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떠나는 서울의 숲 (3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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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비밀정원 백사실 계곡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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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숲 속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집니다.

오늘도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는 참나무 수액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합니다”

 

제대로 깊어가던 가을이 수능 한파가 찾아와 갑자기 추워졌다.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고, 작년과 달리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 숲을 찾아 떠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북악산 입구에서 만난 백사실 계곡의 물이 아직은 제법 흐르고 있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여름 어느 날 오후 50+스토리북 제작을 위해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의 「섶다리 에코트레킹」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이여송 대표를 처음 만났다.

그 후 이 대표가 진행하는 숲 체험 행사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가, 드디어 백사실 계곡 숲 체험 수업에 함께하게 되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는 9월부터 서울의 숲을 찾는 힐링여행을 진행하였다. 

사실 이번 서울의 숲 3학기 수업은 지난 9월 19일 아차산 둘레 길부터 시작하여

매주 목요일 오후 서울에 있는 숲 일곱 곳을 다녀왔고, 오늘 백사실 계곡이 마지막 8회차이다.

만일 이번에 참여를 못 하게 되면 내년으로 미루어지기 때문에 매우 귀한 기회였다. 

 

여유를 부리다가 조금 늦게 출발장소인 세검정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그런데 모두 미리 도착해서 바로 출발하게 되었다.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을 빼고는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여느 등산 모임과 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산림교육전문가 이여송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서울의 숲 체험은 즐겁고 유익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숲길에서 만나는 나무들을 보면서 이여송 강사의 해설이 시작되었다.

남의 집 담장 너머 나무의 변해가는 상태와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아직도 잎과 꽃눈을 달고 있는

목련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 백사실 계곡(백석동천) - 서울의 숨은 비밀계곡


산에 들어서자 도롱뇽 서식지라는 팻말과 백사실 계곡을 보호하기 위해 곳곳에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우리들을 맞이했다.

아름다운 백석동천과 봄, 여름에는 도롱뇽, 개구리, 버들치, 가재 등 다양한 생물체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1급수 지표종인 “도롱뇽”은 서울시 보호야생동물로서 백사실 계곡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백사실 계곡이라 불리는 백석동천은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일부 지역은 출입금지 된다. 

 

이곳은 생태경관 보존지역이다.

사계절 경치가 달라서 계절별로 찾아오면 그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데, 특히 겨울철 눈 온 후 모습도 절경이라고 한다. 
  


◆ 나를 찾아 떠나는 서울의 숲 


숲에서는 인간이 주인이 아니다. 사람도 나무, 곤충과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된다.

할아버지 나무라고 불리는 오래된 밤나무를 만났다. 다른 나무에 비해 많이 늙어 보였다.

그러나 나무는 늙은 나무라고 하지 않고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비록 늙었지만, 새봄이 되면 여전히 새잎이 나고, 꽃을 피우며 나무라는 그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란다. 

 

정상에 오르는 기쁨도 있지만, 호기심과 여유를 가지고 꽃과 나무를 관찰하며,

숲에서 배우는 교훈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숲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멀리 인왕산 방향으로 탕춘대성의 흔적이 보인다.

큰 가지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힘들게 절벽에 붙어있는 나무에 사람 인자 모양으로 버팀목을 해 놓았다.

마치 링거를 맞고 있는 중환자 같았다. 이런 나무는 이미 수명을 다해서 버팀목이 없으면 저절로 쓰러지지만,

칡이 나무를 땅으로 휘감아 내리어 나무를 넘어지게 하는 호스피스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은행나무야 너는 왜 그러니?  은행나무 게임, 장수풍뎅이 게임을 하며 숲에서 여유도 찾고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나지막한 길을 오르면서 수강생들과 몇 가지 대화가 오갔다.

퇴직한 지 1년 반이 되었다는 남자 수강생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수업이 좋아서 신청하게 되었고,

상계동에 사는 여자 수강생은 숲에 오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 신중년 유망 자격증-숲해설가


이번 백사실 계곡 숲 체험 수업을 취재하는 목적 중 하나는 「숲해설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이번 수업에 참가하고 있는 숲해설가 자격을 이미 취득한 수강생에 따르면 “인생 2막을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취미를 살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자리로 숲해설가도 좋다”고 한다. 

 

숲해설가 자격을 숲해설가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산림교육전문가 양성과정」을 4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받았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지금은 숲에 오는 것이 더욱 재미가 있고 보람도 있다고 한다.

 

멀리 북한산과 형제봉이 보인다. 형제봉은 바로 옆에 붙은 것이 아니라.

멀리서 볼 때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북악 팔각정 공원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수업을 마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팔각정 공원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하산 길을 정하는데 이견이 생겼다.

김신조 길로 내려가면 30분이 더 걸리는데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았다.

힘들겠지만 마지막 수업이라 강사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김신조 길을 택해서 내려오다 보니 경사가 있어서 조금은 힘이 드는지 후미가 길어지고 있었다.

편안한 숲 속 체험이 산악회의 힘든 행사로 바뀌었지만 모두들 무사히 하산하였다.

 

수강생들이 각자 만들어서 이정표 위에 전시한 때죽나무 화분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숲의 나무들처럼 서로 모양과 크기는 다르지만, 아름다운 것으로 채워 갈 책임은 똑같다.

 

이여송 대표와의 약속도 지키고, 이처럼 새로운 서울의 숲 길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이번 겨울 눈 내린 날 아내와 함께 백사실 계곡의 아름다움을 꼭 보고 싶다. 

 

어느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난다.

"우리는 늙어 가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