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첫 강의를 시작하고, 오늘이 벌써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그 동안 함께 해주신 강사님과 수강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시간의 아쉬움을 달랬다.
오늘은 특별히 서울대학교 미술관을 찾아 실제 작품 감상과 해설을 듣는 시간이었다.   
 
 
'추함'이란 볼품없고, 보기 흉하고, 불쾌함을 나타낸다.
오늘 전시회에서는 보기 흉하고, 불쾌함을 드러내며, 때로는 역겹기(?)까지 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더욱 더 유장근 강사님이 전해주는 '추함'의 미학이 기대되는 시간이다.
아름다움조차 '추함'이 있어 더 빛날 수 있으며,
아름다움은 어쩌면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추함'의 철학을 배워 본다.
 
     
          
    
    
 
서용선 작가의 '거열형'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용선 작가는 단종애사에 등장하는
사육신에 관심이 많았고, 사지를 찢기어 죽임을 당하는 사육신의 참혹한 모습을  추상화로 담아
냈다. 오른쪽 다리만 나오는 작품은 심승옥 작가의 '부재와 임재사이'
 
    
작가 함진은 일상에서 재료를 발견하고, 선택, 수집하여 작업을 한다. 휴지, 잡지, 병, 나무젓가락,
마른 생선대가리, 땅콩 껍질 등등 - '무제 2017' 혼합재료 가변설치 작품의 일부분이다.
 
작가는 본인의 작품이 쓰레기 취급을 받아 버려진다해도 작품제작 의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
한다. 인간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문명사회 쓰레기는 현대 소비사회의 극단적인 낭비와 부조리라는
것이다.  
 
    
 
이강우 작가의 '생각의 기록'은  1980년대 암울했던 대학생활을 1994년에 표현해 낸 작품이다.
수강생들은 강사님의 목소리를 통해, 잠시 1980년대 최루탄이 난무하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깊은 생각에 잠겨 본다.
 
    
   
 
오치균 작가의  '인물'에서는 '추함'보다 섬뜩함과 무서움이 드러난다.
아래 2개의 작품 명은 '홈리스(Homeless)'이다.
노숙자 생활이 가져다 주는 암울함과 어두움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용선 작가의 세개의 작품  '자화상', '개사람', '병사들'과
장 뒤뷔페 작가의 '아버지의 충고'
 
서용선 작가는 이 세상의 모든 이미지는 관습적이거나 습관적이며, 이 세상에 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둠이 밝음을 더 빛나게 하고, 추함이 아름다움을, 슬픔이 기쁨을 더 극대화 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장 뒤뷔페의 '아버지의 충고'는
누가 아버지고 누가 아들인지 혼란스럽다.
    
   
 
최영빈, 심승욱 작가의 '소리쳐 속삭이다'와 '검은 중력'
최영빈, 구지윤 작가의 '다시 함께'와 '턱을 괸 전투경찰'
이들 작품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고통과 어둠, 혼돈 속에서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현대 추상화는 작가의 의도와 감상하는 사람의 의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평소 경험하고
싶지 않던 '추함'을 오늘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아래 2개의 화면은 작가 올리비에드 사기장의 '변형'이라는 작품의 일부분이다. 4분23초짜리 비디오
작품인데 작가 자신 스스로, 최악의 '추함'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변형을 거듭한다.
구토가 날 정도로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지하에서 만난 이 작품은 세월호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지하라는 공간이 깊은 바다 속 공간을 상징하고, 폐선의 잔해가 커다란 슬픔과 암울함을 전해준다.
 
   
   
 
'추함을 통해서만 아름다움으로 향할 수 있다'는 강사님의 마지막 말씀에 공감하면서,
모두들 오늘 이 시간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것만 같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니, 만개한 벚꽃이 더욱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