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문화학교] 
서울의 숲으로 떠나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여행'
 제 5강 _ 금호산 둘레길 숲
강사 : 이 여 송 (산림교육전문가)
주제 : 장소맹과 식물맹 극복하기 - 내가 있는 곳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기
 
 
 
'코리안 美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 이 곳은 장충체육관입니다.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지요?
서울의 숲으로 떠나는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여행' 제 5강을 이 곳 장충체육관에서 시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故신영복선생님의 [청구회 추억]이라는 수필을 아시는지요?
청구회 추억은 신영복선생이 감옥에 들어가기 2년 전인 1966년 스물다섯의 청년 신영복과 당시는 국민학생이라 불리었던
초등학생 또래 꼬마 6명의 이야기입니다.
 
1966년 봄, 서오릉으로 문학회 소풍을 갔던 젊은 신영복은 허름한 옷차림의 꼬마들을 만나게 됩니다. 
꼬마들 역시 왕복 버스회수권 두 장, 일금 10원, 그리고 점심밥 해먹을 쌀과 찬을 보자기에 싸서 소풍을 가는 길이었지요.
아이들과 친해진 선생은 사진을 찍고, 주소를 적어주고 한 묶음의 진달래꽃을 선물받은 뒤 헤어집니다.
이 짧은 한나절의 사귐은 보름 뒤 배달된 편지 한 통으로 인해 계속 이어지게 되지요.
"요즈음 선생님은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말하던 클럽 이름 좀 지어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답장 바람."
 
신영복선생과 청구국민학생 여섯 명.
청구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장충체육관 앞이 만남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사형선고를 받고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때 쓴 이글은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어느 헌병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전해졌다합니다.
그에게 있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당연한 무엇이었고 나이와 가진 것의 많고 적음, 배움의 차이 같은 세상의 기준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기회가 되신다면 [청구회 추억] 수필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장충체육관앞에 서니 신영복선생님이 더 그리워집니다.
 
자~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여름여행 시작해볼까요?
 
'과로사' 일보직전인 은행나무의 또다른 이름 '과로수'를 만났습니다. 
많이 힘겨워보입니다.
 
아직 초입인데 숨이 턱턱 막힙니다.
잘 깍여진 잔디 위 작은 민들레 한송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계시는 소곰선생님~
'더워야 쌀밥 먹는다' 하셨다지만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ㅠ
 
'벌레혹'이라고도 부르는 [충영]입니다.
식물은 충영곤충(진딧물류, 바구미류, 나방류, 파리류, 기생벌류)의 침입을 받으면 자신의 조직에 이상을 일으킵니다.  
세포와 조직의 수를 늘려 병적으로 뚱뚱하고 비대하게 만들기 때문에 마치 식물에 혹이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죠.
대부분의 충영곤충 암컷은 산란관을 꽂아 알을 낳으면서 식물에 상처를 냅니다. 식물은 알 같은 이물질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본능적으로 방어체계를 가동시킵니다. 알 주위의 식물조직이 세포분열하면서 부풀어 올라 알을 에워싸는 거죠.
사람의 몸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백혈구가 일제히 병원균을 포위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충영은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곤충의 입장에서 보면 식물이 만든 방을 자신의 애벌레 집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충영은 식물의 조직 중에서도 왕성하게 성장 중인 조직에서 잘 발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어찌 알았는지 충영곤충들은 식물의 어린잎, 꽃눈, 새로난 줄기, 새로 난 뿌리를 공격합니다. 지혜롭다 못해 약삭빠르기까지 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충영곤충은 13,000종 정도입니다. 
 
햇살이 많은 날, 건조한 날, 바람이 많이 부는날~ 
특히 더 활발해지는 식물의 증산작용으로 인해,,   
휴~~ 살겠습니다.ㅋㅋㅋ
 
우등생 그룹은 확실히 다릅니다.ㅎㅎㅎㅎ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무슨 나무인지 정확하지 않았던, 측백나무과 - 측백나무속 - 서양측백나무를 
보고계십니다.
가뭄에도 불고하고 열매가 풍년이네요~~
 
 
 
한양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은 도성의 
지기를 보호해 준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조선 조정에서는 내사산의 산림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내사산의 나무를 베게 했던 일이 있었답니다. 바로 남산 버티고개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곳 버티고개는 유난히 좁고 험한 데다 한강진을 오가는 장사치들이 많았기에, 이 부근에는 그들을 노리는 도적떼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도적떼가 출몰하여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자, 그들을 체포하여 참형하였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성종10년에는 버티고개 일데에 도적떼가 번성하자, 조선 조정은 그 주변에 소나무 숲이 무성하여 도적떼가 숨기 때문이라 보고 한성부로 하여금 그 일대의 소나무를 모두 베게 한 것이지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철갑을 두르고 있는 것처럼 울창해 보였음에 틀림 없었나봅니다.
 
