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 The Postman, 1994
1950년대 이탈리아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서 우리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
분)와 시인이 되고 싶었던 우편배달부 마리오 루뽈로(마시모 트로이시 분)를 만난다.
연애 시의 대가이자 민중에 대해 노래한 사회주의자 시인인 네루다는 정치적 성향으
로 조국 칠레에서 쫓겨난다. 다행히 이탈리아 정부에서 입국을 허가, 네루다는 디소토
섬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하는데, 경찰 허가 없이는 섬도 떠날 수 없는 처지다.
작은 섬 디소토에 네루다가 도착하자, 갑자기 우편물 양이 늘어나고, 임시우편 배달부
모집 공고가 뜬다.
고기잡이 생활에 흥미도 열정도 없던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우편배달부로 고용되고,
매일 마다 네루다의 우편물들을 나르기 시작한다.
마리오는 말재간도 없고, 항상 표현이 어눌하다. 하고 싶은 말을 뱅뱅 돌리거나 더듬는
다. 네루다는 로맨틱한 시로 뭇 여성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다. 마리오는 여자 사귀는
방법을 알고 싶어 네루다에게 접근했지만,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
마리오는 네루다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시와 은유의 세계를 만나게 되고, 네루다의
메타포(은유)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마리오, 내가 쓴 시 구절은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
지고 말아.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뿐이야."
라는 네루다의 말을 마리오는 이해할 듯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지만, ‘시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임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마리오는 네루
다의 시를 알아가면서 그와 가까워지고, 자신의 내면 깊이 감추어져 있던 뜨거운 이
성과 섬세한 감성을 발견하게 된다.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아트리체 루쏘(마리아 그라지아 쿠시노타 분)는 주점 주인
인 숙모와 살고 있다.
마리오는 이 섬에서 아름다운 게 뭔지 질문 받았을 때도 '베아트리체 루쏘' 라고 대
답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섬의 최고 미인이라고 말한다.
네루다를 통해 마리오는 아름답지만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적극적이고 열정적
인 베아트리체 루쏘와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한다.
네루다는 두 사람 결혼증인이 되어준다.
결혼식이 있던 날, 네루다는 체포 영장이 기각되어 아내와 함께 칠레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모두 기뻐하며 축하한다.
네루다가 떠나기 전날, 마리오는 마지막 우편물들을 배달한다. 네루다는 녹음기를 비
롯한 몇 가지 물건들을 두고 가면서 마리오가 가끔씩 들러 살펴달라고 부탁한다. 보고
싶을 거라며, 편지하겠다고 약속한다.
네루다는 다시 저명인사로 전 세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리오는 반가우면서도
쓸쓸하다. 네루다에게서는 소식도 없고, 직업이 없어진 마리오는 주점 일을 돕는다.
네루다가 떠난 디소토 섬에도 선거철이 온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수도 공사를 공약으로 내건다. 로사 부인과 베아트리체는 수도 공
사를 하러 인부들이 주점에 대거 몰려 올 거라는 약속을 믿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네
루다의 영향을 받은 마리오는 사회당을 지지한다.
선거는 부정선거로 얼룩 진채 민주당 승리로 끝나고, 수도를 놓아주기로 했던 공약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는다. 주점에 묵기로 했던 인부들도 떠나버리고 주점 사정도 어
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베아트리체는 임신한다.
현실에 좌절한 마리오는 아들이름을 파블로 네루다를 따 ‘파블리토’로 짓고, 칠레로
이민 가서 시를 배우며, 키우고 싶다고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냉담하다. 네루다에게서
소식 한 통 없기 때문이다.
네루다의 옛 집에서 그가 남긴 물건들을 돌아보던 마리오는 녹음기를 틀어본다.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던 네루다의 목소리가 흐른다.
마리오는 우체국장 코스메의 도움을 받아 녹음기를 야외에 설치하고, 네루다로부터
받았던 질문에 뒤늦은 답을 찾고, 섬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녹음한다.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아버지의 고생스럽던 그
물, 성당 종소리, 반짝이는 별, 아들 파블로토의 심장소리를 담는다.
어느 날, 마리오는 네루다가 기뻐할 거라며 사회주위 시위에 참가하기로 한다. 마리
오는 연단에서 시를 낭송하기로 했지만 진압군의 폭력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우왕좌왕하는 군중 속에 깔려죽고 만다.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파블로 네루다는 수년이 지나서야 아내와 함께 다시 이탈리아에 들려, 디소토 섬을
찾는다.
주점으로 들어선 네루다와 그의 아내는 마리오 결혼식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마리오를 빼닮은 ‘파블리토’가 공놀이를 하며 나타나고, 베아트리체는 네루다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한다.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녹음한 테이프를 가져온다. 원래 네루다에게 보내줬어야 했
지만 자신이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 파블로 선생님께, 전 마리오입니다. 절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선생님 친구
분들께 우리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 적이 있었죠. 전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알 것 같아 이 테이프를 보냅니다. -
마리오는 자신이 시를 지었음을 밝힌다. 창피해서 여기서 읽지는 않겠지만, 군중 앞
에서 이 시를 읽게 되었다고 전한다.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님께 바치는 노래>이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없었다면 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네루다는 마리오와 함께 대화 나누던 해변을 거닐며 그를 회상한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와 칠레 현대사에 얽힌
정치적 비극을 조금은 코믹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마리오의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은 당시 무겁고 어둡던 사회 분위기를 그대
로 전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리오의 죽음과 그를 닮은 아들 파블리토의 모습이 오랫
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다.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영화의 원작이다.
* 스틸 사진 : 네이버 영화
모더레이터 박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