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정 마재성지 정약용가족의 성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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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조용한 한옥 성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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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야외활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오늘같이 바람도 시원하고 산책하기에도 좋은 날 친구와 함께 서울 근교에서 주말 오후를 여유롭게 보내기로 합니다. 차도 한잔 마시고, 가을 햇살을 맞으며 산책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끼리의 수다도 무르익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늘 친구와 제가 방문할 곳은 경의 중앙선 팔당역과 운길산역 중간쯤에 있는 마재성지입니다. 전철역에 나와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는 번잡 함이 있어서 친구와 저는 그냥 승용차를 이용해서 갔습니다. 마재성지라는 명소는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시골 마을에 있는 조용하고 작은 한옥 성당입니다. 이 성당은 의정부 교구 성가정 성지로 다산 정약용 선생님 가족의 생가터를 성당으로 개조한 곳입니다. 마재성지란 마재마을이라는 지역 이름의 합성어입니다.


 

정약용 선생님 가문의 생가터인 마재마을에 성당 조성공사를 해서 2017년도에 마재성지라는 지금의 성당이 준공되었습니다. 특히 마재마을은 둘레길 다산길 2코스의 시작 길로 다산 유적지를 지나서 능내1리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일정입니다.  둘레길 주변에 다산 유적지도 한번 돌아볼 만하고 특히 팔당호 주변 옛 소내나루터의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마재마을 주변 곳곳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흔적이 많이 묻어져 있는 곳입니다. 마재성지, 다산유적지, 실학 박물관 등 주말 여행지로 하루 날 잡아서 순회하셔도 좋을 코스입니다. 


 

마재마을 입구에 들어가면 바로 성당이 보입니다. 기와로 만들어진 한옥 담장에 삐죽하게 솟아 있는 천주교 표식이 여러분들을 먼저 반길 것입니다. 소나무 숲 사이를 비집고 우뚝 솟아 있는 천주교 표식, 그리고 그 곁을 지키고 있는 한옥담장이 멋스럽고 신비한 운치를 풍긴답니다. 

 

 

성당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요.

워낙 비좁은 시골 길이다 보니 양옆으로 길이 나 있어서 입구에서 보면 성당이 알파벳 U자 같이 보입니다. 조용하고 작은 시골 마을이어서 그런지 주말임에도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정약용 선생님의 가족은 모두가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순교를 당하신 분도 계시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박해를 피해 다니기도 했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주변에 천주교 전파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세 분의 형님 중 셋째 형인 복자정약종아우그스티노님은 1801년 신유박해 때 그분의 아들 복자정철상가를로와 함께 순교하셨습니다. 정약종 선생님의 두 번째 부인 성녀 유조이체칠리아는 고문과 형벌의 여독으로 옥사. 순교하셨는데요. 103위 성인 가운데 최고령 순교자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첫째 둘째 아들인 성정하상바오로 그리고 막내딸인 성녀정정혜엘리사벳도 모두 박해로 순교 당하셨습니다. 마재성지는 성가정을 이루신 정약종 님 가족을 추모하기 위해서 조성된 성지입니다.


 

마재성지 성당 안으로 들어오면 입구에 바로 주차장이 있습니다. 차는 여기에 대고 차에서 내리면 성당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왔습니다. 워낙 작고 고즈넉한 곳이다 보니 저절로 소리가 작아지고 발걸음도 조심해서 걷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당에는 미사가 매일 있다고 합니다. 관광객으로 마재성지를 방문할 분들은 미사 시간을 피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단 생각입니다. 성당이 생각보다 매우 작습니다.

 

 

주차장 정면으로 정원이 하나 있고 이를 통과하면 또 다른 정원이 나오는데요. 바로 앞에 있는 정원에는 한복을 입고 있는 예수님이 보이고 다른 곳에는 한복 입고 있는 성모마리아 님이 계십니다. 예수님과 성모마리아가 한복을 입어서 그런지 더 자애롭고 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양쪽 벽에는 정약용 선생님 가족을 그린 벽화가 있고 바깥 정원 한쪽에는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도마성전이라고 불리는 성전입니다. 미사가 진행되는 곳이죠. 성전 내부는 한옥 성당답게 성당 앞쪽으로 방석도 놓여 있습니다. 방석 뒤로는 다른 성당과 같이 긴 의자도 있습니다. 성당 내부가 좁아서 많은 신도님들을 모시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배치 같기도 했습니다.

 


 

도마성전 앞쪽에 나무로 된 쪽마루가 있어서 앉아서 잠시 쉬었는데요. 쪽마루에는 성당 성지 순례 스탬프를 찍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성수도 있었고 성수를 지키고 있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성수 옆에서 낮잠도 자고 일어나서 앉아 있기도 하고 편안한 자세로 있었지만, 성수 옆은 잠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그런 고양이가 보면 볼수록 참 신기했는데요. 아마도 전생에 신부님이었거나, 천주교 신자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볕이 좋은 주말 오후 다산길에 있는 마재마을. 마재성지에서 친구와 오붓한 오후를 보냈는데요.

소란스러운 도심을 떠나서 조용하고 작은 한옥 성당을 거닐면서 나눈 친구와의 수다는 점점 더 깊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