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보이즈> Delta Boys, 2016 - 수요영화관
남성 4인조 중창단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서민의 고달픈 삶과 어우러져
웃음과 애잔함을 함께 전해준다.
<델타 보이즈>는 고봉수 감독의 독립영화다.
오늘은 모은영 영화평론가의 영화해설도 있었다.
고봉수 감독과 사단이라 불리는 출연진들은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델타 보이즈>는 웃기지만 인생의 페이소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영화다.
감독은 250만원을 들여 단 9회 차 촬영으로 2시간짜리 영화 <델타 보이즈>를 완성
했다. 재능과 진심으로 악조건을 극복한 영화다.
감독은 시나리오 없이 상황만 제시하고, 배우들 애드리브를 통해 만들어졌다.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 이야기지만, 전형적인 구조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음악영화라 하기엔 ‘제리코’ 한 곡을 완성하는 지지부진한 과정이 그려져 있어 애매하
다. 오히려 음식영화라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강일록(백승환 분)과
미국에서 (빈손으로)돌아와 일록에게 얹혀사는 차예건(이웅빈 분)은 많은 장면에서
서로 마주보며 라면을 먹는다. 두 사람은 하루세끼 라면만 먹는 신세다. 일록은 예건
의 권유로 '남성 4중창단 대회'에 참가하기위해 파트너 모집 공고를 붙인다.
4인조 중창단에 3번째로 합류하게 되는 최대용(신민재 분)은 시장에서 생선가게 점원
으로 살지만 마음만은 넉넉하다. 항상 두 손에 들고 오는 비닐봉지 속에는 맛있는 음
식들이 가득하다. 떡(인절미), 치킨, 식혜, 약밥, 과자, 아이스크림, 삼겹살과 소주, 햄버
거 등 대용이 사오는 음식으로 일록과 예건은 겨우 영양 보충을 하며 산다.
대용은 아는 동생 노준세(김충길 분)를 중창단에 끌어들인다.
4사람 중 제일 젊은 준세만 유부남이다.
준세는 아내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도넛 장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준세 아내 지혜(윤지혜 분)는 남편이 대용 형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노래하는
것도 강하게 반대한다. 준세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합류하게 된다.
이제 제대로 노래연습을 시작하는데, 어느 날 일록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남성 4중창단 대회는 지원팀이 적어 취소되었다.’는 일방적 통보였다.
일록은 이 사실을 혼자만 알고 내심 괴로워한다.
이제 겨우 한마음으로 열심히 노래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차마 말할
수 없다.
일록은 대용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노래가 하고 싶은 것인지?’ 대용은 ‘글쎄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곧 자신의 진심을 어눌하게 털어놓는다.
- 어릴 때 가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그게 내 꿈이라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
다. 오랫동안 필드에서 계속 뛰고 있는 축구선수 김병지를 보면서, 나는 열
정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있으나마나한 존재였지만, 우리 4
명의 음이 딱 맞았을 때, 나는 내 파트에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란 걸 느
꼈다. -
답답한 현실, 한심한 인생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40 넘은 나이에도 열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주인공 4명의 캐릭터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돋보인다.
영화 내내 보여주던 이들의 헤어스타일은 공연 리허설 전에 단정하게 자르면서 정돈
된다.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멋진 스스로 리허설 장면을 연출한다.
허름한 옥상 무대에서 ‘제리코’ 노래가 끝나갈 즈음, 우렁찬 관객의 박수소리가 들리면
서 영화는 끝난다. 그들은 과연 무대에 서보기나 할까?
열정적인 그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오리라 믿고 싶다.
*스틸 사진 : 네이버 영화
모더레이터 박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