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따르지 않으면 멈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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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박람회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들

 

 

실패를 응원하고 재도전을 지지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응원, 사회적 연대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는 행사 실패박람회 토크콘서트가 3회에 걸쳐 열렸다. 1회 실패고수전, 2회 낭만실패전에 이어 3회 실패운수전이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진행되었다.

 

 

모든 강연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생생한 토크콘서트다. 라이브가 진행되는 남부캠퍼스 4층에 올라가니 "쉿, 유튜브 라이브 방송 진행 중~"이라는 안내문이 먼저 나를 맞이한다. 방송 진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꿈꾸는 강당’ 문을 밀고 들어섰다. 준비요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준비된 모습으로 대기하는 토크콘서트 참여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코로나의 여파로 많은 분들이 직접 방청하지는 못했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한 참여 호응도가 제법 큰 듯하다.

 

 

실패라는 말은 어감만으로도 유쾌한 낱말은 아니다. 사전적으로도 실패(失敗)는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이라는 아픈 의미이다. 반대말이 '성공'이라는 모든 이들의 동경 어린 낱말이니 말이다.

 

그러나 50+ 세대라면 두 가지 모두 경험을 했거나 현재도 둘 중의 한 가지를 경험 중에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하거나 아픈 기억들을 통해서 지금에 이르렀을 50+ 세대들에게 실패박람회 토크콘서트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에게만 없는 운빨>,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의 강연 주제다. 함께 하는 연사로는 '행복한 아침 독서' 그림책연구소 실장 배홍숙 님과, '여행 공감 협동조합 대표' 김원경 님, 그리고 교육연극협동조합 재미사마 대표 서하경 님이 진행을 맡았다.

 

'거대한 공룡은 왜 세계를 제패하지 못했을까' 역시 과학자로서 과학이 인생에 가르쳐준 것들을 풀어서 들려준다. ‘이정모 관장의 나의 보물같은 실패이야기’라는 제목답게 상상도 못 한 외부적 요인으로 맛본 실패 경험을 공유하며 새로운 도전을 위한 마음가짐을 전한다. “실패를 자연에서 살펴본다면 자연사에서는 '멸종'인 것 같다. 이런 단어를 떠올리면 기분좋을 리 없다. 멸종은 침울하고 슬프고 가슴 아프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멸종이야말로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정말로 좋은 사건이다. 멸종은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멸종은 생태계의 빈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빈자리를 다른 종들이 메워나간다. 계속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생명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 결과로 생긴 ‘빈틈’을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여 채운다. 생태계라는 무대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수한 생물들, 한두 종이 아니라 많은 종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것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실패도 큰 실패가 있는 것이다.”라고 실패를 자연사와 연결해서 설명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태계는 꾸준히 유지되면서 발전을 하는 것이다. 인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실패'와 '멸종', 살 수 있는 것과 살아남는 것은 바뀌는 환경에 적합한 생명체 여부가 나타난다. 그리하여 '자연도태'라는 표현에서 '자연선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실패자들의 실패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만물의 영장으로 일컬어질 만큼 차곡차곡 발전해온 것이다. 그것이 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해도 해도 안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결국 실패는 그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 진짜 실패일 수 있다. 실패는 나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극복하는 것이며 몇 번을 해보아도 안 되면 내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 자리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나도 행복하고 그 사람도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글쎄...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려운 듯 단순하고 긍정적인 결론이다.

 

 

함께 했던 배홍숙 연사는 도시민박을 3년쯤 하다가 그만두었지만 이것을 실패라기보다는 좋은 경험 축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현재 진행 중인 '행복한 아침 독서' 안에 행복한 그림책 연구소를 소개하며 요즘 좋은 그림책이 많다는 정보를 공유한다. 정진석 작가의 '위를 봐요'와 김휘훈 작가의 '하루거리', 따뜻한 책 두 권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요즘 작은 책방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온라인이나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도서정가제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어서 작은 책방들이 비상이라고 한다. 도서정가제 유지를 위해 힘을 보태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작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네 책방에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본다.

 

 

구청 공무원을 지낸 김원경 연사는 현재 여행공감 협동조합 대표로 바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아동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비롯해서 무수한 자격증을 취득한 의욕 넘치는 성실한 노력파다. 젊은이들이 어르신이라 칭하는 게 거슬리는 열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 혹시 그런 호칭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지, 더 적극 다가가지 못해서 실패한 걸까 반문한다. 하지만 젊은 마음으로 진행해온 그런 과정들이 보람과 기쁨을 주었다고 말한다. 젊은 노익장에 담긴 진심이 묵직하게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에도 실시간 댓글에 답변하는 라이브의 생생한 맛을 경험한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생각을 나누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

 

댓글 답변 중에 힘들고 불편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피스메이커가 있다고 이정모 관장이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요즘은 그 피스메이커가 코로나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이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야.”라고 원망하며 모두 같이 시대를 한탄하며 견디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SNS가 위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같은 비대면 사회에선 SNS가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단 걸 깨알 팁처럼 전해주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실패는 기본적으로 운수라는 말이었다. “실패는 내 책임이 아니고 세상이 책임질 일이다. 그리고 무수한 실패는 다 잊고 살아간다. 견뎌낸 경험을 최대한 많이 나누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성공은 모두 내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온 실패와 성공을 통해서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