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50+ ‘글쟁이 사업단’ 5회 오프라인 모임 - 8월의 고래
8월의 영화는 8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8월의 고래 The Whales of August>
옥선희 강사님은 칠판에
고래가 지나가면 가을이 온다.
8월의 고래 The Whales of August
감독 린제이 앤더슨/ 주연 릴리안 기쉬, 베티 데이비스/ 제작년도 1987년/ 러닝타임 91분
이라 써놓고
Kim Carnes의 왕년 히트곡 ‘Bette Davis Eyes’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이 노래가 <8월의 고래>에 출연한 전설적 스타
베티 데이비스를 모델로 한 노래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8월의 고래>는 국내 개봉 안 된, 여간해선 보기 힘든 영화.
미국 메인의 한적한 바닷가 절벽 위에 나무로 지은 소박한 2층 집에 사는 할머니 새라(릴리안 기쉬 Lillian Gish)와 리비(베티 데이비스 Bette Davis). 메인 주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서 성장한 자매가 남편을 잃고 서로를 의지해 살아온 15년 세월을 단 이틀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지난 시절의 추억과 영광과 사랑을 간직 한 채 늙어 간다는 것, 죽음을 앞둔 태도, 이웃과의 교류, 우아한 태도, 귀족의 자부심, 자매애 등등을 담백하게 그린 수채화 같은 영화.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강사님으로부터 원작, 감독, 배우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전설적인 배우와 감독이 만든 전설적인 영화임을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베리 David Berry의 희곡이 원작인 우아하고 감동적인 실버 무비라서, 영화의 연극적 요소를 나누었다.
무성 영화 시대부터의 스타 릴리안 기쉬 Lillian Gish는 <8월의 고래> 출연 당시 나이가 93살로, 영화 역사상 최고령 여주연 배우로 기록되었단다. 밝고 건강한 아가씨에서 자애로운 할머니로 늙어간 기쉬는 <8월의 고래>를 유작으로 남기고, 1993년 100살에 눈을 감았단다.
베티 데이비스 Bette Davis는 마돈나의 히트곡 ‘Vogue’와 킴 카슨의 히트곡 ‘Bette Davis Eyes'에도 언급되었던 할리우드의 여왕. 상대를 꿰뚫어보는 강렬한 눈빛과 강인하다 못해 표독스런 여인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데이비스는 <8월의 고래> 이후 영화 한 평을 더 찍고, 1989년 81살로 세상을 떠났다.
기쉬와 데이비스가 생전에 남긴 작품 수는 각각 119편이란다.
빈센트 프라이스(Vincent Price, 1911년-1993년)는 B급(저예산) 공포영화의 스타였다고.
나이 들어서도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배우란 직업, 다시 한 번 선택받은 이들의 재능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린제이 앤더슨(1923-1994) 감독은 영국의 사실주의 전통을 되살린 ‘프리 시네마’의 기수로 (1968),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Look Back in Anger>(1980) 등을 연출했다. 체제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고민한, 다소 어둡고 비판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따라서 <8월의 고래>가 의외로 여겨질 수 있지만, 노년의 삶을 다소 밝게 표현했다 뿐 평생 추구한 주제와 그리 동떨어져 보이진 않는다.
원작자 David Berry의 별장이 있는 메인의 클리프섬과 포트랜드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바다 풍광은 시설 좋은 극장에서 다시 한 번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아름답고 생각 깊은 영화가 국내에선 상영되지 못했는데, 일본에선 4년이나 롱런했다니, 일본의 예술영화 상영 환경과 관객 호응이 참 부럽다.
영화 관련 정보 소개를 마친 강사님은 각자 영화 본 소감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10인10색이라고 저마다 관심 가진 부분이 달라서 웃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어떤 분은 창에 관한 은유가 좋았다,
어떤 분은 저렇게 노인들만 사는 환경이 되어선 안 된다, 공동체 삶을 추구해야 한다,
남편 잃은 여동생 생각이 나서 자매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 읽은 노년 관련 책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다지 쇼킹하지 않았다,
우아한 자태와 신사적 태도를 실천하고 싶다 등등.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 졌으니
각기 어떤 글을 선보일지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