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민기자단 식사와 전시회 관람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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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시민기자 4기로 활동하면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다양하고 유익한 수업을 참관하고, 행사를 스케치하고, 참여자들을 인터뷰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 배치된 세 명의 50+시민기자와는 일면식도 없이 2021년 한 해를 보냈다. COVID 상황 때문에 발대식은 줌으로 대신했고, 의견 교환은 카카오톡 안에서 이루어졌다. 다행히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으로, 2021년 11월 12일 간담회를 겸한 식사와 전시회 관람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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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자리는 만사 제치고 간다는 일상 신념에 따라, 중요한 영화 시사회를 포기하고 통의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The 94를 찾았다. 북촌 한옥마을 집에서 청와대 앞을 지나 유유자적 걸어갔음에도 내가 일착이었다. 디귿자 한옥 전면을 유리로 바꾼 아담한 실내인데, 테이블과 의자가 촘촘한데다 칸막이조차 없어 몹시 걱정스러웠다. 모임 인원 제한으로 이곳에선 서부 캠퍼스와 도심권 기자와 관계자만 모이고, 다른 캠퍼스 기자와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식사한 후, 전시장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예약 손님들이 빈자리 없이 들어차, 사람 하나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다닥다닥한 테이블마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이런 식의 모임 인원 제한은 COVID 예방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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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알고 있던 도심권 기자와 도심권 기자 담당자, 그리고 시민기자 전체를 조율하는 운영사무국의 차장님까지, 다섯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차례로 나오는 요리를 먹으며, 시민기자단 활동을 이야기했다. 나는 기사 검색이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출이 적어서인지 읽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너무 섭섭해 내가 좋아요를 누를 때도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인 블로그에 게재하도록 허락하면 좋겠다, 등등의 의견을 냈다레스토랑이 워낙 시끄러워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힘든데다, 너른 접시에 담긴 음식은 금방 식어 맛을 잃어갔다. 그래도 내 돈 내고는 사 먹지 않을 비싼 이탈리아 요리라, 열심히 접시를 비웠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널찍널찍 떨어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이 레스토랑은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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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레스토랑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서촌의 그라운드시소에서 열리는 스페인 사진작가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을 보러 나섰다. 인기 전시라는 풍문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관객이 몰리는 전시일 줄은 몰랐다. 금요일 오전임에도 입장 시간 안내받으려는 젊은 남녀들로 가뜩이나 좁은 매표소가 북적였다운영사무국 직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관람 시간 예약을 받아냈고, 입장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친목 도모 시간을 가졌다. 레스토랑이 시끄러워 신경이 곤두섰는데, 다닥다닥 붙어 사진 볼 생각을 하니, 관람하고픈 생각이 싹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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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은 널찍하다는 게 전시장 측 이야기였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350점 사진이 다닥다닥 걸린 3개 층 전시장은 넓다 할 수 없었고, 인원 제한하며 순차적으로 입장시켰다 하나, 바싹 붙어서 이동해야 하는 등, 5일장은 저리가라였다. 주 관람객인 20대 젊은이들은 요시고 사진 앞에서 자기 모습을 찍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듯 모바일 폰 눌러대기 바빴고, 특히 대형 사진 앞은 서로 사진 찍어주는 연인들이 둘러싸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아름다운 자연도 사람으로 붐비면 풍광을 망치는데, 하물며 천천히 여유 있게 감상 시간을 가져야 할 전시장이 이런 소란이라니. 15,000원 입장료를 받는 전시장 측에 분노의 항의라도 하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왜 전시장 안에서 사진 찍기를 허락하는지, 인원 통제를 이 정도밖에 못하는지, 팬데믹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라운드시소 전시장은 다시 찾지 말아야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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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의 사진들은 세계 여행 사진이 대부분이고, 선명하고 밝은 칼라에 담긴 해변가, 바다, 온천장, 사막, 고풍한 건물 사진은 포토제닉하다는 표현이 맞춤할 만큼 예쁘장하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그리고 자신의 SNS에 어디 갔다 왔다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20대 젊은이에게 인기가 많은 듯싶다. 물론 50+ 세대를 한참 넘긴 키 조그만 시민기자는 사진 설명은커녕, 벽 전체를 차지한 큼직한 사진조차 온전하게 볼 수가 없어, 전체를 일별한 후 바로 빠져나왔다.

 

북촌 한옥마을 집에서 식사 장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찬찬히 여유 있게 둘러본 국제화랑의 줄리안 오피 전, 학고재 갤러리의 톰 안홀트 전시 등이 훨씬 오래 마음에 와닿는다. 세상 어디든 사람 붐비는 곳이 가장 무섭고, 그건 Covid 시대가 우리에게 전하는 강력한 경고며 교훈이다. 좋은 시간이 되도록 준비해준 운영사무국 직원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모임 소감이 되고 말았다.

 

 

50+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easto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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