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냉장고를 부탁해요

 

수업 시작 전다양한 차를 끓여주시는 슬로푸드 요리 전문가 심은 강사님.

오늘은 가을 은행잎처럼 고운 빛의 국화차다.

여성은 국화차에 꽃 띄워 드려야지.”하시자

유머 감각 풍부한 분께서 저도 여자예요” 하시는 바람에 웃음이 퍼진다.

 

 

 

 

 

6강 가족의 생일상 떡 잡채와 미역국

 

 

 

 

 

 

잡채와 미역국을 못 만드는 50플러스 여성이 있을까?

그러나 남성 50플러스 중에는 가족을 위해 미역국 하나 못 끓이는 분이 있단다.

그래서 6강 수업가족의 생일상은 수강생의 강력한 요구로 메뉴에 등극하지 않았을까.

 

 

 

 

 

한소끔 끓인다가 무슨 뜻이죠?”

음 이런 용어도 50플러스 남성에게는 낯선 말이구나.

딱딱한 떡은 어떻게 하나요?”

살짝 삶으면 되지요.

미역이 길면 어떻게 한다?“

잘라주면 되지요.

둘 다 기름이 들어가는데 어떤 건 기름장어떤 건 양념장이라고 하나요?”

국물은 식었을 때 짤까요뜨거울 때 짜게 느껴질까요?”

앞에서 다 시범을 보였는데어떤 걸 먼저 넣고 볶는지 몰라 질문이 쏟아진다.

질문이랄 수 없는 질문들에도 일일이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는 강사님.

 

 

 

 

 

레시피를 뚫어져라 내려다보며 열심히 양념장을 만드는 수강생.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하다.”

소싯적 배운 문장까지 떠오른다.

 

대부분 침묵 속에서 완전 몰두.

수업 시간에 완전히 암기하기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렇게 엄숙해진다고들 하신다.

 

 

 

 

 

구수한 밥 냄새가 퍼지고

기분 좋은 기름 냄새가 센터 전체에 퍼진다.

 

모더레이터 밥과 반찬까지

넉넉하게 준비해주시는 강사님.

덕분에 염치 불고하고

네 명의 남성 수강생의 대접을 받으며 식사를 한다.

식사 대접에 어울리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든다.

스웨덴영화제프라이드영화제그리고 <러빙 빈센트>,

센터의 수요영화관의 오늘 프로그램

<다니엘 블레이크소개를 했다.

다들 영화를 좋아하셔서 다행.

 

 

 

 

 

 

 

 

 

 

요리를 열심히 배우는 이유는

맛나게 즐겁게 대화하려 함이니

참관한 모더레이터 체면이 섰다고 할까?

 

요리에 전혀 관심 없는 나로서는

<아버지냉장고를 부탁해요>

시니어 남성들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