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 (Still Alice, 2014) - 수요 영화관
“지금이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야”-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앓는 주인공
'앨리스'의 말이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맴돈다.
영화 <스틸 앨리스>는 루게릭 투병 중이던 '리처드 글랫저' 감독의 유작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감독의 마음이 앨리스의 상황을 통해 고스란
히 드러난다. 자신이 겪고 있던 상황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느끼는 두
려움과 고독을 동변상린의 마음으로 함께 했을 것이다.
<스틸 앨리스>의 공동 각본가이자 연출가였던 글랫저 감독은 투병생활 중에도
마지막까지 이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감독과 함께 이 영화를 만들었다.
컬럼비아 대학 언어학 교수, 사랑받는 아내, 1남 2녀 엄마로 행복한 삶을 살아
가던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는 자꾸 깜박 깜박 뭔가 잊어버리는 횟수가 늘어
가고, 항상 사용하던 단어도, 약속도 자주 생각나질 않는다. 혼자 걱정하던 앨
리스는 병원을 찾게 되고, 희귀성(유전성) 알츠하이머라는 판정을 받는다.
유전성이란 말에 더 크게 상심하는 앨리스 모습에서 강한 모정이 느껴진다.
기억을 잃어가는 극한 상황에 처하면서도 소중한 기억들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꿋꿋하게 병과에 맞서나가는 과정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
을 전한다.
기억상실 팔찌를 차고 생활하는 그녀는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앨리스는 자신의 노트북에 -나중에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서랍에 둔 약을 모두
복용하고 침대에 누워 자면 된다.- 는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나비>라는
새폴더에 저장하고, 약을 서랍에 몰래 보관한다.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리스는 남겨진 소중한 시간들 앞에 온전한 자신으로 남
기 위해 당당히 삶과 맞서나간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라던 그녀는 남편 '존'(알렉 볼드윈 분)과 안식년을
함께 즐기고 싶고, 큰 딸 '애나'(케이트 보스워스 분)의 쌍둥이 출산, 아들 '탐'
(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의 졸업 등을 모두 지켜보고 싶다. 작은 딸 리디아(크리
스틴 스튜어트 분)는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LA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직접 배
우로도 활동한다. 경제적으로는 힘들어도 자기 일에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데, 앨리스는 그런 리디아에게 항상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권하곤 했다.
앨리스는 치매협회에 강사로 초대받아, 자신의 상황을 밝히는 자리에 서게 된
다. “내가 고통 받는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나는 애쓰고 있어요. 예전의 나로
남아있기위해... 순간을 사는 것,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 것,... 내일은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오늘 이 자리는 제게 큰 의미입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네요." 감동적인 고백에 가족들도 눈시울을 붉히고, 청중들도 감격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