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에게 산업혁명이란 곧 ‘증기기관의 발명’이었습니다. 학교 시험 볼 때나 등장했던 그 단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건 몇 년쯤 된 것 같아요.

뉴스에서, 기업의 홍보 영상에서 정부 정책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얘기할 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그게 뭐냐고, 왜 중요한 거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저처럼 많은 분들이 우물쭈물 하시지 않을까요? ㅎㅎ

 

2019 서부캠퍼스 명사특강, 첫 번째 «50+의 시간»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블록체인 등 막연히 ‘단어’로만 알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차근차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를 50+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3주 동안 세 명의 전문가와 함께 모색해 볼 예정입니다.

 

 

3월 14일에 열린 첫 번째 시간은 미래학자이자 경희사이버대학 교수인 #정지훈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연단에 오르자마자 나타난 화면은 거대한 QR코드. 

 

 

사진 속 요 QR코드로 들어가면 오늘의 강의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모든 강의 내용을 복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필기하느라 강의 내용을 놓칠

걱정 없이 선생님께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강의장으로 들어온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

사실 정지훈 선생님은 ‘4차 산업혁명’이 아직까지 모호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관심이 많은 용어라고 보셨어요.

검색 엔진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4차산업혁명’을 쳐보면 한국어 결과가 몇 배나 높다는 것이 반증이죠.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꿔왔는지 알아보고, 이 궤적을 통해 미래를 살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농사가 생산활동의 전부였던 시대를 마감시킨 1차 산업혁명. 그 첫 걸음은 의외로 바로 면직물 공업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열심히 외웠던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이 방적기 기술 발전의 결정적 역할을 한거죠. 일일이 베틀을 움직이던 사람의 역할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생산력이 무려...10배도 아니고 100배!!가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근대식 ‘공장’이 생겨난 것도 이때죠.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이 당시 기계의 발전은 증기기차나 증기선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은 물론 증기윤전기를 사용한 출판과 언론산업도 만들어내는 등 노동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거기에 이성을 강조하는 계몽주의 사조가 퍼지면서 점차 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해 큰 사고 없이 입헌군주제로 넘어갔지만 눈치 없이(?) 왕권 강화를 주창하며 시민들의 고혈을 짜내던 프랑스에서는 대혁명이 터졌습니다. 정해진 신분에 따라 평생을 살아야하는 계급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존중받는 사회로의 전환. 극에서 극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유와 평등이 바로 이 때 처음으로 선언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미국에서도 수십 년에 걸친 정치철학적 논쟁 끝에 독립선언문을 만들게 되죠.

 

1차 산업혁명의 여파는 마치 거대한 파도타기처럼, 차례차례 이웃 나라로 퍼져나갔습니다. 미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거친 이 파도는 우리나라, 조선에도 도착하게 됩니다.

다만..영국에서 시작된 지 무려 150년이자 지난 시점이었죠. 석유와 전기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미국이 주도했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끊임없이 소비하지 않으면 생산이 멈추고, 자본주의가 붕괴할테니, ‘소비를 해야 경제가 돈다’는 지금의 소비자 자본주의(미국식 자본주의)가 만들어졌죠. 우리나라 2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미 100년에 걸쳐 진행된 산업을 우리는 불과 이삼 십년 만에 만들어냈죠.

대단한 성과이긴 하지만 압축성장의 딜레마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1960~70년대에 이르면 토목 위주였던 공학이 전자공학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전자공학은 기계의 ‘소형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흔히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를 3차산업혁명을 일으킨 3대 제품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어 지식 격차가 줄었고(텔레비전), 하루종일 매달려야 했던 빨래 노동에서 해방되어 여성인권이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으며(세탁기), 음식물 장기 보관이 가능하여 중산층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죠(냉장고).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인터넷 기술과 스마트폰 역시 3차 산업혁명을 잇고 있습니다. 소유의 경제에서 공유의 경제로, 협력의 경제로 한시간 반 넘게 홀린듯 이야기에 빠져있다보니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당도했습니다.

 

 

 

정지훈 선생님은 '산업혁명' 이란 단순히 몇몇 산업이 갑자기 등장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활방식과 가치관, 사회적 합의가 새롭게 필요한 수준의 커다란 변화가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서 설명해주신 1~3차 산업혁명처럼요. 우리가 부르는 '4차 산업혁명'이란 사실 3차 산업혁명의 '3단계'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거죠.

3차 산업혁명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으며, 디지털 경제가 핵심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3차 산업혁명이 4단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고 계신데, 이미 지나간 1단계는 온라인 뉴스와 음악 스트리밍 등 미디어와 광고의 변화였고, 2단계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소셜 커머스 등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바일 혁명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3단계에는 1·2단계에서 가져온 변화가 전화, 자동차, 집 등 사물에 연결되어 그 파급력이 확대되는데, 우리는 이를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이때까지의 변화를 바탕으로 생활 방식과 사회 제도, 이데올로기가 변화하는 4단계 변화가 오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을 넘어 사회 전체를 바꾸는 산업혁명의 마지막 4단계는 지금 당장 일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부터 사회혁신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서 2040~2050년 정도 돼야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겠지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블록체인 등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것입니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국가간 경계가 무너집니다. 사무실이라는 특정 장소나 정해진 집이 없어도 네트워크가 있는 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습니다. 학연, 지연 구분 없이 인맥도 글로벌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공유 주택, 배달 음식이 확산되면서 의식주의 변화 역시 이미 일어나고 있죠.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우리 삶의 변화는 ‘정치’ 영역일텐데요,  정지훈 선생님은 인터넷을 이용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시기를 2040~2050년으로 보셨습니다.

왜 자꾸 2040~2050년이냐고요? 1990년대 말, 초고속 통신망과 함께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의사 결정자가 될 시기가 그때거든요. 우리처럼 ‘이론’으로 배워야하는 세대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경제를 몸으로 체득한 인류라면 당연하게 해야할 일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해야 하며 사회는 어떻게 유지시키고, 지구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의 질문은 오히려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소수의 기술 전문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우리 삶을 고민해야 할테니까요. 

인문학적 탐구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제공: 사진전문가그룹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