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발심이 충만한 50+ 인생학교 수료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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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생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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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에는 서부, 중부, 남부 캠퍼스가 있는데 각 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장수 프로그램 하나가 있다. 바로 '50+ 인생학교'다.

2016년 시작해서 올해가 5년 차인데 코로나19로 폐강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만큼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50+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9년에는 50+인생학교의 교육철학을 좀 더 깊이 배우는 심화반이 개설되었다. 올해는 당초 개강일보다 늦은 5월 13일 심화 2기가 시작되었다.

 

 

 

 

50+인생학교 프로그램 수강신청은 50+세대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심화반은 50+인생학교 수료가 필수 조건이다.

50+인생학교 중부 5기 수료자인 기자 본인도 수강신청을 하지 못해서 심화반이 50+인생학교와 다른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중부캠퍼스 강의실을 찾게 되었다.

 

50+인생학교 수업 특징이기도 한 토론식 수업 주제는 ‘50+ 세대만의 아름다운 가치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였다.

먼저 둘씩 짝을 이루어 자유토론 뒤 발표하고, 다음으로 넷씩 모여 토론에 들어갔다.

5시부터 시작된 토론은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지났고 6시가 넘어서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도 수강생들은 조끼리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미 50+인생학교를 수료한 기자 눈에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뭔지 모르게 더 진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전체 발표에 앞서 수강생이면서 총동창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태영(사이다)님과 박현정(간장)님께 심화 반에 오게 된 이유와 수료 뒤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 물었다.

김태영 님은 인생 2막에서 하고픈 활동을 더 구체화하고 함께 할 사람을 찾아서 왔고, 수료 이후에는 장구 난타 공연 팀을 만들어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박현정 님은 이미 북촌에서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는데, 50+세대 동료이자 사회적 가치와 의미 있는 사업을 함께 할 사람을 찾아왔다고 했다.

끝으로 어떤 사람에게 심화반을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다. 50이후 삶을 모색하고 있다면 누구나 다 좋을 것이라고, 1년에 단 한 번뿐인 기회이며 다양한 능력이 있는 동료와 함께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전체가 동그랗게 모여 앉아 한 사람씩 ‘자신이 미래에 뭘 하며 살고 싶은지’ 발표가 시작됐다. 그 내용은 ‘개인적으로 꿈꾸는 삶과 누구와 더불어 사는 삶’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었는데 ‘누구와 더불어 사는 삶’이 약간 더 많은 것 같았다.

수강생들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자.

 

전원주택에서 살기, 땅을 기름지게 살리는 농사짓기, 목공예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만들기, 공연기획단 만들기, 학교와 교사가 부모와 연대해 지역사회 아이 키우기, 자신의 해설사 경력을 살려 노인여가활동 도우기, 여태 살아온 삶에서 나온 사례 중심 결과물 책 출판하기, 독서 대안학교 만들기와 얼굴 서각 배우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고픈 친구들과 한 지붕 아래서 살기, 50+ 와 함께 생활문화체험센터를 운영하고 마지막엔 광장 콘서트하기, 우주선 AI 로봇 만들기, 지금까지 삶에 덧칠하는 삶, 극단 만들어 실컷 공연하기, 50플러스 밴드 결성 공연하기, 인생학교 이야기로 책 만들기, 그리고 찾아가 개인마다 파티해 주기, 천천히 전국 일주 여행하기와 맛집 순례, 읽고, 만나고, 발견하여 책 쓰기 마지막(75세 이후)엔 대중가요 실컷 부르기, 60세까지 예정된 강의를 70세까지 하기, 나의 삶 속 추억으로 글쓰기 마지막엔 자녀들이 쓴 글을 재밌게 읽기, 코리안 둘레기를 모두 정복한 뒤 꽃 단지 만들기, 75세 이후엔 새로운 시작하기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50+세대들의 열정은 끝이 없는 듯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심화반의 교육철학 가운데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삶을 꿈꾸는 수강생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발표 내용 가운데 미처 생각 못 한 게 하나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엔 가장 친한 친구와 한 지붕 아래서 살기’다.

실행에 앞서 ‘친구와 같은 병원에 같은 날 함께 가기’를 먼저 해보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100세 시대에 서로 돌봄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솔깃했다.

 

 

마지막으로 학장님과 부학장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인생학교와 심화반의 다른 점은 뭡니까?

A. 인생학교는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용기를 얻어 발심했다면, 심화는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함께 할 동료를 만나고 활동 터전도 마련할 기회가 될 것이며 더불어 활동가로서 역량을 키우게 되겠죠.

 

Q. 심화 반 수강생한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여태 살아왔던 삶에서) 힘을 빼기만 하면 되지요, 그 이외 중요한 것은 없어요.

 

Q. 1기 수료생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뭘까요?

A. 아쉬움은 없고, 수료생들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 기대감을 더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인생학교 600여 명의 수료생 총동창회를 결성하고 ‘도봉 액티브 50+인생학교’ 를 인생학교 총동창회 교육기획 TF팀이 기획하고 진행, LH공사 프로젝트에 참여. 각 캠퍼스에서 진행하는 50+ 인생학교 학장단에서 강사진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서 기대 이상 잘 하고 있어요.

 

Q. 심화반에 지원하고 싶은 인생학교 수료생한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A.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 깊은 내면에서 우려나 온 발심이 충만한 것이지요.

 

 

 

심화반 수강생 모집 강의 계획서를 훑어보면 ‘현장’이라는 단어가 15회 중 9회나 나온다.

수강생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이 사업화가 되고 계획서를 만들어 현장에서 활동해보면 얼마나 신날지, 선한 영향력의 범위는 어디만큼일지를 생각하며 설레는 가슴으로 강의실에 모이고 있는 것 같았다.

‘도봉 액티브 50+ 인생학교’처럼 심화 반 수료생들의 활동이 지역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튼실한 풀뿌리가 되기를 기대해도 되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