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문화학교]
서울의 숲으로 떠나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여행'
제 6강 _ 창경궁 숲
강사 : 이 여 송 (산림교육전문가)
주제 : 생명이 자본이다 - '생명' 키워드 다시알기
오늘은,
지난 가을부터 시작 된 [서울의 숲으로 떠나는 여행] 중 22강 째 되는 날입니다.
어느 덧 1년이 되어 갑니다. 함께 해 주신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성상 여름여행 하반기 장소는 오르내리막이 없는 평탄한 궁궐의 숲으로 정했으니
함께 걸으며 궁궐의 이야기와 조선의 역사를 함께 한 오래된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발 해 볼까요?
궁궐에 오면 마음 한켠이 아련합니다.
이런 건축물들을 지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얼마나 힘들게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과
궁궐에서 왕을 섬기는 궁녀들과 수많은 내시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던 어느날, 황산성선생의 '밤이 선생이다.' 라는 산문집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의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라는 글을 발견합니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 될 것만 같다는 내용인데요,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두터운 현재를 갖고 있지는 못하기에 서로 일깨워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겁니다.
오늘 창경궁에서 '생명'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잡았는데요, 창경궁은 기본적으로 왕실가족의 생활공간이었고, 이곳에서는
사람사는 것이 다 그렇듯, 기쁜 일 슬픈 일들의 역사가 전해져오는 공간입니다. 이 곳에서 그런 생명에 대한 이야기와 5백년이상
터를 잡고 살아온 나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산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곳은 '
성종'이 어머니, 작은어머니, 할머니를 위해 만든
효의 궁궐인 '창경궁'입니다.
일제시대때 동물원, 식물원이 있었던
아픈과거의 창경원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지요.
400년 된 홍화문을 지나 오늘의 여행장소로 출발하기 전 잠시 '동궐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창경궁은 현재 동궐도의 모습으로 복원 중)
창경궁 궐내로 들어와, 우리는 첫 번째 생태를 꾸렸습니다.
생태는 주인공과 서열이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바쁘게 돌아가는 환경속에서 살아가다보니 늘 잊고 살았는데, 다시 한번 마음깊이 새깁니다.
생물이 살아가는데는 꼭! 필요한 환경적인 요인이 3가지 있습니다.
[토양환경, 대기환경, 주변환경]
한 나무로 보이는 이 느티나무와 회화나무는
피할 수 없는 경쟁의 삶 속에서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최적의 환경을 찾은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종류가 다른 나무이기 때문에 연리지는 아니고요~ 또 다른 형태의 혼인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 다음에는 어떤 나무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가보실까요?
ps. 느티나무가 매달고 있는 '점적관수'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알려드리겠습니다. ㅋ
커다란 음(엄)나무를 지나,
생물환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자라고 있는 '쉬나무' 앞에 섰습니다.
중국 한약재에 오수유라는 것이 있는데, 오나라에서 나던 수유라는 뜻입니다.
오수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 상태로
자라지 않아 약재로 쓰기 위해 가끔 중국에서 가져다 심기도 하였는데,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나라이름 '오'를 빼고
그냥 수유나무라고 부르다가 쉬나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양반은 이사를 가면서도 쉬나무와 회화나무의 종자는 반드시 챙겨갔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쉬나무 열매로 짠
기름으로 등불을 밝혀 공부를 해야 했고, 또 가지의 뻗음이 단아하고 품위가 있어 학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회화나무도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환경적인 시선으로 볼 때 평탄한 삶은 아니었을 이 쉬나무의 고단함이 느껴지시는지요?
줄기에 하나라도 더 잔가지를 뻗어내는 모습이 안스러워보입니다.
두릅나무과의 [오갈피나무]입니다.
꽃자루가 매우 짧고 꽃이 촘촘하게 두상으로 달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동궐도를 보시면 이 곳은 전각들이 자리한 곳으로, 복원하면서 1천그루의 단풍나무가 식재되었습니다.
변절자라는 오명으로 궁궐에는 심지 않았다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숲에오니 기분좋다' 를 1, 2, 4, 8박자의 박수를 치며 한마음이 되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영~ 맞지가 않습니다. ㅋㄷㅋㄷ
가을 단풍의 대명사 단풍나무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군요~~
이름도 생소한 신나무, 산겨릅나무, 부게꽃나무, 청시닥나무, 복장나무.......
