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올 한 해 나는 무엇을 했지?”,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이룬 게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며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올 한 해를 보람 있게 나만의 창작물로 채웠어요.”라고, 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처럼 자신 있는 답을 할 수 있으려면 역시 무언가를 배워서 그 결과물을 전시하거나 발표하는 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배움이 소중하고 창작자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한 해 마무리 취재를 그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흐뭇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 졸업 전시회’가 그것인데. ‘쿠미키’라는 낯선 용어로 만나, 제주도 워크숍을 포함한 열 두 번의 강좌와 세 번의 세대 공감 현장 실습을 마치고, 마침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게 된 행복한 열 명의 50+. 2018년 12월 18일(화)-20일(목),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1층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졸업 전시회를 찾아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 향이 은은히 풍기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1층 활짝 라운지는 나무 장난감이 놓인 테이블로 가득 찼고, 우연히 들른 센터 이용자에서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 센터 직원들, 수료생으로 북적거렸다. 전시는 수강생별 작품 군이 아닌, 나무장난감의 기능/ 용도별로 모아 놓아 비교하며 보기 좋았다. 제목도 재미있게 붙였다. 두근두근 터치미 - 쿠미키, 요리조리 터치미 - 줄 오르기, 알쏭달쏭 터치미 - 큐브, 삐뚤삐뚤 터치미 - 우드 버닝, 뒤뚱뒤뚱 터치미 - 움직이는 오리, 사부작사부작 터치미 - 오토마타. 


제주도 워크숍 등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여러 차례 취재했던 시민기자는 첫 배움에서 졸업 작품까지, 그 경과와 결과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랐다. 전동 톱으로 삐뚤빼뚤 나무를 자르고, 우드 버닝 전용 전열 펜으로 윷에 그림을 그리던 이들이 사르륵사르륵 움직이는 멋진 나무 장난감을 만들었단 말인가. “지도 강사님이 다 다듬어주신 거 아니에요?”라고 했을 정도다. 수료생이 펄쩍 뛴다. 수료식 후에도 매주 두 번씩 나와 작업을 해서 이렇게 작품 수도 많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똑같은 과제라도 수강생 나름의 취향과 관심사가 반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형단 활동을 하는 김지현 코디네이터는 관절이 움직이는 나무 인형에 앙증맞은 옷을 입혔고, 아동복 디자인을 했던 김선희 코디네이터는 펠트 천으로 전등을 싸고 나무 조각을 올려 전시장 분위기를 살렸다. 최지호 코디네이터의 할로윈용 오토마타는 미니 전구까지 둘러써 어둠 속에서 보면 분위기가 잘 살듯 싶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 인지 빨간색 초록색 모자를 쓴 산타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오토마타나 손잡이를 돌리면 전등에 불이 들어오는 오토마타 장난감 앞에서 사진 찍는 이들이 많았다. 노원구 목공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만들었다는 책꽂이에서 의자, 작은 테이블 등의 다소 큰 작품도 선보였다. 친구의 작품 앞에 포인세티아 화분을 놓는 분들, 예쁜 장난감에 감탄하다 체험을 해보는 분들로 좁은 활짝 라운지가 활기로 넘쳤다.


서윤주 코디네이터는 입문 과정 종료 후 ‘나무토코코’ 커뮤니티를 결성했고,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커뮤니티 전체 워크숍에서 목걸이 만들기, 우드 버닝 체험을 열었는데, 인기가 많았다고 전한다. 경도 치매 어르신과 함께 한 세 번의 세대 공감 현장 실습 때도 할머니들이 칠교 맞춤 놀이도, 윷놀이도, 오토마타 꾸미기도 잘하셔서 정말 놀랐단다. 2019년에 심화 과정이 생기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고. “그동안 싸우지는 않으셨어요?” 했더니 “너무 몰려다니며 친해져 오히려 걱정이에요.”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연히 작품을 많이 만들어 판매도 해보는 것이라고.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프로그램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레고가 있는 데 웬 나무 장난감?” 했던 시민기자는 이제 나무장난감, 쿠미키 만들기가 얼마나 공이 많이 드는 수공예품인지를 잘 안다. 그래서 제주도 워크숍 때 일본 쿠미키협회 작가들 전시 작품이 비쌌던 이유를 지금은 납득한다.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나무장난감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마친 분들이 만든 작품을 제 값 주고 사줄지, 그게 걱정된다.


나무 장난감 만들기와 나무 장난감 교구를 활용하는 교육은 상상력, 표현력, 활동력, 사회성을 길러주고 인지 사고 발달을 도와줄 수 있다. 공장에서 일괄 생산된 장난감이 아닌, 내 손으로 디자인하고 그리고 깎고 색을 입히고 조립한 창의적인 나무 장난감으로 졸업 전시회까지 갖게 된 열 명의 50+가 정말 부럽다. 부디 창의적인 작품으로 판로도 개척하고 어르신에서 아이들까지, 나무장난감으로 자기 계발을 북돋워 주는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