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성이 까다롭지 않고 건강하여 가리지 않고 아무것이나 잘 먹습니다. 아내가 집에 없어도 끼니는 찾아먹을 만큼 열린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가 음식점에서 음식을 너무 맛있게 하여 과식하게 만든다는 불만도 품고 있습니다. 고기자체의 감칠 맛이 있는데 더 맛있게 한다고 배도 갈아 넣고 각종 향 식료를 첨가하니 너무 맛있어서 과식하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습니다. 과거보다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다양하고 맛이 좋아 예전에 귀하던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는 지나친 요리발전이 한 몫을해서  불만입니다.

 

     

 

도심권이모작센터에서 건강에 좋은 약선 요리 강습이 있다고 해서 귀가 솔깃하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고 했습니다. 마침 여유 시간도 있는데 잘되었다 싶어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강사분이 약선 요리 연구자이며 보건행정학을 비롯하여 가정학과,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한방건강학과까지 졸업한 문무를 겸비한 실력파입니다. 나는 책을 한권사도 저자의 학력, 경력과 목차를 꼼꼼히 살핍니다. 아무리 요리에 대해서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나 나름 판단기준을 갖고 꼼꼼히 살피고 등록합니다.   

 

    

 우선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선생님의 강좌를 여는 목적입니다. “먹거리의 걱정이 없어진 요즘 많은 분들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병이 아닙니다. 대사증후군의 증상의 하나일 뿐입니다. 식이요법으로 운동으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잘못된 식습관을 잡아드리고 건강한 먹거리 식단을 제공하여 노후에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간결하고도 절실한 문구가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강습은 8강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일반 강의장을 개조해서 요리 강습장 으로 만들다보니 씽크대나 조리대가 다소 불편합니다. 또 두 시간 내에 수업을 끝내야 하니까 선생님이 철저히 조리 시간과 조리조건을 감안하여 재료와 레시피를 준비해야 합니다. 모두12명이 등록을 했는데 남자 3명에 여자 9명입니다. 한 팀에 4명씩 3팀으로 나누었고 공교롭게도 한 팀에 청일점 남자가 있습니다.  

 

 

    

첫째 날이  캐슈넛우엉셀러드, 삼치미트볼, 즉석피클 요리입니다. 우엉껍질 벗기는 법부터 내 눈에는 신기합니다. 오이 속을 파내고 피클을 만드는 것은 아내도 모르는 비법입니다. 둘째 날은 장탕수 연잎 밥인데 장탕수는 선생님이 본인의 주특기를 살려 여러 약초를 넣어서 만들어낸 약선물입니다. 이 물로 밥을 하면 밥이 약간 녹색 빛을 띠고 있는데 밥맛이 좋고 천연 약재가 들어있으니 몸에도 좋습니다.

 

 

 

 

     

 

 

셋째 날은 우렁 쌈밥에 제육볶음 쌈 야채를 만들었습니다. 쌈장을 만드는 비법이 하이라이트입니다. 넷째 날은 김치, 케일에 날치알새우쌈밥, 연근빈대떡에 야채스틱 쌈장을 만들었습니다. 새우의 붉은 빛을 살리고 폼 나게 올려놓는 것이 백미입니다. 다섯째 날은 불고기 샐러드에 굴전과 즉석 겉절이를 만들었습니다. 겉절이를 좋아한다는 남자 수강생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굴전은 기름에 튀기는 것이 아니라 기름을 아주 적게 쓰면서 굽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약선 비법 입니다. 여섯째 날은 연근유자청셀러드에 오징어무침, 무 깍두기를 만들었습니다. 무 깍두기는 써는 것이 아니라 칼로 빗어 식초와 설탕을 알맞은 비율로 배합하여 새콤달콤한 독특한 깍두기 맛을 만들어 냅니다.

    

 

 

일곱째 날은 두부돈까스와 단호박 요구르트샐러드와 레인보우 피클을 만들었습니다. 두부를 으깨고 물기를 짜는 일에 남자의 완력이 필요한 내가 큰 역할을 한 날입니다. 마지막 여덟 번째 날은 약선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약선 쿠키는 견과쿠키와 버터쿠키를 만들어 전량 불우이웃 돕기에 기증을 하였습니다. 두개씩 소포장을 하고 예쁜 상자에 담아 가난한 이웃에 전달된다니 뿌듯합니다. 이렇게 모든 강습은 끝이 났습니다.

    

 

 

 

 

나는 요리를 잘 배워 식당을 차린다거나 아내 대신 내가 주방을 차지할 생각은 애당초 없습니다. 아내는 신보다 내게는 필요한 사람입니다. 신은 위대하지만 너무 멀리 있고 아내는 부족하지만 늘 내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요리하는 사람의 고충과 정성을 이해합니다. 이제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서 단순히 맛있다고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이 요리에 어떤 재료가 투입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했느냐를 음미하면서 맛을 보면 더욱 먹는 즐거움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요리를 배우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요리강습이 있는 날에는 요리사진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올립니다. 며느리가 제일 먼저 반깁니다. ‘아버님 저도 만들어 주세요.’ 라는 댓글을 답니다. 나를 빙그레 미소 짓게 만드는 문자입니다. 가족의 응원과 사랑을 받으려면 뭔가는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할 말이 있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잘 지도해주시고 개인적으로 사상체질 말씀까지 해주신 약선요리 전문가 박신성 선생님과 함께 지도 해주신 박은택 선생님도 고맙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리둥절하고 버벅 거리는 나를 잘 지도해주신 우리 팀의 여성분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남자 수강생 세 사람과는 두 번 이나 술잔을 기우리며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남자 수강생에게도 동지 같은 친근감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