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을 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식욕은 가장 강렬한 본능적 욕구입니다. 인간은 먹어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식욕은 뇌 속 깊숙이 위치한 시상하부에서 관장합니다. 본능이니까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합니다. 중요한 것은 식욕이 건강의 상징이란 점입니다. 컨디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날씨가 덥거나 우울증이나 과로 등으로 컨디션이 나쁘면 식욕도 떨어집니다. 수주일 이상 장기간 나타나는 식욕저하는 질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암의 가장 중요하고도 흔한 증세가 바로 식욕저하이기도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식욕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랜 기간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그러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경험하는 급성 스트레스엔 대개 식욕이 떨어집니다. 인체가 오래 스트레스에 들들 볶이면 코르티솔 등 호르몬이 부신에서 과잉 분비되면서 식욕을 높이게 됩니다. 그래서 단것을 찾고 살이 찌게 되지요. 그렇다면 식욕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요? 우선 식욕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욕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몇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보기 바랍니다.

 

 

첫째, 비타민 B군을 섭취하세요. 

티아민, 리보플래빈, 엽산 등 비타민 B군이 신진대사의 풀무질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 B군이 많이든 영양제가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식욕부진과 비슷한 경우입니다만 임신부 입덧을 극복하려면 비타민 B6, 그러니까 피리독신이 좋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단위 그램당 해바라기씨에 가장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달리기보다 천천히 걷는 운동이효과적입니다. 

이른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운동입니다. 맥박이 뛰고 숨을 헐떡이는 운동은 교감신경을 자극합니다. 식욕을 자극하려면 조용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걷기나 산책, 요가나 체조, 단전호흡을 권유합니다.

 

셋째, 소량씩 자주 먹는 게 좋습니다. 

끼니 식사량을 줄이고 오후 4시경 소량의 간식을 드시는 게 좋습니다. 오후 4시 무렵이 입맛을 돋우고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힘을 주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가장 적게 분비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간식을 하면 힘이 나고 저녁 무렵 오히려 식욕이 올라가게 됩니다. 주의사항은 스테로이드 등 약물입니다. 스테로이드가 식욕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아주 강력한 염증 억제 작용으로 여러 가지 질병의 증세를 가라앉히는 데 사용됩니다. 의사 처방을 거친 것은 안심해도 되지만 간혹 식물 추출물 등에 불순한 의도로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알에 1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매우 값싼 약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분 미상의 약물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갑자기 식욕이 돋고 피부가 뽀얗게 되고 얼굴이 포동포동해지면 스테로이드가 섞여 있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때 식욕 증가는 반가운 증세가 아닙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식욕을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사람들은 다이어트등의 이유로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첫째, 단 음식부터 빨리 먹어야 합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식사를 마친 후 먹는 게 관례이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식사 전에 먹는 게 바람직 합니다. 식욕은 위장 포만감도 중요하지만 혈당 수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수술로 위장을 제거한 사람이나 공복에 링거 주사를 맞고 있어도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위장이 없거나 비어있어도 혈당이 올라가면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둘째, 함수성 높은 섬유소가 도움이 됩니다.
거친 섬유소인 셀룰로스가 아닌 부드러운 세미셀룰로스나 펙틴 섬유소를 말합니다. 즉 콩나물이나 김치보다 당근과 오이, 시금치 등을 씹을 때 입안에서 물기가 질겅질겅 씹히는 종류를 말합니다. 함수성이 높은 섬유소는 위장 속에서 부피가 늘어나 포만감을 유도합니다.
 

셋째, 탄수화물보다 살코기 위주의 단백질을 드시기 바랍니다.
탄수화물과 달리 식탐 등 중독성 없는 에너지원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옛날 원시인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알프스에서 썩지 않고 냉장 상태로 발견된 5300여 년 전 원시인의 위장에서 사슴고기가 발견됐습니다. 아직 농경사회가 아니었던 시절, 인류는 수만년 동안 곡류 대신 짐승을 사냥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알다시피 옛날 동물들은 사육되지 않았으므로 마블링 없는 살코기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먹는게 우리 유전자에 적합하고 식욕을 자극하지도 않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순살코기가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한다는 미국 퍼듀대학교의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많은 양도 필요 없습니다. 끼니당 30g 정도의 순살코기이면 식욕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군요. 우리 유전자는 원시인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밥이나 빵보다 순살코기가 인체에 가장 익숙한 에너지원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바랍니다.

 

저는 닭가슴살 샐러드를 추천합니다. 특히 아침에 먹는 게 식욕을 떨어뜨리는 데 좋다는군요. 순살코기단백질에 함수성 높은 채소들이 같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식욕
을 잘 조절해서 건강한 계절 보내시기바랍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bravo_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