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학교]
서울의 숲으로 떠나는 숲속인생교실 제 3강 _ 백사실 계곡 숲
일시 : 2018. 9. 25(화) 오후 2시~5시
주제 : [인문학] 관계 - 도토리의 여행
강사 : 소곰선생 이여송
출석율 최고!
활기찬 에너지 최고!
9월에 만난 숲 속 인생교실 선생님들~ 오늘도 신나게 출발해볼까요?
서울의 숲에서 만나는 숲 속 인생교실 제 3강은 단풍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단풍 그 고운 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단풍이 드는 주 원인은 광주기와 온도로 봅니다.
가을이 되면 주야간의 일교차가 심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야간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낙엽성 식물은 겨울채비를 시작합니다.
식물의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분(탄수화물)은 저녁이 되면 유관속을 통해 뿌리로
전달되는데, 점점 기온이 하강하면서 겨울의 동해를 대비해 체내의 수분은 줄이고
당분함량은 높이는 작업을 합니다.
이때, 초록 나뭇잎속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숨어 있던 원래의 색(노랑, 빨강, 주황, 갈색)이 드러나는 것을
단풍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단풍, 알고보니 참 쉽죠? ㅎㅎㅎㅎ
그렇다면
단풍은 숲 어디쯤이 가장 아름답게 물들까요?
사람도 우여곡절이 많고 인생의 붙임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만큼 힘은 들지만
멋진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듯, 이 나무들도 추위와 더위 차를 심하는 겪는
계곡 주변 나무들의 단풍이 더 아름답게 물듭니다.
이 가을,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하고 싶으시거든 계곡이 아름다운 숲으로 여행 떠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백사실 계곡 숲으로 오르는 길에는
담쟁이덩굴이 유난히도 예쁜 골목을 지나야 하는데요,
대부분 나무의 잎들은 떨어질 때 잎자루까지 함께 떨어지는데,
이 담쟁이덩굴은 이파리만 먼저 떨어지고 잎자루는 한동안 줄기에 붙어 있다 떨어집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잎자루를 남겨둔 2017년 담쟁이덩굴 단풍모습 - 북한산구름정원길]
잎자루는
양분이 잎으로 가는 길목이면서 잎에 필요한 양분을 저장하는 창고입니다.
잎에 있던 양분을 잎자루로 보낸다음 잎을 떨구고, 그런다음
잎자루에 있던 양분도 모두 줄기나 뿌리속으로 전달되면 그때서야 잎자루를 떨구는 것입니다.
여기서 담쟁이덩굴이 잎을 먼저 떨구는 또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요,
가까이 가야 볼 수 있는 담쟁이덩굴의 열매를 좀 보아주세요.
커다란 담쟁이덩굴 잎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던 다 익은 포도송이같은 열매들을
새들이 보고 찾아올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낙엽들과는 다르게 잎을 떨구는 담쟁이덩굴 이야기도 신기하고
거기에 집을 짓고 사는 벌들을 보며 공존을 배웁니다.
헛 둘! 헛 둘!
조금만 힘을 내십시오.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오르고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한양도성의 밖인지 안인지 성곽과 내사산을 바라보며
위치이야기를 나눈 다음,
조금 더 오르니,
우람하게 성장하여 많은 생명들을 품고 살아가는 상수리나무가 우리를 맞아줍니다.
[나무 하나에]
글 - 김장성 낭독 - 홍만조선생님
나무 하나에 구멍이 하나
구멍 속에 사는 다람쥐 다섯
나무 하나에 둥지가 하나
둥지 속 갓 깬 아기들이랑
엄마랑 아빠랑 오목눈이 여덟
나무 하나에 벌레 자리 하나
거기 모여 나뭇진을 먹는
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나방..... 합쳐서 열두엇
나무 하나에 벌집이 하나
거기 알 낳아 새끼 기르는 웽웽 쌍살벌이 스물서너대여섯
나무 하나에,
밑동부터 줄기랑 가지, 이파리까지 매미랑 개미랑 노린재, 무당벌레
서른, 마흔, 쉰, 예순,....
그 나무거죽 아래
무수한 잎새 뒤에
땅속 가지 많은 뿌리 가장자리에
꼬물꼬물 애벌레가 이백, 삼백, 사백,......
그리고
낮고 높은 산 속에
그 많은 식구들을 다 데리고 사는
꼭 그런 나무가
몇백, 몇천, 몇만,...
생명을 품는, 생명을 기르는, 생명을 이루는 나무 이야기
완전 감동입니다.
툭! 툭! 투두둑!
숲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를 경험한
신기한 체험 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4세로 조사되고 있는데요,
건강하게 사는 행복기대수명은 74세입니다.
건강한 수명으로 따지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듯 합니다.
내 삶에 앞으로 남은 도토리는 몇개일까요?
도토리 한 개 남았습니다.
도토리 두 개 남았습니다.
.
.
.
.
도토리 스무 개 남았습니다.
