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억해서 올바르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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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플러스세대가 기록하는 마을공동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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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천구에 사는 원OO씨(50)는 올해 6월부터 50플러스 마을기록지원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양천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을 주민들의 활동들을 잘 기억해서 올바르게 기록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동네 고교 동창생들이 모여 친목을 다진 얘기를 기록하지는 않는다.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성격의 나눔과 봉사활동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다.

공공성을 띤 마을공동체 활동에 대한 기록과 같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을 기록한다.

 

 

「서울의 스토리를 히스토리로」- 서울기록원 계단

 

 

 

■ 마을활동을 취재하고 기록한다

 

50플러스 마을기록지원단은 서울시 50플러스 보람일자리사업의 일환이다.

올해 50플러스 마을 기록지원단 모집에는 강북, 광진, 금천, 도봉, 서초, 양천, 영등포, 동대문 등 8개 자치구가 참여했다.

지난 5월, 총 30명이 6: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됐으며 4일간의 교육을 받고 6월부터 자치구별로 각각 3명∼4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자치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소속으로 올해 「자치구 내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 활동을 취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마을활동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마을기록지원단의 기록의 대상인 「마을 활동」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러나, 그 성격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우리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면서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움직임이다. 그리고, 그 소소한 움직임들이 기록된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사례 1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어 오던 곳이 빈터가 되고, 잡풀도 우거지고, 쓰레기 또한 마구 버려지면서 주민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됐다.

이곳을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공원의 이른바 ‘크린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제는 깨끗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고, 누구나 쉬고 갈 수 있는 장소로 변신했다.

마을 사람들의 자진 참여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생활 모습을 보여준 사례이다. 마을기록지원단이 당연히 기록할 내용이다.

 

 

 

 

마을 공동체 활동의 결실-오고 싶은 공간으로 바뀐 어린이공원 조성에는 아이들도 같이 했다

 

 

#사례 2

80세가 넘은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뜨개질을 통한 마을 활동을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버려진 양말목을 이용, 뜨개질을 함께 하면서, 나무들을 위한 옷을 만들어 입혀주고 월동준비를 했다.

뜨개질을 함께 하면서 이웃 간에 알고 지내게 됐고, 여기서 형성된 관계는 이른바 공동체 형성의 밑거름이 됐다.

 

#사례 3

「아빠와 함께 세상을 배워나가는 활동」모습도 기록할 가치가 있는 좋은 대상이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의 아버지들이 자녀들의 인성교육과 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함께한 경우다. 아이들에게는 사회성을 키워주고, 부모와 자식 간의 교감, 그리고, 아버지들끼리 관계를 형성하면서,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사례이다.

 

 

내가 참여하면 내가 사는 곳은 곧 우리마을이 될 수 있다.

 

 

■ 마을기록의 취재 대상

 

이렇듯, 마을 활동은 꼭 뉴스라고 할 수도 없고, 딱히 정보라고 보기도 어렵고, 요란하지도 않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 동네 사람들이 함께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기록지원단은 그러한 모습의 마을 활동을 취재하고 기록하는 일을 수행한다. 그러나, 마을기록지원단은 전문 언론인이 아니기 때문에 취재 대상을 직접 찾고, 취재하고, 기록으로 보존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마을기록지원단은 소속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다.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는 자치구 내 이른바 마을공동체 사업을 수행할 주체와 활동 내용을 공모하면서, 여러 형태의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공동체 활동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후 공모를 통해서 마을공동체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사업지기) 선정한다. 그 주체와 활동은 마을기록지원단 활동의 기본적인 취재원이 된다.

 

 

마을기록지원단은 많은 취재원과 만나 취재하고 기록한다.

 

 

마을기록지원단이 취재할 것은 비단 이것만은 아니다. 내가 사는 마을을 기록하는 만큼 마을의 모습 자체도 취재원이 된다.

이를테면, 우리 마을에서 잊히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둘 가치가 있는 것, 없어지기 전에 실체를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는 것 등도 취재원이 될 수 있다.

마을도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찾아서 우리 마을의 역사로 기록해 놓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 대상은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사물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과 마을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사례들

 

 

 

■ 50플러스세대에게 알맞는 마을기록

 

50플러스세대는 「쉴 자리」보다는 「일자리」를 아직은 찾아야 할 때다. 마을기록지원단은 50플러스세대에게 알맞은 보람일자리의 하나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50플러스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들어왔다.

하여 50플러스 세대가 갖고 있는 인생 경험과 함께 한다면, 마을을 기록하는 일이 50플러스세대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양천구에서 마을 기록을 담당하는 원OO씨가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그랬다.

“내가 살고 있고, 누구보다도 잘 아는 곳이라, 내가 느끼고 본 마을 사람들 모습을 기억만 할 것이 아니라 기록해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고, 보람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원OO씨는 「양천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 배치된 다른 마을기록지원단 3명과 함께 조장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래도 “매일매일이 새롭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

 

 

50플러스세대는 쉴 자리 보다는 일자리를 찾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