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도심에 등장한 ‘낭만의 삼륜 인력거’

 

 

얼마 전 청명한 하늘을 드러낸 가을의 기상이 우리 모두의 기다림을 알고 있듯 오색 단풍의 소식과 풍요의 서곡을 도심의 곳곳에까지 전달해주던 오랜만의 맑은 날 오후였다.

 

언제나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명동의 복잡한 한복판을 거닐 때의 일이다. 유럽에서 온 외국관광객 부부가 몸이 불편해 보이는 아내를 휠체어에 싣고 열다섯 살 남짓한 자녀와 관광차 여행을 하며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쇼핑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 뭉클했던 적이 있다. 휠체어를 밀고 있는 남편의 밝고 명랑한 표정이나 앉아 있는 아내의 사랑스런 모습은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이 마냥 즐겁기 만하다. 바쁜 일상을 항상 여유롭게 즐길 줄 아는 그들의 아름다운 문화가 나의 마음 한구석을 찡하게 만들었다. 

 

 

최근 2년 전부터 현대와 전통이 공전하는 역사 문화 유적지와 민족정기가 살아 숨 쉬는 탑골공원 주변과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도심권에 아주 흥미로운 미담이 있다. 기계화로 점철된 현대의 속도전에서 한 발작 비켜서 질주하는 세상에 여유롭게 낭만을 즐기며 쉬어 가는 느림의 문화로 등장한 새로운 관광 여행의 수단이 있어 흥미롭다. 앞에서 끌고 가는 젊은 라이더(인력거를 운전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여행객과 여유 있는 대화와 웃음으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인력거가 등장해 화재이다.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의 명물로 자리 잡은 도심의 관광 교통수단“아띠인력거(대표:이인제 30세)”가 바로 그것, 2012년 2대로 시작해 지금은 무려 20여대가 국내 외국인 여행객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설립자 이 대표는 어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 국내에 돌아와서는 외국계 유명 증권사인 M사에 입사했다. “보스턴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었어요. 여자 친구의 동생이 캠퍼스에 왔는데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함을 보고 그때 '휠체어 자전거'를 생각해냈죠.”이것이 계기가 되어 당시 자전거 인력거를 잠시 몰아본 적이 있었단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질주하는 도심속 서울에도 인력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 21세기 관광산업의 총아로서 약관 의 나이에 등단, 사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단다.  

 

우리에게는 구한말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인력거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느리지만 여유로움을 주는 인력거 여행이야 말로 훈훈한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사람 냄새 나는 그 옛날의 추억을 연상케 하는 흥미로운 여행 수단이며 관광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음은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다.

 

속도를 내지 않고 느리게 가는 것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눈에는 답답해 보일는지 모르지만 눈에 보이는 것,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것들은 훨씬 더 많지 아니할까? 말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쉬어 가는 법칙, 여유로움의 문화 느림의 미학을 한번 생각해 본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역사와 문화 유적지가 밀집된 도심권의 대중 교통망은 지상과 지하를 막론해 탑골 공원을 중심으로 한 종로3가가 제일 복잡하다고 한다. 특히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3가 지하철역은 승하차 인구가 가장 많이 왕래 한다고 한다. 지하철 1·3·5호선의 환승역으로서 신속하고 손쉽게 환승하기가 용이 하지 못하다.

 

 

 

300여m 거리의 공간을 한참 걸어야 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많은 곳으로 외국 여행객들이나 노약자, 장애우 들의 나들이에는 더 더욱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실정이다. 출구만도 16개나 되고 하루 평균 십여만 명의 승객이 3개의 열차로 밀집하는 환승역이라 탈도 많고 일도 많건만 그때그때 응답해주는 담당 직원 및 안내자들도 엄청 부족한 입장인 것으로 보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될 일이 많은 듯하다.


물론 지하철이 이 땅에 처음 계획될 때와는 오늘의 현실은 너무 많이 달라진 상황이지만 ‘애당초 지하철 1·3·5호선의 환승 계획 등을 먼 훗날을 내다보고 심도 깊은 계획 수립을 했더라면 좀 더 좋은 방안이 계획 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가져보며 정책 당국의 끊임없는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리라.

 

비단 지하철뿐이 아니고 모든 공사나 일이 마찬가지인 것이 애당초의 정확하고 심도 깊은 정책 수립과 계획이 국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실적과 완공에만 몰두해 안전한 대책 없이 부랴부랴 서둘러 완공된 오늘날의 행보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사고와 재산의 손실 등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는 더 이상 우리사회에 안전 불감증에 사로잡히게 하는 ‘적당히 식’의 정책 계획 수립은 기필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늦게 가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계획하고 실현해 나간다면 도심권의 교통망뿐 이겠는가? 모든 것이 원활해져 빛나는 도심권 특화지역으로서 수도권 시민들의 편리한 출퇴근길은 물론 국내 외관광객들까지도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활기차게 찾아오리라.

 

물질문명의 발달과 기계화의 가속화는 우리에게 많은 성장과 교훈을 주고 있지만 반면에 날로 우리들의 정서를 메마르게 함은 참으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왜 이토록 메마르고 각박한 현실로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가?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은 점점 더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각박한 현실은 소통의 부재를 치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정서적으로 메마르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선진국들의 문화를 기억해 보며 앞서 만났던 외국인 부부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들이 하는 것을 우리인들 못 할리 없다. 활기찬 젊은이들로 시작된 도심권의 여행객들을 옛 추억과 낭만의 늪 속으로 역사와 전통의 거리를 안내해주는 삼륜 인력거가 각박한 도심의 안전 불감증을 시원하게 식혀 주는듯해 마음 뿌듯하다. 서두르며 바삐 뛰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느리지만 쉬며가는 낭만의 향수, 느림의 문화, 여유로움의 여행 상품을 창출해내어 우리의 전통과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삼륜 인력거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도 그들은 인력거를 타고 북촌의 골목길을 누비며, 도시와 시민들과 호흡하면서 관광지에 대한 역사와 수많은 사연들을 느낄 수 있었던 뿌듯함에 하루의 고된 일과도 잊은 채, 인력거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지난 4월 세월호의 사건으로부터 작금의 크고 작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안전 불감증에서 우리가 빨리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내가 맡고 있는 자리에서 혼신을 다해 책임을 잘 수행할 수 있을 때, 즉 내가 먼저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충실할 수 있다면 두렵고 불안 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바쁘고 복잡하더라도 조금 늦게 간들,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간들 그 누가 탓 하겠는가? 정서적으로 메마르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의 자세,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넉넉한 마음의 정신이야 말로 우리의 선조들이 남겨준 조상의 얼, 우리의 숭고한 민족정신이 있지 아니한가? 우리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보석 느림의 미학을 잊고 살아 왔음이다.

 

<취재 이종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