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다른 방법이 있다. 악기 연주와 사회 봉사 활동이다.

 

여름’은 덥다. ‘열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지만, 난 이보다  ‘열’ 음이 변형된 말로 느껴진다.

‘열’이 많다는 뜻으로! 봄에 시작한 것을 ‘열심히’ 매진하라는 말 같다.

 

3월에 시작한 우쿨렐레 프렌즈 커뮤니티!

우리끼리 모여서 연습하고 수다 떨고 헤어지는 모임 성격을 이제는 넘어서고 싶다. 신나게

연주하고 힐링되는 이 기쁨을 주위와 나누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고쳐야 할 것이 많다.

모여서 연습하다 보면 신바람이 나서 점점 빨라지기도 하고, 마지막에 깔끔하게 끝내는 것도

가끔 어긋나기도 한다. 연주에 집중 하면 얼굴 표정들이 굳어지고, 무엇보다 노래를 잘 불렀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면 소리는 잦아든다.

 

기타보다 작고 음량이 적어 혼자 연주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이 우쿨렐레다. 반주 악기이긴

하지만 노래를 잘해야 돋보인다. 어쨌든 7월부터 거리 봉사공연을 시작하기로 했다.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장만해 갔다. 거리 연주를 하려면 악보 보면대가 꼭 있어야 돼서 튼튼한 걸로

4개 주문했다. 택배로 온 박스는 큼지막했다.

처음에는 무슨 한우갈비세트인 줄 알았다. 꺼내보니 1개만도 무척이나 무거워서 60~70세 여성이

들고 다니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로 다시 주문해야 했다. 또한 실력을 늘리기

위해 인터넷 강좌도 신청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인이 신청하고 여러 명이 나누어 쓰려고 했다.

하지만 업체에서 동시접속을 허용하지 않아서 난관에 직면했다. 할 수없이 우리끼리 각자 사용시간을

정해서 불편하지만 나누어 쓰기로 했다.  배너도 제작하고 공연할 곡과 순서도 고민해 본다.

 

운동과 악기연주는 감이 중요하다.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면 코드 옮겨 잡는 것이 매끄럽지 않다.

그런데 방해꾼이 나타났다. 어찌할꼬?

아이들이 방학이라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어떨 때는 오후 2시까지도!

악기를 꺼내 조율하고 8비트와 칼립소로 손을 푼다. 악보를 펴고 1시간 넘게 신나게 연주를 하고

있으면 내 몸과 악기 사이에 땀이 샘솟는다. 하지만 연주하고 있는 동안에는 더운 줄 모르겠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나성에 가면’ ‘라라라, 조개껍질 묶어’ ‘사랑의 트위스트’를 칼립소로

연주하고, ‘과수원 길’ ‘섬집 아이’ ‘홀로아리랑’을 왈츠로, ‘소양강 처녀’를 커팅고고 주법으로 달려본다.

 

동작 50+ 센터에 다니다 보면 건물 밖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공시생들을 자주 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또다시 입시지옥에 갇힌 젊은이들이 한편 안쓰럽다.커뮤니티 회원들과 같이

점심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잠시 연주를 해서 음악을 들려주면 그들이 힐링 된다며 좋아할까?

안타깝게도 우린 2곡 연주하다가 관리인에게 중지 당했다. 미리 건물 관리실에 허락을 받지

않아서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많이 아쉬웠다.

 

장마 비 소리에 맞춰서 땀을 흘리며 연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뜨겁지만 시원한 여름을 그리워해 본다.

 

2018.07.09. 대표 이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