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속이 후련한 은퇴설계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갈팡질팡 퇴직 후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여기저기 교육현장을 떠돌아다니는 교육 유목민이 됩니다. 올바른 목동이 필요하지만 세상은 나이든 사람에게 관대하지 않고 싸늘한 시선만 여기저기서 감지됩니다. 이들을 인도하겠다는 강사들도 수강생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강사가 아는 것을 파워포인트에 의지해서 속사포같이 쏘아대고 강사료만 챙겨가는 현장을 많이 보며 참 답답했습니다.

 

이번 교육은 시작부터가 좀 달랐습니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교육내용에 대한 메일이나 문자로 인식시켜주고 식전행사로 1:1전문가 상담을 통해 노후준비 종합 진단 및 재무상담(개인연금 활용법)을 해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나는 좀 서둘러 재무진단을 받기위해 1시간 전에 교육장소인 서울 역사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사전 접수자 코너에서 서명을 하고 피로회복제 박카스 한 병과 참고자료 및 쿠폰 두 장을 받았습니다. 쿠폰으로 케이터링박스와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교환 합니다. 케이터링 박스에는 저녁 요기 하라고 작은 햄버거 두 개와 꼬치 과일이 들어있습니다. 집에 가서 아내와 같이 먹기 위해 가방 속에 집어넣고 의자에 앉아 악마처럼 검지만 사랑처럼 달콤한 커피를 마십니다. 속이 따뜻해 오고 정신이 맑아집니다.

 

내가 남들보다 빨리 온 목적이 개인 상담을 받기 위함인데 상담창구에 사람이 1+1(원프러스원)처럼 대기 상담자가 서 있습니다. 입으로는 커피를 마시며 눈으로는 빈자리 기회를 살피다가 틈새자리에 잽싸게 앉았습니다.

 

상담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요즘 은행이자로 노후 생활에 보탬을 받던 사람들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금리에 파랗게 질려있습니다. 지금은 저축의 시대가 아니라 투자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평생 한 우물인 직장에만 올 인한 사람은 투자처를 찾지 못합니다. 나이든 사람의 돈을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가 가득한 세상입니다. 나도 이런 문제를 상담했습니다. 젊고 똑 소리 나는 카운슬러는 현재의 금융실태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각종 자료를 설명합니다. 나아가 미래 시장에 대한 예측을 해 줍니다. 판단과 실행은 나의 몫이지만 현실감 있는 많은 조언이 고마웠습니다.

 

강의장에 6시 40분경 입장을 하니 7시에 진행을 맡아볼 예쁜 이미옥 (NS홈쇼핑 쇼핑호스트) 사회자가 주제 발표를 할 강사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카메라맨들은 좋은 자리 선점과 카메라 앵글 테스트에 여념이 없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준비와 연습의 차이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서울시 담당과장이 50플러스 세대를 위해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간략히 설명합니다. 퇴직으로 제도권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 붐 세대에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차는 다릅니다. 안테나를 높이 올리고 귀를 기우리고 뛰어다니는 퇴직자와 어떻게 되겠지 하고 기다리는 사람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첫 시간은 ‘재직자가 들려주는 인생이모작’이라는 주제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소속이며 한양길라잡이 대표인 이상욱님이 서울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인터넷에서 카페를 운영과 강의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강사가 주장하는 은퇴설계 6원칙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1, 은퇴설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 나의 회사 동료를 줄여라 (지금의 안식처에 안주하지 마라.)

3, 진정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 (그래야 열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4, 한시도 멈추지 마라(세상은 계속 변한다. 근면해야 산다.)

5, 돈 투자보다 몸 투자를 하라 (나이 들어 돈을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

6, 나눔의 행복 (더불어 살아야 행복하다. 동료와 함께 강의 무대에 올라라)

 

강사의 유머감각과 자신감이 돋보였고 강의를 혼자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카페회원 여러 명이 공동으로 한다는 것이 인상적 이였습니다.

 

둘째시간은 ‘은퇴준비를 위한 머니코칭’이라는 주제로 세무사이며 현대증권 연금상품운영부 문경찬 팀장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젊은 강사입니다. 나는 세상을 적게 산,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에게 하는 경험 인생 강의는 별로 신뢰 하지 않습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들으나 마나한 이야기로 뜬구름 잡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강사의 강의 내용은 알곡입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각 연금의 특성을 말하고 퇴직 전 주기별 자산관리와 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대비하여 분산해서 수령해야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증권회사 맨 이니까 주식 사라고 부추길지 알았는데 그런 말은 아예 없습니다. 주식을 하려면 우량주에 장기투자를 권합니다. 금융전문 강사는 어떻게 본인의 자산관리를 하느냐고 묻자 점점 자산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의아해 하는 수강생들에게 아내 명의로 재산을 돌리기 때문이라고 조크를 합니다. 본인은 목적투자를 하고 이익이 실현되면 찾아서 다시 재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세 번째 강사는 호스피스와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도 중국어 중급반 강사로 봉사활동 하는 퇴직자 봉사활동의 대명사 유장근님 입니다. 퇴직 후 무료하게 하루 이틀 나날을 보내던 중 아내의 권유로 아내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800km 도보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치 있는 삶을 살기로 작정을 하고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아내가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아내를 추켜세웁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봉사활동으로 남을 돕는 가치 있는 삶도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강사는 장년층 유망직종을 소개하는 시간인데 미래창조교육연구원의 박임진 원장입니다. 박원장은 심리학을 전공한 박사입니다. 강의의 전반부는 은퇴시기의 불안한 심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스스로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방법으로 거울을 보고 어린아이들 잼잼과 같은 동작을 하면서 ‘좋았어,좋았어’하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해보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집니다. 이런 마인드 콘트롤을 통해 수강생의 시선을 홀딱 낚아챕니다. 구체적 장년층 유망직종으로 진로탐색사, 인성교육지도사, 사이버평판관리사, 소프트웨어코딩지도사에 대한 배경과 장래성에 대한 설명을 보탭니다. 인생을 살아본 경험 있는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전략직종입니다.

 

우리는 노후준비 필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이 말처럼 막연한 말도 없습니다. 주최측에서 유인물로 준 ‘당신의 노후는 어떠한가?’라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봅니다. 첫 번째 항목이 ‘노후 안정성 체크리스트로’ 총 9가지 항목입니다. 정년 10년 전부터 자금계획을 세우고 있느냐? 회사사람 말고 신뢰하는 사람이 있느냐? 등을 물어봅니다. 두 번째 항목으로 ‘노후자금 관리를 위한 체크리스트’로 9개의 세부 항목이 있습니다. 소득의 일정부분을 계속 저축하고 있는지와 의료실비 보험 가입여부를 묻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말이 있지만 이러다가 출생 시부터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씁쓸하기도 합니다. 흙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고달픈 서민의 자화상입니다. 콘서트 종합평가 설문지를 제출하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5월18일 시작하는 2회차 콘서트‘부부가 함께하는 노후준비’가 기다려집니다. 시간이 짧아서 개별적인 질문을 할 수 없는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강사의 이메일 정도는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