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포털 필진 이현신님이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며 작성한 글입니다.

 

 페루는 남한보다 13배나 넓다. 그런데 59%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고 30%가 안데스산맥의 고원 지대이다 보니 전 인구가 국토의 11%밖에 안 되는 해안 사막 지대에 모여 산다. 수도 리마는 1535년 정복자 피사로가 제왕의 도읍으로 건설한 후 19세기 초 남아메리카 각국이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남아메리카에 있는 에스파냐 영토 전체의 주도(主都)였다. 전 국민의 1/3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이 살고 있고, 1551년에 설립된 남아메리카 가장 오래 된 산마르코스 대학과 역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 있다. 아르마스 광장 주위에는 목재 발코니가 있는 식민지 시대의 건물이 남아있고, 구시가지에는 여러 차례의 지진 후에 재건된 대성당을 비롯한 역사적 건조물이 남아있다. 역사박물관에는 식민지 시대를 중심으로 한 회화,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해안선이 길어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리마에는 5,000개에 달하는 카지노가 있다. 소박하고 간단한 인디언 요리에 유럽과 아시아의 영향이 남미 대륙에서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음식문화를 창조했다. 리마에서 세비체(날생선을 레몬즙에 절인 뒤 고추 등의 양념을 넣은 것)를 먹어보자. 새콤하고 맛있다. 북부지방에서는 오리와 생선을, 리마에서는 고추를 넣은 닭 요리와 감자를 재료로 한 요리나 생선 요리를 많이 먹는다. 식도락을 즐기며 리마의 야경을 감상하자.

 

 

 리마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파라카스 해상 국립공원이 있다. 보트를 타고 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두 개의 섬을 3시간가량 돌아본다. 바예스카 섬은 새들이 새카맣게 앉아 있어서 마치 새로 만든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다. 새가 얼마나 많으면 구아노(퇴적된 새똥이 화석화한 것)가 섬이 되었겠는가. 고급 비료인 구아노를 얻기 위해 고대 잉카인들도 이 섬을 찾았다고 한다. 지금은 정부가 7년에 한 번씩 구아노를 채취한다. 60종 이상의 조류와 훔볼트 펭귄을 포함한 100만 마리가 넘는 새들과 함께 바다사자가 산다.

 

 

 파라카스 섬에는 물개의 집단 서식지가 있다. 섬 위에는 새들이 살고 물가에는 물개가 산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개가 모여 있는데 울음소리(웃음소리라고 해야 하려나?)를 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근심 없이 모여 사는 물개들을 보고 있으면 아웅다웅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가 덧없게 느껴진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뒤덮인 도시에서 태어나 경쟁에 내몰리며 자연 속에서 사는 동물을 접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 가엾다. 꾸중을 듣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곳이 없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이들보다 더 가진 게 있다면 자연에 깃든 추억이 아닐까?

 새들과 물개를 실컷 보았다면 선착장 야외 카페에서 잉카 콜라로 갈증을 달래보자. 코카콜라를 이긴 유일한 음료인데 지금은 코카콜라가 지분 49%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공 색소가 아닌 천연 색소로 만드는데 노란색이며 탄산이 적어서 톡 쏘는 자극이 덜하고 달콤하다.

 

 

 이카 사막은 안데스의 설산과 바다 사이에 있다. 바다 옆에 어떻게 거대한 사막이 생겼을까? 남극의 훔볼트 해류가 페루 해안을 따라 적도 쪽으로 흐른다. 수온이 낮은 물이 위쪽의 찬 공기가 거꾸로 하강하도록 만든다. 차가운 공기가 바닷물의 증발을 막으므로 비구름이 형성되지 않는다. 비는 오지 않고 표면에 물기만 생긴다. 태평양을 마주 보는 거대한 사막이 생긴 이유다. ‘피스코라는 무색의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후아카치나라는 오아시스가 있다.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고 물을 마시러 온 새들도 있다. 오아시스 시간이 나면 카페에서 커피나 피스코 사워(증류한 브랜디와 달걀흰자, 라임을 섞어 마시는 음료 )를 마시는 여유를 누려보기를.

 

 

 광활한 이카 사막에서 샌드 보드를 타거나 버기카를 타 보자. 여행을 많이 다닌 젊은이들도 이카 사막의 버기카보다 다이나믹한 경험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굉음을 내며 오르막으로 올라간 자동차가 모래 속에 처박힐 듯 내리막으로 곤두박질친다. 다시 사구의 오르막을 타고 올라 지그재그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며 하늘로 점프한다. 비명 소리, 엔진 소리, 환호성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나이는 잊히고 만다.

 

 

 샌드 보드도 꼭 타 보자. 사구 꼭대기까지 보드를 들고 오를 때는 힘이 들지만 쏜살같이 내려올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렵다. 모래가 몸 안까지 들어갈 수 있으므로 하의는 레깅스를 입고 상의는 소매가 꼭 여며지는 옷을 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