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50+ '글쟁이사업단'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다
영화와 50+ '글쟁이사업단'이 2017년10월16일(월) -18일(수),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영화제가 열리는 마당에, 큰 비용 들여 부산영화제를 간다는 건 여간한 열의가 아니면 실행하기 어렵다.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단지 영화를 좋아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50 전후 여성들의 영화제 나들이. 시니어의 꿈 실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물론 과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한 달 전부터 시간을 잡고 각자 업무 분담을 해서 기차와 호텔, 티켓 예약을 끝냈다. 당일밖에 시간이 안 되는 분, 2박3일이 가능한 분, 갑자기 취소한 분, 부산에서 합류하는 분 등 단체로 움직인다는 게 이리도 어렵구나, 싶었다. 가장 당황했던 건 기차 출발 시간까지 도착하지 못한 분. 여행 간다면 아프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로서는 늦잠 자서 기차를 놓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9시40분 부산역에 도착하여, 영화의 전당에서 티켓 취소 등을 마친 후, ‘남도’에서 생선구이 점심을 했다. 매년 부산영화제 갈 때마다 들르는 맛 집인데, 다행이 모두 맛있다 해서 소개한 입장에서 흐뭇했다.
부산에서의 합류자까지 모두 모여, 레드 카펫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혼자 왔다면 해보지 못할 과감한 포즈를 잡으며 크게 웃었다.
첫 영화로 모로코영화 <볼루빌리스 Volubilis>를 하늘연 극장에서 감상했다.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이들이 영화의 전당 좋은 시설을 누리며,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 티켓을 예매했는데, 모두들 내가 고른 영화가 좋았다고 하여 기뻤다.
<볼루빌리스 Volubilis>는 신혼부부인 쇼핑몰 안전요원 압델카데르(Mouhcine MALZI)와 가사 도우미 말리카(Mouhcine MALZI)가 비인간적이고 위선적이며 부패한 상류층의 억압을 받으며 겪는 부부간 갈등, 복수의 실패 등을 그린다.
<볼루빌리스> 이야기를 나누며 한 시간 반을 쉬다가 이탈리아 영화 <침입자 The Intruder>를 감상했다. 불우한 환경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는 사회 복지사 지오바나(Raffaella GIORDANO)가 범죄자 가족에게 안식처를 제공한 것을 계기로, 학부모와 범죄자 가족 사이에서 갈등한다. 정치 사회 영화에 강한 이탈리아 전통을 이은 영화지, 싶다.
밤 9시 기차를 타야하는 분이 있어 일본 라멘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마쳤다. 남은 멤버들은 해운대 야경이 화려한 유명 펍에서 맥주와 치킨을 먹었다. 영화와 맛난 음식만 생각할 수 있어 영화제를 즐겨 찾는데, 다른 분들도 그런 해방감을 누렸기를 바란다.
17일엔 프랑스의 클레르 드니 Claire DENIS 감독의 <렛 더 선샤인 인 Let the Sunshine In>과 콩고 배경의 <마칼라 Makala>를 보았다.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중년 화가의 절실한 짝 찾기 소동을 그린 코미디와 콩고에서 숯을 만들어 파는 가장의 힘겨운 노동 여정. 국민 소득이 고민의 질을 결정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고 할까.
올리버 스톤 마스터 클래스는 정말 유익했다. 오랜만에 그의 초창기 영화까지 떠올리며 거장의 영화 여정을 따라가는 즐거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어떤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인가?”요 하는 우문에 “Tension, Tension, Tension”이라고 답한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당신과 같은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나요?”하는 우문에는 “당신만의 영화를 계속 만들어라.”는, 세상의 모든 위대한 감독들이 되풀이 하는 진리를 전했다.
해운대에서 복국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8일엔 Georgia/Estonia 합작 <고해 The Confession>와 Lebanon/France 합작 <인설트 The Insult>를 보았다. 모두 그 나라 고유문화를 배경으로 한 인간 심리를 그린 영화.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 해도 부산까지 와서 해운대만 보고 가면 아쉽지. 그래서 차 가진 후배를 불러 기장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잡지 등에 많이 소개된 최신 호텔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댔고, 서점 구경도 하고, 파도치는 바다를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우리는 해운대의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에 묵었는데......, 언젠가 이런 비싼 호텔에 묵을 날도 오려나?
후배는 가성비 좋은 음식점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1만원에 집 반찬을 잔뜩 내주는 갈치와 고등어구이 집 앞에 차가 즐비하다. 맛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요즘 서핑으로 뜬다는 송정 해변을 찾아 세 겹 네 겹 파도를 몰고 오는 바다 바람을 맞았다.
후배가 부산역까지 데려다주어 편하게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밤 11시40분.
건조한 부산영화제 참가 후기를 영화와 50+ '글쟁이사업단' 멤버들이 재미있게, 감성을 듬뿍 담아 풀어주기를. 매년 의무적으로 그러나 자유롭게 홀로 부산영화제를 찾곤 했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는 글쟁이 사업단과 함께라는 특별한 나들이로 기억되겠지. 도심 50플러스 센터를 찾는 분들 모두, 나만의 취미와 즐거움에 시간과 돈과 건강과 친구가 함께 하기를.
사고 없이 여행을 마쳐야 한다는 ‘사서 걱정’에 약간 신경이 곤두섰던 사업단 강사 옥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