먼 길 달려와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늘 제곁에 머물며 무거운 짐을 들어주시는 최석윤선생님~
이 은혜를 어찌 다 보답해야할까요~~
 
개망초가 피기 시작하면 들녘 한귀퉁이 잠시 차지하는 소심함이 아니고, 아예 들녘 전체를 하얗게 점령해 버리기에
개망초 하면 생명력과 번식력의 상징으로 불리웁니다. 블랙데이, 로즈데이 등 다양한 기념일들이 많은 요즈음, 손 없는 날을
택해 [개망초데이]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ㅋㅋㅋ
 
효율적인 광합성을 위해 십자마주나기로 입을 펼치는 사시사철 푸른나무 [사철나무]가 꽃봉오리를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내 주변의 주옥같은 나무들에게 눈 길 한번 나눠주세요. 곧 연둣빛 앙증맞은 꽃이 피어날테니까요~~
 
이 보다 더 큰 잎사귀가 또 있을까요?
넓은 오동잎은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를 가려주는 비가리개 뿐만 아니라, 집 뒤뜰 굴뚝 옆에 심어 아황산가스를 흡착해주고
해충도 박멸해주는 등 쓰임이 많았습니다.
또한 오동나무는 자라는 속도에 비해 적당한 강도를 가졌고, 습기를 적게 빨아들이고, 잘 썩지 않으며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까지 있어 장롱, 문갑, 소반, 목침, 장례용품 등 여러 생활용품에 두루두루 쓰였습니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올 가을에는 도토리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들이 많이 배고플 것 같습니다.
적절히 공급되지 않은 수분탓으로 도토리가 여물지 않고 있네요..
식물의 해걸이는 동물의 개체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 멧돼지 출몰이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니 문 단속 철저히 해야겠습니다.ㅠㅠ
 
곧, 시원한 바람과 정성가득한 차가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만 더 힘을 내십시오.
 
오늘은 새로운 친구 하나 소개 해 드릴테니 앞으로 자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식물맹을 극복해야 하니까요..
다른 꽃들이 한창 맵시 자랑에 여념이 없는 봄날에 [모감주나무]는 꽃 피우는 일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그날, 화려한 금관의 관식 같은 황금빛 꽃이 절정을 이루지요. 
영어이름도 '골든레인트리(Golden Rain Tree)'라 하여 황금의 비가 쏟아지는 것 같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승언리에 천연기념물 제 138호로 지정된 5백여 그루의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는데요, 이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감주나무 서식지로서 황해의 모진 갯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구실을 했습니다. 이곳의 모감주나무는 중국의 산동반도에서 종자가 파도를 타고 건너와 자란 것으로 추정됩니다. (초등6학년 친구들이 이 사실을 밝혀 국무총리상을 수상)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했다지요.
여름여행에서 새로 만난 친구, 모감주나무였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가 하나씩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곳을 고향이라고도 하죠.
그래서 요즘 귀농, 귀촌을 한다고들 하는데, 10에 9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향합니다. 시골로 향하면 행복과 건강이
보장되리라 생각했지만, 사회적기반(사람과의 관계-친구, 병원, 마트)의 부족으로 인해 다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는것이죠.
'더 친절한 환경', '더 특별한 환경' 을 찾아서 떠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머물면서 자신의 생태지역을 발견해 나가고 탐구해나간다면 우리가 찾고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가까운 곳이 바로 멀리서 찾던 그 곳입니다. [장소맹 극복하기]
 
식물의 이름을 모른다기 보다는 주변의 식물, 곤충들을 인지조차도 못하고 사는 삶(자연결핍장애)이 식물맹이 아닐까요?
우리 인간이 식물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식물맹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힘겨운 오르막을 오르니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너른평상과 시원한 바람이 우릴 맞아줍니다.
낭만가득한 소곰선생님이 준비하신 따뜻한 금계국차를 나눠 마시며 힐링의 시간도 충분히 가졌습니다.
마음을 다해 완성된 선생님들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개성이 돋보입니다. 다르니까 살아가는 것이지요..ㅎㅎㅎ 
 
완성된 작품은 특별한 쓰임이 있었습니다. ㅋㅋㅋ
자~ 소중한 내 몸을 위해 오십견예방운동 시작합니다. 
건강은 소중하니까요!!!
ps. 김성규선생님.. 배꼽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ㅠㅠ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중~
 
매봉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서울(한강)의 모습입니다.
 
 
청구회 추억을 시작으로 
매봉산 숲길을 걸으며 
새로운 친구 모감주나무를 만나고
힐링의 시간 만들기를 하며 
솔바람을 맞았던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춤추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식물들을 보지도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식물맹이나,
내가 찾던 곳은 우리 가까이 있다는 장소맹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곰올림-
 
 
 
 
 
2017. 6.23(금)  금호산 둘레길 숲에서 돌콩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