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의미 발견하기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는 시장 한 구석에 좌판을 깔고 채소를 팔았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들킬까봐 하교 길에는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집으로 향하곤 했다.

 

 

 

만약 어머니가 그 일을 부끄러워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가 보잘 것 없는 좌판 위에 올려놓았던 것은 우리 가족의 미래였다.

어머니는 자식들의 미래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았던 것이다.

 

의미가 없으면 보람도 없다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우리는 행동의 동기를 얻을 수 없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꿈을 꾼다.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되고 싶은 아이들도 있고, 소방관이나 경찰관을 동경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그런 꿈을 꾸는 것은 그 직업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들이 누군가를 돕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루 종일 철사를 자르는 사람에게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만일 철사를 자르는 사람이 자신의 일을 하찮게 여긴다면 그가 하는 일은 지루하고 힘든 노동이 된다.

 

하지만 그가 자른 철사가 우주탐사선의 부품으로 쓰인다는 것을 안다면, 그가 하는 일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마 그는 자신이 자른 철사 한 토막이 우주를 떠다니는 상상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것이다.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 보람도 없다.

또 일에서 의미를 잃는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가 삶의 의미를 느끼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큰 목적이 존재한다는 목적의식, 내 삶이 중요하다는 느낌, 그리고 자신이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더 큰 목적이 존재한다는 믿음, 그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무비카메라 공장에서 일하는 ‘리코’라는 노동자를 예로 들었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마지못해 일을 했고, 자신들은 하찮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리코는 달랐다.

그는 43초 동안 무비카메라 한 대의 규격을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오랜 시도 끝에 점검 시간을 28초로 줄일 수 있었다.

시간을 15초 줄였다고 해서 상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이 해낸 일에 자부심과 희열을 느꼈다.

 

거창한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은 허망한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가 매순간 자신의 일에 만족하려면 작은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매일 아침 출근할 수 있다는 기쁨, 내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또는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결과에 연연하는 것은 오히려 일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관계없이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일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찾고, 지금 이룬 것보다 조금 더 나은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원대한 목표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에서 의미를 찾는 방법

 

일의 의미는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일을 긍정적으로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2001년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부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자신이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다고 믿는 청소부들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청소부들보다 더 행복하게 일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의사나 간호사보다도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마찬가지로 환자의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간호사보다 환자들의 임종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간호사들은 더 행복하게 일했다.

 

행복한 사람은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일에서 의미를 찾은 사람들인 것이다. 예컨대 남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장의사가 시신을 뒤처리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고인의 마지막 기억을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일의 의미가 달라진다.

 

생계나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상의 모든 일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초밥 명인 오노 지로(小野二郞)는 돈이 아니라 오직 완벽한 초밥을 만드는 것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다.

그는 죽는 날까지 어제보다 나은 초밥을 만드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경제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일을 생업(job), 직업(career), 소명(calling)으로 구분한 바 있다. 생업이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라면 직업은 성장을 위한 사다리이며, 소명은 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청소부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가꾸는 환경디자이너일 수 있으며, 아파트 경비원은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슈퍼맨일 수 있다.

 

어떤 일에 종사하든, 그 사람의 행복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