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판도를 바꾸다  요즘 뜨는 술은?

기쁠 땐 흥을 돋워주고, 슬플 땐 조용히 위로가 되어주었던 술.

그렇게 우리는 술과 많은 추억을 함께했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 줄만 알았던 술이 변신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요즘 대세인 술을 알아보자.

 

전통주의 개념을 탈피한 막걸리의 등장

“막걸리카노….”

얼마 전부터 편의점에서 심상치 않은 이름의 음료가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하 는 마음으로 하나 사서 캔을 따니 은은한 커피 향과 막걸리 특유의 냄새가 스멀 스멀 올라온다. 역시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막걸리카노’는 먹걸리와 아메리카노를 섞은 신(新)막걸리다. ‘고카페인 함류. 총카페인 함량 103mg’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우리 전통주도 세련된 디자인에 다양한 맛을 더해 전통주를 찾는 2030세대를 겨 냥한 새로운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국순당’은 2012년 쌀과 유산균 발효를 통 해 만든 ‘아이싱’을 시작으로 바나나, 복숭아, 크림치즈 맛 막걸리인 ‘바나나에 반 하나’, ‘피치로 피치올려’, ‘치즈업 치얼업’을, 2017년엔 최초의 커피 막걸리 ‘막걸 리카노’를 출시했다. 한편 ‘배상면주가’는 자사 막걸리 전문점인 ‘느린마을양조장’ 을 운영하며 망고파인, 트로피컬, 블루베리 등 하우스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대통령은 막걸리를 좋아해

배다리 막걸리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부터 1979년까지 14년간 청와대에서 마시고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보내졌다는 막걸리. 풍부한 탄산과 새콤한 맛.

설성 동동주

물과 전통 햅쌀을 사용해 술과 물을 강제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빚는 막걸리.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주로 알려져 있다.

오곡 진상주

노무현 대통령이 농촌 시찰 중 여섯 잔을 연거푸 들이켠 일화로 유명세를 탔다. 다섯 가지의 곡류로 만들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 개발한 맥주다. 일반 맥주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제조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맛이 난다”

 

내 입맛에 맞게! 지금은 수제맥주 전성시대

“여기 판타스틱 페일에일 한 잔이요!”

“쇼킹 스타우트 한 잔 주세요.”

“원더풀 IPA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 가면 사람들이 독특한 이름을 대며 주문을 한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얀 거품이 먹음직스럽게 올라온 맥주가 나 온다. 그렇다. 그들이 주문한 건 맥주다. 최근 방송과 언론의 주목을 받아 이슈가 된 수제맥주도 있다. 바로 청와대 ‘호프미팅’에 등장했던 세븐브로이 맥주다.

다양한 수입 맥주로 인해 시작된 수제맥주 붐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뜨겁게 달 구고 있다. 여기엔 2014년에 개정된 주세법 시행령이 한몫했다. 또 소규모 맥주 업체들이 자체 매장에서만 팔 수 있었던 규제도 사라져 외부로 유통이 가능해졌 다. 덕분에 수제맥주를 주점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 개발한 맥주다. 일 반 맥주보다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제조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맛이 난다 는 점이 특징이다. 수제맥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 끝에 ‘에일’, ‘스타우트’, ‘IPA’ 등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붙는데, 이는 맥주 스타일을 의미한다.

 

맥주는 물, 홉, 맥아, 효모로 만들어진다. 홉은 맥주의 풍미를 더해주며 맥아는 맥주 특유의 달콤함과 색깔을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넣는 효모가 맥주를 발효 시킬 때 위로 떠오르느냐, 가라앉느냐에 따라 맥주를 크게 ‘라거’와 ‘에일’로 나눈 다. 에일 맥주가 진한 향과 맛이 특징이라면 라거 맥주는 톡 쏘는 청량한 맛을 띤다. 에일 맥주 계열에는 쌉싸래한 맛에 풍부한 향이 나는 페일에일, 까맣게 볶은 맥아를 사용한 스타우트, 맥아 대신 밀을 사용해 부드러운 거품과 과일 향이 느껴지는 바이젠 등이 있다. 쌉싸래하고 상큼한 향이 특징인 필스너, 라거판 흑맥 주인 둥켈, 풍부한 탄산과 높은 청량감의 페일라거는 라거 맥주에 속한다. 이처럼 수제맥주 뒤에 붙은 말의 의미만 알아도 자신에게 맞는 맥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주의 반란. 증류식 소주의 부활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소주(燒酒)를 ‘곡류를 발효시켜 증류한 술’로 정의하고 있 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시는 소주의 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증류식 소주 가 아닌 희석식 소주로 표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증류식 소주는 1965년 정부가 식량정책의 목적으로 곡물로 술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 ‘양곡관리법’을 시 행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증류주 복원과 전통주 발굴이 시작되었지만 이미 소주의 자리는 주정에 물과 조미료를 섞어 만든 희석 식 소주가 꿰차고 난 뒤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1965년 처음 출시된 희석식 소주는 30도였는데 1973년에 ‘소 주=25도’의 공식을 깨뜨렸고, 2006년엔 20도의 벽까지 허물어버렸다. 이후 소 주의 도수는 점점 낮아졌고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한 과일소주 ‘처음처럼 순하리’ 가 열풍을 일으키며 소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소주에 달콤한 과일 향을 첨가하고 도수를 14도까지 파격적으로 낮춘 전략이 소비자의 입맛을 제대로 잡 아버린 것이다. 각 주류 업체들은 순하리를 시작으로 ‘자몽에 이슬’, ‘좋은데이 과 일 맛’ 등 소주에 과즙을 있는 힘껏 짜내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블루베리, 사 과, 파인애플, 복숭아, 청포도, 석류 등 지난해 20여 종이 넘던 과일소주의 종류 는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그 바람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고 이제 그 자리를 증 류식 소주가 넘보고 있다.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05년 출시한 광주요그룹의 ‘화요’와 하이트진로가 2006년 선보인 ‘일품진로’가 10년 가까이 꽉 잡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국순 당, 롯데주류, 금복주가 각각 ‘려’, ‘대장부’, ‘제왕’을 출시하며 증류식 소주 시장 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모두 하나같이 전통 방식으로 빚은 ‘증류식 소주’임 을 강조하고 있다.  20도 이상의 높은 알코올 도수를 자랑하는 증류식 소주가 주당들의 입맛을 만족 시켜 일명 ‘빨간 두꺼비’, ‘빨간 뚜껑’으로 불리는 참이슬 오리지널(20.1도) 자리 를 대신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지은 기자 jungje94@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