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역의 통일플랫폼에서 관광객들이 승차준비를 하고 있다. 도라산역에서 서울까지는 56km, 평양까지는 205km라고 한다.

 

가는 발걸음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박히게 받은 반공교육 때문이랄까? 그러한 교육으로 인해 북쪽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판에 박혀 있어서인지 괜스레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선 것은, 어쩌면 가는 방법을 거의 몰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렘이 있었던 것은, 두려움보다는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리라. 다른 지역 여행을 위해 기차표를 사러 코레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잠시 방황하던 사이, 어느새 도라산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놀랍기까지 했으며, 그래서인지 출발일자를 마음속으로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DMZ-train이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DMZ-train의 객차 내부

 

도라산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높이가 156미터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고지에 불과하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에 투항하자 새로운 출발을 하라는 의미로 태조 왕건은 그의 딸 낙랑공주와 결혼시켰다. 공주는 남편을 위해 이곳에 정자를 지어주었으나 경순왕은 자신의 고향 서라벌을 그리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면서 이곳 이름을 도라(都羅)라고 했는데, 이렇게 신라의 도읍인 경주를 그리며 지냈다 하여 이 작은 산을 도라산이라 했다고 한다.

 

  

관광객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DMZ-train이 정차하는 임진강역 모습                                             관광객들이 신원확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그러한 전설보다는 기차역 때문에 우리에게 더 유명해진 곳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휴전선 이남에서 경의선의 최북단역이 바로 도라산역인 것이다. 지난 2000년에 경의선 복원사업으로 애초에 장단역을 조성하려고 하였으나 그것이 여의치 않자, 임진강역에서부터 4킬로미터를 연결하는 등의 노력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기차역이다. 역 이름도 가까운 곳에 도라산이 있기 때문에 도라산역으로 이름을 붙였다. 당시에 우리 대통령과 미국의 대통령이 함께 방문하기도 했던 곳이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곳이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방송을 비롯한 여러 매스 미디어에서 이곳을 빈번히 다루기도 했으며, 어떤 유명 방송 프로그램은 이곳에서 첫회를 시작했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몰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경의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인 도라산역으로 들어가는 관광객들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위치해 있는 이 역은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서울역을 거쳐 문산역을 지나는 평화열차 DMZ-train을 이용하여 갈 수 있다. 이 기차 - 기차라기보다는 세 칸짜리 기동차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 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주중의 공휴일에는 운행하지 않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운행하는데, DMZ를 관광해보고 싶은 외국인이나 내국인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문과 삼엄한 심사가 있으므로 신분증을 꼭 가지고 가야만 한다.

 

  

도라산평화공원 안의 조형물들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 그 위에 염원을 담아 걸어놓은 여러 가지 리본들

 

관광 코스는 비교적 단출하다. 임진강역에서 기차에 탑승한 전원이 내려 신원확인을 마치고 다시 승차한 후 달려 도라산역에 내리면, 먼저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로 갈아탄다. (버스 안에서 바깥 풍경은 촬영 금지 되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버스는 개성 가는 톨게이트 옆을 지나 도라산 평화공원을 방문한다. 이곳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기념물들과 조형물들을 관람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통일촌으로 이동하여 자유롭게 점심식사를 한다. 식당은 몇군데가 있으나 통일촌 주민들이 운영하는 한식뷔페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한 것 같았다.

 

통일촌 입구의 이정표

 

식사를 마치면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위치한 도라전망대를 방문한다. 전망대는 버스에서 내려 5분가량을 걸어가야 하는데, 과거의 전망대는 지금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새롭게 지은 전망대가 깔끔한 모습이어서 외관에도 좋아 보인다. 그곳에서 눈앞에 펼쳐진 개성과 송악산 등을 망원경(무료)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개성공단도, 기정동 평화의 마을도 대충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분단의 한을 품고 있는 판문점 역시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

 

 

도라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새롭게 지은 도라전망대

 

마지막 일정은 제3땅굴을 직접 들어가 살펴보는 것이다. 땅굴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 걸어서 내려가 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전 신청을 통하여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걸어서 내려가기에는 경사도 심하고 꽤 긴 시간을 걸어야 하는 만큼 50플러스 세대들은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땅굴의 경우 촬영금지라는 것이다. 땅굴로 내려가기 전에 카메라나 휴대전화기 등의 모든 소지품을 별도의 보관함에 넣어두고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3땅굴 입구의 DMZ 조형물

 

제3땅굴 입구 아치

 

땅굴은 북에서부터 시작되었으므로 그 굴을 따라 가면 결국 북의 시작점까지 구경할 수 있겠으나, 아쉽게도 지상의 남쪽 군사분계선의 지하 지점까지만 갈 수 있으며, 더 이상 가볼 수 없다. 가보려고 해도 두꺼운 철문으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갈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이 어깨를 같이한 채 허리를 약간 구부리고 갈 수 있다는 이 땅굴을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땅굴을 판 사람도 그것을 찾아내어 관광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도 모두 전쟁보다는 평화가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믿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그것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지뢰 매설 표지. 지뢰는 비인도적인 무기로 여러 분쟁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그 피해는 주로 어린이나 민간인들이 당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전체에도 지뢰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묻혀있다고 한다.

 

이 여행의 특징은 여행에 참여한 개개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비무장지대이고 또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지역 전체가 지뢰 매설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보이는 지뢰 매설 표지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사실 지뢰만큼 비겁하고 비인도적인 무기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이 그 숫자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비무장지대 전체에 묻혀 있는데, 전쟁이 중지된 지 70년이 다되어가는 오늘까지도 그로 인한 사고와 희생이 뒤따른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망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하산하는 관광객들. 평화를 위한 십자가 철탑이 의미있게 보인다

 

도라산역은 서울에서 56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평양까지는 205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한다.) 쉽게 갈 수 없기 때문에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 분단의 현장이 있다는 점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살펴본다면, 이 역이 대륙과 세계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인 역이라는 점에서 50플러스의 방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