지역이다.”라는 것이었다.

 쿠킹 클래스 차이룩 대표 정그림씨의 지도로 야외에서 감자 뇨끼와 토마토 스튜를 만들어 저녁 끼니를 해결했다. 허기진 배를 안고 숲 속 불빛 아래서 서양 요리를 하다니,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다들 열심히 만들고 맛있게 식사했다.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자연을 닮은 기타리스트라고 소개된 박석주씨 공연도 감상했다. 두 젊은이 다 지역 인재들이라 한다.

 남원시청 일자리경제과 안순엽 계장님은 통닭을 사와 밤늦게까지 함께 하며, 남원시를 홍보하셨다. 그렇게 첫 날 일정이 숲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패스 파인더 https://cafe.naver.com/50pathfinder
남원 시청 https://www.namwon.go.kr/index.do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http://jirisaneum.net/jirisaneum
켄싱턴리조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e_leisurvice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284 행정마을 초입
백두대간 트리하우스; 남원시 운봉읍 행정공안길 299. http://www.namwon.go.kr/reserve/index.do

 → 남원시청 홈페이지서 예약 가능. 예약 문의; 트리하우스·캠핑장 ☎ 063-620-5754, 5590 / 에코롯지·캠핑장 ☎ 063-620-5752 ~ 4

 

 

 

         

 

   

   

                                     

 

 

 

  ※  위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