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OVID-19 현황

코로나19는 단순히 감염병이 아니다.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역병이다.

 

사실 분절과 불평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우리 사회에 스멀스멀 스며들던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지나며,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진 거대한 분절과 불평등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역사는 이 시대에 벌어진 일을 ‘코로나 디바이드’라고 부를지 모른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기고에서 코로나19 시대의 노동자들이 아래 네 개의 계급으로 나뉜다고 했다.1

 

The Remotes(원격 근무자): 전문 관리 기술인력.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할 수 있고, 화상회의와 전자문서를 통해 하는 일에 익숙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다.

 

The Essentials(필수 인력): 의사, 간호사, 배송기사, 창고 및 운수 노동자, 약국 직원, 육아 및 노인돌봄 노동자 등. 코로나 시대에 필수적인 인력이므로 경제적 타격은 적지만, 감염 위험이 크다.

 

The Unpaid(해고자): 마트, 식당, 공장 등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무급휴직 중이거나 직장을 잃기 쉽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저임금이므로 해고 즉시 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The Forgotten(잊혀진 사람들): 이주민, 죄수, 노숙인 시설, 장애인 시설 등에서 지내는 사람들.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지내며 높은 감염 위험에 시달리지만 사회의 관심은 받지 못한다.

 

한국에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The Remotes(원격 근무자)에는 교수, 교사, 대기업 화이트칼라, 첨단기술 엔지니어 등 고학력층이 포함될 것이다. 특히 공무원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 종사 화이트칼라들이 대거 추가될 것이다. 이들은 상당한 경제적 기회를 새롭게 얻을 가능성도 있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기회를 찾자는 담론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The Essentials(필수 인력)는 미국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The Unpaid(해고자)에는 이들 이외에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같은 불안정노동자/사업자가 포함될 것이다. 이들에게는 안정적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The Forgotten(잊혀진 사람들)에는 농촌과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등이 포함될 것이다.

 

결국 불평등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들 격차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부터 확대되어 있던 것이다.

 

이중노동시장 – 안정 노동계층 vs 불안정 노동계층

기존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이 이중노동시장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경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디바이드 –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진 사람 vs 그렇지 않은 사람

디지털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계층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은 온라인 활용에 능통한 이들에게 경제적기회를 제공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없는 이들은 더 빨리 뒤처지게 될 것이다.

 

돌봄 양극화 – 성인 남성 vs 아동청소년노인여성

돌봄 문제가 새롭게 떠오른다. 어린이집, 요양병원, 장애인 집단거주시설 등 시설돌봄이 바이러스 감염의 초고위험 영역으로 여겨진다. 교육기능과 함께 돌봄기능을 상당부분 갖고 있던 학교시스템도 위기를 맞는다. 가정과 개인에게 돌봄 책임이 돌아오면, 이는 전통적인 돌봄 주체였던 여성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돌봄의 직접 대상인 아동과 청소년, 노인 등에게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돌봄 주체의 능력과 경제적 여력에 따라 돌봄 수준에는 상당한 수준 격차 확대가 존재할 것이다.

 

건강격차 – 건강한 생산가능인구 vs 고령자와 환자

감염 뒤 사망 위험이 높지 않은 건강한 이들은 생산 및 소비활동을 하는 데 큰 타격을 입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건강취약계층은 이동 및 집단활동을 하는 데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건강취약계층의 활동이 전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으며, 건강격차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혐오’ 등의 심리적 거리두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은 주로 식당 종업원과 대면 판매원처럼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업군과 임시일용직, 저학력 근로자, 여성, 소규모 사업체 등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5월 서비스업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 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서비스업의 주요 고용 업종은 도매, 소매, 음식, 숙박업이다.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자동화의 가속화도 예상된다. 음식점과 마트에서는 계산원 자리를 키오스크와 자동계산대가 대체하고 있다. 비접촉을 권하는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 서비스업 자동화는 이미 관련 기술이 도입되어 있다. 다만, 자동화가 인건비보다 비용이 덜 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아 과거 관행처럼 흘러가는 것뿐이다. 이미 상당 수준의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는 제조업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따라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면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제조업 현장에서도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추가 자동화가 한층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고용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어난 ‘분산 일터’의 실험은 어쩌면 ‘비접촉’이라는 바이러스의 명령으로 나타난 초유의 사회 실험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 실험들은, 우리 사회 생산방식 및 고용구조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구조적 변화를 향한 실험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대공장 근무체제를 기본으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란, 일터에 노동자들이 모여 자본의 위임을 받은 경영자들의 관리감독 하에 일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이런 기본 틀은 대공장 중심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이 고용의 중심으로 바뀐 21C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인간 노동의 상당부분을 로봇이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최근까지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들 중 상당부분은 시장 원리라기보다는 관습에 의해 사회에 뿌리 박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보험 등 20세기 유럽 사회에서 집중적으로 발전한 노동 및 복지제도들은 이런 관습을 더 강하게 지지했다. 노동자 측에서도 이런 관습을 급격하게 바꾸면 노동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가 흔들릴 위험이 있었고, 사측에서도 하나의 기업 조직체계를 완전히 바꾸려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섣불리 바꾸려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비접촉’이라는 명령이 이런 기본 틀을 흔들고 있다. 밀집근무와 대면회의 관행이 상당수 일터에서 깨지고 있다. 밀집근무가 정상이고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는 비정상이며, 대면회의가 중요하고 정상적인 회의이며 원격회의는 덜 중요하고 비정상적인 회의라는 관념도 무너지고 있다.

이후 대면근무가 필요없다는 판단이 정립된다면, 기업은 직접 고용보다는 플랫폼을 통한 단시간고용 등을 더욱 선호하고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방향을 바꿔나갈 가능성도 높다. 이는 노동시장 내 고용⋅임금 격차 심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 50~60대의 중장년 세대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개인이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다. 다가오는 코로나 디바이드의 중요한 분기점은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 정도”가 될 것이다. 스마트 기기와 소셜미디어 활용은 기본이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미디어를 소비하고 또 생산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표준이 될 것이다.

개인은 또한 '돌봄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자동화가 진전되고 플랫폼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돌봄은 최후까지 인간이 직접 대면을 통해 수행해야 하는 작업으로 남을 것이다. 창조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돌보는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많은 중장년 남성들이 새겨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이다. 기본소득제 또는 중장년연금(기초연금의 확대)처럼 낮은 수준이라도 생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얻는 노동소득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이 뒷받침이 되어야 중장년 세대가 소득 불안에서 벗어나 지난 시간 동안 쌓은 경험을 공동체를 위해 자유롭게 사용하며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사회적경제, 비영리단체, 마을공동체 등 사회적 가치나 공동체를 위한 작업을 하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이러한 사업을 만들고 키우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촉진하는 정책도 요구된다.

 


1 Reich, R. Covid-19 pandemic shines a light on a new kind of class divide and its inequalities. The Guardian. 27 April 2020. (excerpted in 8 October 2020).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0/apr/25/covid-19-pandemic-shines-a-light-on-a-new-kind-of-class-divide-and-its-inequal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