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햇볕을 좋아한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다 풀어놓고 새벽까지 우다다 날뛰며 집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악동 고양이라도 햇볕 앞에서는 순하디 순한 양이 된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나른하게 낮잠을 즐기거나 몸 단장을 하는 고양이를 보면 천사가 따로 없다 싶을 정도로 평화롭다.

 

일광욕은 고양이의 몸과 마음에 최고의 힐링이다. 고양이뿐이랴, 보는 사람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이 되어 준다. 햇살 아래 고양이는 예쁨이 만 배 증가되니까.

 

 

인류에게 일광욕의 역사는 약 3000년쯤 된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에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일광욕을 했었고, 기원전 484년경에 태어난 헤르도토스는 일광욕 치료의 아버지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열대 사막에서 유래한 고양이의 일광욕 역사는 그 보다 훨씬 더 길 것이다.

 

인간과 유사한 비타민D 합성 능력

인간처럼 고양이도 일광욕을 통해 비타민D를 합성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고양이는 일광욕을 통해 비타민D를 잘 합성하지 못한다. 연구에 따르면 그런 체질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 인간도 햇볕을 통해 비타민D를 그다지 잘 합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대초원 아래에서 쨍쨍한 햇볕을 올누드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한 그 효과는 미미하다. 고양이나 사람이나 먹는 것을 통해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비타민D의 일일 권장량은 몸무게 1kg 당 5 IU로 매우 적은 양이다.

 

따라서 별도의 영양제를 먹여서 보충하기보다는 비타민D가 풍부한 다랑어, 정어리, 연어 등의 생선류와 육류의 간 등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비타민D도 과잉 섭취하면 중독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 것.

 

 

햇볕으로 에너지 충전~

일광욕이 고양이의 몸에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체온조절을 통한 에너지 충전일 것이다. 고양이의 체온은 38~39.3도이고, 체온을 빼앗기기 쉬운 타입이다. 그래서 따뜻한 곳을 유난히 좋아한다. 일광욕은 고양이가 체온 유지에 드는 에너지 사용을 절약하게 해준다. 체온 유지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일부를 몸에 비축해 생기를 회복하는 것이다.

 

햇볕 좋은 곳에서 일광욕을 자주 하는 고양이라면 늘 생기 있고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고양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다.

 

 

냄새 잡고 살균까지

한편 털 있는 동물에게 일광욕은 목욕 효과도 있다. 고양이 털은 공기 중의 습기를 머금고 이불이나 천에 기생하는 잡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일광욕은 털을 말리고 털 속의 잡균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고양이는 그루밍을 통한 세정 행위 외에도 일광욕을 자주 해줘 몸을 깨끗이 하는 게 필요하다. 털에 붙은 지방, 미생물 등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고양이 몸에서 나는 희미한 풀 냄새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다. 햇빛 냄새라 부르기도 한다. 고양이가 일광욕을 자주할수록 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폴폴 나게 된다.

 

가을의 태양은 여름 못지 않은 위용을 자랑하지만 햇살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짧다. 천고묘건(天高猫健)의 계절, 가을이 저물어 가기 전에 집 안에서 햇볕이 잘 드는 명당을 골라 의자를 두거나 방석을 배치해 주고 고양이가 원 없이 일광욕을 즐기게 해주자.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