(아이쿠 다리야.ㅎㅎㅎㅎ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
내 삶에 남은 도토리를 생각하며
도토리를 포함한 다양한 열매들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종류별로 구분해보고,,
날아서, 먹혀서, 굴러서,
다양한 방법으로 열매를 이동시키는 전략도 알아본다음,
열매를 향해 달려~ 놀이로 동심으로 돌아가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 여행' 이라는 꽃 말을 가진
박주가리 씨앗도 날려보았고~
다람쥐, 청설모, 멧돼지, 곰, 어치, 도토리거위벌레 등
도토리를 좋아하는 여러 동물들을 어렵게 피해 참나무 한그루도 숲에 선물했습니다.
숲의 많은 생명을 살리는 도토리와 함께 여행하는 지금(present),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네 소원을 말해봐!"
무슨 소원이시길래? ㅎㅎㅎㅎ
혹시라도 실패하셨다해도 걱정 마세요.
소곰선생이 일거에 해결해드립니다.
"우리 선생님들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숲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시간~
[백사실계곡 별서터 이야기]
이곳은 원래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허진인 이라는 사람이 개척하였고,
그 후 한때는 추사 김정희선생의 별서였다가 1830년대 증건되었었고,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유적지내에 현재 남아 있는 많은 주춧돌로 보아 600여평의 별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저 쪽 연못과 육각정의 초석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서쪽 언덕위에는 月巖(월암)이라고 새겨진 각자바위가 있고, 동쪽 계곡 상류에는
白石洞天(백석동천)이라고 이곳 지명을 새겨놓은 각자바위가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길지와 흉지]
숲에서나 들에서 만난 예쁜꽃을 꺾어다 집에 가져다 놓으면 그 숲속에서 본 것 만큼
감동이 없습니다. 왜 일까요?
그 꽃과 함께 했던 자연(나무와 바위, 바람, 흙)을 그 곳에 두고 왔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정자를 도심 한복판에 옮겨 놓으면 그다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 이곳은 길지 일까요? 흉지일까요?
조선의 모든정자는 흉지에 앉아 있습니다.
내가 흉지에 앉아야 길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의 정자들이 아름다운 것은 장인들의 뛰어난 솜씨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대자연의 풍경속에 놓여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농부가 밭을 갈면 새들이 날아와 뒤짚어진 흙에서 나온 곤충을 잡아 먹 듯,
의도하지 않은 나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생색내는 삶이 아닌 자연스럽고 유연한 삶의 이야기를 가득 품고 있는
생명의 산실 돌탑에 우리도 동참해봅니다.
'밤'을 영어로? Night 그럼, 밤나무는 영어로? Night tree
알밤은 egg night, 한국밤은 코리안 나이트, 미국밤은 어메리칸 나이트 ㅎㅎㅎㅎㅎ
농담이구요~
이 나무는 선생님들도 잘 아시는 '밤나무' 입니다.
이 나무와의 첫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 때보다는 나무의 수세가 많이 기울어 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숲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나무가 가치를 친다는 의미는 가지가 늘어나는 것(분지, branch)도 의미하고,
가지를 떨구는 것(pruning)도 의미합니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밤나무 한 그루를 재현해 보면서
주변에 있는 나무를 배려하며 필요한 만큼만 가지를 뻗는 나무의 지혜를 배우고
뿌리가 뻗는 만큼 땅 속을 점유하는 수목의 생리를 배우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古木(고목)이 되어 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연륜이 쌓이고 더 많은 생명체들은 끌어 안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지의 분지(branch)를 계속 해 나아가기 보다는
뿌리 쪽으로의 가지치기(branch)를 더 많이 해서 튼튼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아름답고 유연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피부미용과 피로회복, 감기예방 등에 효능이 있으며
특히 생밤의 비타민C성분은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어 술안주로도 아주 좋은데요,
자연과 사랑은 하나입니다. 분리될 수 없지요. ㅎㅎ
(생율 맛있게 드셨나요?)
[백석동천]
그 해 가뭄이 들어 흉년이 들면
여기 이 도토리가 열리는 상수리나무가 산에서 들녘을 내려다보다가
도토리를 많이 만들어 사람들을 살렸습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어서 도토리를 하나라도 더 얻겠다고 돌로
나무를 내리쳐 이렇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동네 반대편쪽을 내리쳤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픈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힘들면 나무들도 많이 아팠답니다.
도토리 2개를 주우며 시작되었던 도토리의 여행이 마무리되어갑니다.
도토리가 엄마나무를 멀리 떠나 발아할 확률이 1000분의 1, 아니 1000만분의 1 정도로
매우 낮은데,
그 낮은 확률마저도 낮추는 인간의 이기적인 싹쓸이가 멈춰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백석은 백악(북악산)을 말하고, 동천은 수려한 골짜기를 말합니다.
즉, 백석동천은 백악의 아름다운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좋은 계곡을 말하지요.
오늘 백석동천에서 숲여행을 마치고
열세분의 선생님들과 야간숲체험을 했습니다.
딴짓의 즐거움이란게 이런건가 봅니다.
다음주 화요일은 한글날이라 쉬고
그 다음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