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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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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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넘어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곳에 들어갔다. 비록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매년 연장을 하면 정년까지 보장되니 겉으론 좋아 보이는 직장이었다. 주인 같은 마음자세로 일을 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능력을 인정받았고 더욱 열정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육체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처음으로 하다 보니 일이 점점 힘에 부쳤고 그러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하여 입사 3년 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 후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몸 상태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경제활동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허리 통증으로 식사도 서서 해야만 했고 풀어진 운동화 끈도 제대로 묶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신체 활동에 제한을 받다 보니 친구를 만나는 일도 힘들어졌고, 그림 그리기나 독서처럼 주로 앉아서 하는 취미생활은 할 수가 없었다.

 

스케치북과 책이 아닌 통증과 가까이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너무나 불행했다. 언제까지 이 상태로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과 불안감은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나를 우울증이라는 늪에 빠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의 위로도 더 이상 나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이제는 정말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없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를 늪에서 건져 올릴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그래서 예전에 지인을 따라 잠깐 방문했었던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다시 찾아갔다.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는 서부캠퍼스에는 나와 같은 50세 이상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배움 학교도 있었고, 인생설계를 상담해 주는 상담 센터도 있었다. 나는 무작정 종합상담 센터에 들러 상담을 받은 후 회원 등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상담사로부터 안내받은 서울시50플러스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집에서 가까운 서부캠퍼스에서 교육을 받고자 강좌 검색을 하는데 <자유기고가 양성과정 3기>라는 글쓰기 강좌가 눈에 띄었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필한 실력 있는 방송작가가 강의를 한다는 소개글과 12주 동안 진행한다는 글을 읽고 며칠 동안의 망설임 끝에 수강 신청을 했다. 훌륭한 강사님에게 글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겠다는 기대와 욕구에 앞서, 꼬박 두 시간을 의자에 앉아있기 위해서는 통증을 참아낼 용기도 필요했다.

 

<자유기고가 양성과정 3기> 강의는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이 되었는데, 네이버 카페인 ‘50+서부캠퍼스 <자유기고가>’에 글을 올리면 수강생들이 글을 읽은 후 강의실에서 합평을 하는 방식이었다. 강의 첫날, 20여 명 정도 모인 수강생 중에는 이미 지역신문이나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계셨고, 국문학을 전공하고 교사 생활을 하다가 퇴직 후 작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신 분도 계셨다. 글쓰기가 처음인 나를 제외하고 다들 실력자들처럼 보였다.

 

말도 잘하고 대단해 보이는 수강생들 틈에서 힘들었지만, 나는 한 주도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했고 2주마다 한 편의 에세이가 탄생했다. 퇴고한 에세이를 매체에 투고해보라는 강사님의 조언에 따라 ‘오마이뉴스’에 ‘공간’에 관한 에세이를 투고했다. 주제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지하철 배려석 갈등’에 관한 것으로,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 놓은 배려석, 특히 임산부석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내용의 에세이였다. 며칠 후 ‘오마이뉴스’ 담당자로부터 에세이가 채택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사고 후에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나는 그런 나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글쓰기는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글을 쓰고 싶었고 그래서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결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

 

<자유기고가 양성과정 3기> 강좌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나와는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가진 5,60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유연해졌다. 마음이 맞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담소와 커피 한 잔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감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자유기고가 양성과정 3기> 수료식

 

 

그렇게 강의실 안과 밖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며 12주간의 강좌를 마치고 강사님으로부터 수료증을 받을 때는 아쉬우면서도 뿌듯했다. 글쓰기 과제를 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글을 쓰면서 잠시나마 통증을 잊을 수 있었고, 통증 따위가 나의 삶을 무너뜨리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작은 용기로 시작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몸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글 쓰는 것을 게을리 해오던 어느 날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에서 문자가 왔다. 서울시50플러스 재단에서 <50+ 시민기자단 3기>를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기자 활동 경험은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을 했다. 그리고 2주 후에 서울시50플러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8개월 동안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대표하여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될 생각을 하니 꿈만 같고 가슴이 설렌다. 내가 만약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알지 못했다면 이렇게 멋지고 신나는 경험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까.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했던 내가 나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갈 수 있었던 것은 동세대의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소통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인 ‘50플러스 캠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홍보 영상에는 “프로그램이 끝난다고 끝이 아닙니다. 또 다른 시작입니다.”라는 멋진 문구가 나온다. 나의 경우를 보면, 서부캠퍼스에서의 글쓰기 강좌가 디딤돌이 되어 매체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고, 온라인 뉴스에 글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용기를 얻어 ‘기자’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으니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이제 50+시민기자로서의 길을 걸어가며 이 길이 나에게 또 다른 시작이 될 거란 희망찬 꿈을 꾸어본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