단풍나무 종류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나무가 프로펠러처럼 2장의 날개로 된 열매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날개가 벌어지는 각도는 종마다 차이가 나며 같은 종이라도 나무마다 변이가 심할 수 있습니다.
자~ 주목해주십시오.
돌콩조교가 중국이 원산인 백송에 걸려 있는 [
점적관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ㅎ
[물방울관수, drip irrigation]라고도 부르는 점적관수는~
원예시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관수방법으로, 플라스틱파이프나 튜브에 가는 구멍을 뚫어 물이 방울방울 천천히
흘러나와 원하는 부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소량의 물을 공급하는 수분절약형 관수방법을 말합니다.
방울방울 흐르게 하니 높은 수압을 요하지 않고요~ 땅이 마르지 않으며, 유수량(흘러버리는 물의 양)도 적어 적은 물을 사용
하면서도 최고의 효과를 보는 관수방법이지요.
그런데,
저렇게 나무에 매달에 놓으니 수분공급은 되겠으나 저 물이 방울방울 천천히 다 공급되는 동안 매달고 있어야 하는
단점도 보이네요. 다 좋을수는 없는건가 봅니다.ㅠ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를 모두 [참나무]라고 부르는데요~
숲의 시간에 따라 온갖 시련을 겪던 참나무에게 병이 찾아왔습니다.
한 때 곤충들에게는 무료급식소 역할을 했던 고마운 창경궁의 갈참나무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지 약물치료중이고요~
이에 반해 참나무의 모든 의도가 들어 있는 당찬 도토리 한 알에서 싹을 띄운 어린 졸참나무가
첫 여름을 맞았습니다.
거대한 갈참나무가 쓰러지면 어두컴컴했던 숲속에 갑자기 큰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화사한 햇빛이 새어들겠지요.
그 동안 거대한 참나무 그늘에 가려 제대로 자리지 못한 작은 나무들이 앞다투어 무럭무럭 자라, 첫 여름을 맞은 졸참나무의
이웃이 되어줄겁니다.
사람이나 나무나 생로병사의 자연의 순환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거대한 참나무의 죽음은 수많은 생명을
잉태합니다.
어쩌면 죽음과 삶의 상생이 생태계의 참다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고요~
우리숲의 곤충들을 먹여 살린 참나무를 만나면 꼭 보듬어 주어야겠습니다.
여름여행 6강 깜짝퀴즈~
이 꽃은 무슨나무의 꽃일까요?
힌트: 백송, 모과나무와 함께 3대 예비군나무라 불리우는 독특한 수피를 가졌고,
그릇 만드는데 쓰이다보니 자생지가 적어진 나무입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초콜렛이름은?
초콜렛이 달다를 네글자로?
옛말에 "없는 삼춘집 가지 말고 산에 가라'라는 말이 있답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먹거리가 되어준 나무였지요.
열매가 하도 달아 (달애 ->다래) 다래나무라 이름붙여졌다는 '다래'덩굴입니다.
강원도에 가면 꽃이 달리는 가지 윗부분의 잎이 개화기에 백색으로 변하는 개다래가 있는데요,
이 다래는 토종다래인 참다래입니다.
자~ 다래덩굴 대문으로 들어가보실까요?
다래덩굴 대문안으로 들어와보니 다양한 여름 풀들이 계절을 닮아 크고 시원스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첫번째 만난 친구는 잎, 꽃, 뿌리가 하얀색인 '삼백초'입니다.
만병통치약이라 불리울 정도로 뛰어난 약효를 자랑하는 삼백초의
꽃을 자세히 보시면
나이가 들어갈수록(꽃이 개화 해 갈수록)꽂꽂이 머리를 세웁니다. 인간(남자)이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것 아닐런지..ㅎㅎㅎ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 가장 멀다지요~
균형과 조화로운 삶을 위해 선생님들의 어깨 위에 나비를 한 마리씩 선물해드리겠습니다.
잠시 뒤돌아서서 눈을 감아주세요. 그런 다음 내 어깨위에 날아와 앉을 나비와 대화를 나눠주세요.
"반갑다"
"니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지는구나"
"고맙다"
"어깨가 무겁구나"
"곧, 장마가 오려는데 넌 어디에서 비를 피할 거니?"
"난, 노란꽃이 될건데, 어떤 나비가 올까?"
