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그 자체로는 좋거나 나쁠 것이 없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분노를 억누르거나 부정하기만 하는 것 역시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적절하게 조절하고 표출할 수 있다면 분노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분노하는가'

우리는 즉각적이거나 장기적인 위협을 느꼈을 때 분노하거나 두려움을 느낀다. 개인이나 집단 차원의 불평등에서도 분노를 느낄 수 있다. 분노는 우리를 싸우게 하고, 두려움은 상황을 회피하고 싶게 만든다. 렌셀러폴리테크닉대학교의 뇌과학자인 알리시아 월프 박사는 우리 두뇌가 위협을 감지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뇌 변연계의 편도체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감지합니다. 편도체가 위협을 인지하면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로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지요. 그러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성되어 심장이 빠르게 뛰고, 근육에 여분의 산소를 공급하고, 폐가 확장되는 등 위협에 반응할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수천 분의 일 초 안에 일어난다. 위협을 느낀 우리의 신체는 위협에 집중하고, 모든 것을 과장해서 받아들인다. 위협이 사라지면 전두엽에서는 편도체에 스트레스 반응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신체는 ‘분노 모드’에 돌입한다.

 

분노로 인해 우리의 초점은 좁아지고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거나 상대방에게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자기와 다른 집단에 분노할 경우 해당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수 없게 되는 이유다. 수면 부족이나 더위, 배고픔 등도 분노를 자극한다. 

 

 

우리는 어떻게 '분노해야 하는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분노는 감정적인 반응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분노한 사람의 두뇌를 MRI 스캔하면 논리를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된 것을 볼 수 있다. 분노한 사람이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건 감정적인 반응이라기보다는 공감이나 배려 같은 감정이 배제된 분석적 반응에 가깝다. 분노로 인한 행동 역시 논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월프 박사는 분노의 초점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분노는 잘 조절하면 매우 생산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사건에 저항하는 시위가 그렇지요.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으니까요.” 상황 자체나 상대방에게 분노하기 보다는 그 분노를 변화의 씨앗으로 삼으라는 조언.

 

분노로 인한 폭력이나 두려움으로 인한 외면, 도피 모두 답이 아니다. 분노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만한 일을 겪었다면 일단 잘 먹고, 잘 자고, 가능하다면 조금 물러서서 맥락을 파악하고, 분노라는 감정을 매개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