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시니어들이 현역 시절의 경험을 해외에서 살릴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있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이런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일본의 JICA(일본국제협력단)에서 실제로 해외에서 활동을 했던 한 시니어의 생생한 체험을 소개한다.

 

   해외에서 기술지도를 하고 있는 JICA 시니어 자원봉사자

 

야마다 씨(65)는 독일어와 영어를 잘 했다. 현역 시절,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는 지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중소기업진단사 자격을 취득했고, 은퇴 후는 해외에서 일본기업을 지원해야겠다는 꿈을 실현했다.

 

야마다 씨는 독일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독일어를 하는 인재를 구하고 있던 전동기기 종합 제조업체에 취직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부터 기기 수입, 제품 수출, 현지 제조 등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회사인데, 경리 이외의 거의 모든 부문을 경험하였지만, 주로 해외 마케팅을 담당했다. 식품기계나 건설기계, 반도체, 로봇 등 많은 업계와의 관련이 있어 일본의 산업계를 널리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각종 전시회를 보러다니는 것이 취미 중의 하나다.

 

중소기업진단사 자격 취득

현역 시절에는 매년 10회 정도 아시아와 구미에 출장을 다녔다. 해외에 진출한 일본기업 중에는 실패하는 회사도 많이 있는 것을 보고, 장래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러한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중소기업진단사 자격을 취득하려고 현역시절 주말에 전문학교에 다녔다. 수험 공부는 힘들었지만 학교 선생님의 인생을 꿈과 용기로 타개하라는 말에 고무되어 합격할 때까지 계속 공부할 수 있었다.

 

53세 때 중소기업진단사 시험에 합격했다. 연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연금진단사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연금을 받기 전에 독립하여 일을 시작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퇴직을 신청하자 1년간 보류가 되어 57세에 퇴직했다.

 

요르단에서 현지기업 지원 활동

해외에서 이 자격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JICA(일본 국제협력기구)의 시니어 해외 자원봉사자 모집에 응모했다. JICA는 기술협력, 유상자금협력, 무상자금협력 등의 원조방법을 일원적으로 담당하는 정부개발원조(ODA)의 시행기관이다. 시니어 해외 자원봉사자 사업은 ODA의 일환으로서 해외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야마다 씨는 JICA의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각국으로부터의 요청지원을 보고, 자기가 희망하는 파견국과 하고 싶은 업무를 확인하고 응모했다. 그랬더니 퇴직한 그 해 가을부터 반년 간 요르단에서 인적자원관리 담당으로 채용되었다. 외국에서 인적자원관리를 해본 경험은 없었지만 중소기업진단사의 자격이 있었던 것이 채용결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요르단에서는 수도 암만의 상공회의소에 근무하면서 그 회원기업을 지원했다. 당시는 마침 아랍의 봄의 시기여서 요르단 국왕도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서 인사평가와 급여체계의 개혁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었다. 지원 기업을 방문하면서, 생산관리, 품질관리, 경영관리 등도 의뢰를 받았다. 그런 기업 중의 하나에 페인트 제조회사가 있었다.

 

가서 보니, 공장 안은 어질러져 있었고, 쓸데없이 버려져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래서 공장의 현장 개선, 품질 향상의 기법인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예의범절 교육)를 사용하여 공장 내의 쓸데없는 재고를 정리 정돈하고, 사장품을 처분하여 공간을 확보하였다. 현장의 안전도와 생산성도 향상시켰다. 공간을 확보한 개선에 대해 해당 기업으로부터 따로 건물을 더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일본과 다른 환경에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아주 흥미롭고 보람이 있었다.

 

야마다 씨는 요르단에서는 집을 빌려 자취를 했는데, 술을 마실 수 없는 점과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점 이외에는 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일본으로부터 온 시니어 지원봉사자는 7~8명이 있었다. 단기 자원봉사자는 가족을 동반할 수 없었지만, 장기 자원봉사자 중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분이 있어서 그 집에서 자주 일본 음식을 대접받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일본기업 지원

요르단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후, 가나가와 현의 상공회의소 등에 등록하여 중소기업진단사로서 일하고 있었는데, JICA에서 베트남에 주재할 전문 직원을 모집하는 것을 알고 다시 응모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올 저팬(All Japan)에서의 중소기업 해외진출지원체제에 JICA도 가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전문 촉탁으로서 60세부터 2년간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치민 시에서 근무했다. 베트남에서는 JICA가 하고 있는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으로, 베트남에 현지답사를 온 일본 기업의 조사에 동행하기도 하고, 현지 관청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의 지원을 했다. 당시는 20개 회사 정도를 지원했다. 조사를 마친 기업 중에는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여 특수한 개솔린 탱크를 제조 판매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후에는 국내에서 해외 진출 프로그램에 응모하는 중소기업의 지원을 하고 있다.

 

해외 활동을 희망하는 시니어에 대한 조언

영어실력이 불안하여 망설이는 사람도 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도 있기 때문에 파견 전에는 현지어를 공부한다. 현지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원봉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야마다 씨는 해외에 갈 때에는 친구를 한 사람이라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지인을 만드는 것이 국제교류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소기업진단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으론 비즈니스를 떠난 국제협력이나 국제교류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출처: 55세부터의 일 가이드, 아사히신문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