"나비한테 잘못한 일 없었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씀, 내 가슴부터 따뜻하게 덮혀라는 말씀, 뜻하지 않게 지나는 길에 좋은 강의도 만나고
좋은 선물도 받아 행복합니다."
관절이 약해서~~
선수 교체~
눈을 감은 두 선생님의 마음은 잘 맞춰졌었나요? ㅋㅋㅋ
쉼과 마음의 선물을 한아름 받은 다음, 우리는 다시 다래덩굴 대문을 통과해서 춘당지로 향합니다.
춘당지를 지나니 조선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 본 500년 된 느티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줄기 대부분이 보충제로 채워져 안쓰러운 모습이었으나 가지끝에 돋아난 새 잎들은 생명의 힘이 엿보였고
500살과 1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느티나무가 하는 말을 해독할수만 있다면 느티나무에게 묻고 싶습니다.
조선의 어느임금이 가장 성군이었고, 어느임금이
가장 폭군이었는지..
우리나라에서 코르크수피를 자랑하는 나무가 3종류있는데요,
그 중 으뜸인 운향과의 [황벽나무]입니다.
황벽나무의 두꺼운 코르크를 벗겨내면 밑에 샛노란색의 선명한 속껍질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포함된 여러 성분중에서
베르베른(berberine)이 황벽나무를 대표하는 성분입니다. 옛사람들은 베르베린에 향균방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과학으로 잘 알고 있어 귀중한 책이 좀먹는 것을 막기 위해 종이를 만들 때 황벽나무 속껍질에서 추출한 황물로 물을들이기도 했습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한 우리의 옛 책들이 수백 년을 지나 지금까지도 보존될 수 있었던 비빌은 우수한 한지 제조법과 아울러 황물 처리를 한 지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수정전 앞에 잘 자라고 있던 70~80년된 말채나무를 잘라내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친 적이 있었답니다.
이에 문화재청에서는 3가지 이유를 들어 원래 궁궐의 건축물 가까이에는 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첫째로는, 임금을 해치려는 자객이 나무에 숨거나 가려 보이지 않으면 낭패이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문과 건물의 일직선상에 나무가 있으면 문밖에서 볼 때 한가로운 한(閑)
자가
되니 나라가 번창할 수 없다는 것이고,
셋째로는, 담 안쪽의 가운데에 나무가 있으면 곤란한 곤(困)
자 모양이 되므로 그 또한 왕조의 앞날이 암담해 질 수있다는
것입니다.
항의하는 시민들의 태도나 대응하는 명쾌한 답변을 제시한 문화재청의 자세 모두 배울만 합니다.
창덕궁과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함께 '동궐'이라 불린 '창경궁' 참 멋집니다.
'동궐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른쪽 부분의 창경궁은 나무한그루 찾아보기 힘든 구중궁궐의 모습입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열린경호는 꿈도 꾸기 어려운 환경이었지요.
임금의 안전을 위해 나무를 심지 않을게아니라 지금처럼 열린경호를 지향하며 나무를 많이 심고 담장을 허물었다면
임금모두가 폭군이 아닌 성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한 생명은 우주보다 귀하므로 아마도 사도세자의 참변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우리 문명에서 마지막으로 남자를 길들인 우리 여자선생님들이 생명을 낳고 키워봤으니
생명의 전도사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사회가 경쟁위주에서 생명위주의 사회로 가지 않을까요~~
다시 동궐도의 모습으로 서서히 복원사업이 진행 된다는데,,,,,,,,
창경궁의 으뜸 전각 통명전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갖혀 목숨을 다한 곳 '문정전'을 뒤로 하고
창경궁에서의 여행도 마무리 되어가네요~
버드나무가 선물한 자연의 색을
동그랗게 서서 함께 바라보았습니다.그리고 손을 맞잡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내가~~
서울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단팥빵집에서 빵을 사왔는데~~~~
입구에서 반입불가라고 해서~~
아이고, 땀 나~~"
최석윤선생님!
이렇게 맛있는 단팥빵은 태어나 처음입니다.
참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3시간의 창경궁 여행을 마치고 달달한 단팥빵을 하나 씩 선물받은 여름여행선생님들~
오늘도 행복하셨지요?
다음주 제 7강 [선릉]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2017. 6.30(금) 효의 궁궐 창경궁 숲에서 돌콩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