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캠퍼스 앞마당 공사가 한창입니다. 길 없는 길을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1인 디지털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수강하고 작품을 선보이는 저희도 길 없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7개의 동영상을 보시고 훈훈한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도는 12월 5일 수요일. PD의 큐 사인에 맞춰 사회자의 오프닝 멘트가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3층 더하기 홀에 마이크를 타고 흘렀다.

9월부터 시작된 ‘1인 디지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수강생들이 수업 결과물 동영상을 발표하는 날이다. 공개방송으로 진행하기 위해 수강생끼리 PD, 촬영, 사회 등

역할을 나누어 맡았다. 나 역시 강좌를 수료한 수강생으로써 다른 한 분과 함께 사회자로 직접 참여했다. 

 

▲ 공개방송 촬영 중인 수강생 (사진: 수강생 제공)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빨강’. 서부캠퍼스 곳곳에 이미 트리를 비롯한 여러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설치되어 있던 터라 우리의 빨강 코드와 잘 맞아져 축제 분위기를

만든다.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지식과 경험을 팟캐스트, 영상 등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로 만들어봅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SNS 채널을 통해 확산하는 방법도 배웁니다.‘

 

강좌 소개 글에 매력을 느껴 수강신청 한 것이 3개월 전이다. 총 13회 차의 이 강좌는 김종혁(콜라보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강사의 이론 강의와, 곽수현(협동조합 청청

대표)강사의 실기로 진행되었다. 김종혁 강사는 1인 미디어 현황, 대안 미디어 이해, 소셜미디어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 최신 트렌드에 관하여, SNS 도구의 활용방법, 콘텐츠 기획 및 SNS 홍보전략 수립 등의 주제로 50+세대가 놓치기 쉬운 내용을 잘 짚어주었다.

 

서부캠퍼스 공유사무실에 입주하여 활동하는 곽수현 강사는 콘텐츠 기획 및 실습을 맡아 공개방송까지 추진하였다.

 

“1인 미디어라고 해서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자기 작품도 피드백을 통해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강사님의 말 그대로 수강생끼리의 ‘집단 지성의 힘’을 여러 번 경험하였다.

“글자 색이 좀 더 밝으면 좋겠어요”

“장면 전환 효과가 너무 많아 어지러워요”

“좀 더 친절한 안내 멘트가 들어가면 좋겠어요”

“손녀가 화면에 직접 나오면 어떨까요?”

 

자칫 “너무 좋아요”라는 영혼 없는 말로 끝날 수 평가를 피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조언해주었다. 이런 피드백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팀워크의 중요함을

느꼈다. 동영상 제작 기기 조작에 서툰 나는 다른 수강생에게 보충 지도를 받고 익혔다.

 

드디어 작품을 함께 보는 시간, 창경궁의 깊어가는 가을을 영상으로 표현한 ‘고궁의 가을’로 첫 문을 열었다. 다양한 제작 기법을 사용하여 고궁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제작자를 모시고 기획의도와 소감을 물었다. 이 토크 시간을 위해 다른 사회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준비하였는데 재미있었다.

 

강화의 석모도 풍광과 일몰을 담은 ‘산책길 이야기’는 함께 여행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팻 맘의 동물사랑’은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수강자의 작품이다. 서부캠퍼스에서 팻 관련 강의를 듣고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까지 딴 열혈파이시다.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합니다. 애완견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 ‘팻 맘의 동물사랑’ 동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사진: 수강생 제공)

 

 

서부캠퍼스 소속의 커뮤니티 ‘드림 워커’에서 활동 중인 수강자는 곧 무대에 올릴 작품의 홍보영상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낭독 뮤지컬 ‘21세기 콩쥐팥쥐’(12월 17일. 오후 5시/7시 서부캠퍼스 4층 두루두루 강당)의 역동적인 연습 장면과 경쾌한 배경 음악으로 효과적인 홍보영상을 선보였다.

 

마음 따뜻하게 다가온 동영상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구연’이다. “책으로 삶의 지혜를 많이 얻었기에 이제 막 세상을 향해 걸음을 떼는 손녀에게 귀에 익숙한 제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주고 싶어요. 이왕이면 좀 더 재미있게 들려주려고 동화구연지도사자격증을 얻기 위한 수업도 받고 있습니다. 몇 개 녹음을 해서 보내주었더니 밤마다 들으면서 잔다고 하네요. 시작은 한 꼬맹이를 위한 작은 걸음이지만 많은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할머니 유투버가 되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동화로 지혜롭게 커갈 손녀와, 유투버로 성장할 수강생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세대통합 프로젝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생기는 세대 간 갈등을 줄여보려고 애쓴 작품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구성이 돋보인다.

 

나의 작품은 ‘딸과 그 친구에게 주는 단호박라떼 레시피’이다. 자취를 하는 딸의 친구가 나의 단호박라떼를 맛보고는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다. 

적어 보냈지만 뭔가 미진하던 터에 동영상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에서 C급인 내가 칼질을 하고, 남편이 촬영기사로 동원되어 핸드폰으로 찍었다. 영상을 본 남자들이 “쉽네. 나도 만들어 봐야지~~”라는 피드백이 왔다. 내가 딱 원하던 바다.

 

혼자서 걸어가야 할 ‘1인 디지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길이지만 함께 모여 힘을 합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람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날이다.

   

“학생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 수강생들의 열정과 경험을 보고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는 강의시간이었습니다.

오늘 공개방송을 통해 ‘작지만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기쁩니다.“

 

어려운 PD를 맡고서도 물 흐르듯이 공개방송을 총지휘한 수강생의 소감이다.

   

“청년은 기기 조작 등 정보를 잘 다루지만 콘텐츠가 깊지 않습니다.

50+세대들은 각자의 삶을 꾸려온 분들이라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이 세대들과 협업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청년과 50+사이에 끼인 세대인 강사님의 말이다. 수강생 모두가 각자의 풍성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제작된 동영상을 유투브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공개방송을 진행한 사람들 (사진: 수강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