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행] 피렌체: 그것은 사랑 - That's Amore IV

꿈은 이루어진다 - 엄마 편

 

베키오다리 위에서: 피렌체가 밝아 온다

 

나는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를 피렌체로 잡았다.
일주일 이상을 머무를 것이므로 에어 비앤비로 숙소를 정했더니 집밥이 가능해졌다. 6인용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조리기구와 식기가 잘 갖추어진 주방이 있어서, 그동안 멀리 떨어져 지낸 딸에게 엄마의 밥을 해주고 싶었다.

숙소는 리카솔리가 두오모와 아카데미아 박물관 사이 중심에 있어서 다니기에 편했다. 난 매일 일찍부터 미술관을 찾았고 딸은 미술관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했다. 피렌체에는 미술관이 넘친다. 각자 관광을 마치면 시뇨리아 광장이나 베키오 다리 위에서 만나서 걷거나 식당을 들르기도 했다.

 
 

|난 나의 르네상스를 원했다

나에게 일주일간 피렌체의 생활은 버킷리스트의 첫째였다. 왜 하필 피렌체인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며 유럽 문화의 꽃인 피렌체는 인류문화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르네상스의 요람이다. Renaissance란 말은 재생(再生, rebirth)을 뜻한다. 1400년부터 1530년까지 130년 동안에 일어난 르네상스 운동의 근본은 고전의 재발견이며 또 하나는 유럽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십자군 전쟁 이후 1348년 페스트로 대재앙을 맞는다. 동시에 중세의 암흑시대가 끝나고 인문 과학 문학예술 전반을 걸쳐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다. 페트라르카(중세 시대의 시인)로부터 시작하여 단테, 보카치오로 이어진 인문 운동은 그리스 고전을 재해석하고 동시 인간 중심의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태리의 표준어는 로마어가 아닌 피렌체어인 까닭도 바로 인문학 르네상스가 이곳부터 시작한 때문이다.
 
르네상스는 발발부터 마지막까지 예술가나 예술작품을 대가 없이 후원한 피렌체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잘 실천한 지도자 메디치가와 또 사회구성원인 직공과 길드 중심의 시민들의 노력으로 피렌체는 인류문화의 꽃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영주 마리아 루이즈는 1743년 피렌체의 예술품을 밖으로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토스카니 왕국에 기증하였다. 오늘날 우피치 미술관이나 바르젤로 미술관 등에서 진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녀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놀이동산에 놀러와 환호하듯, 르네상스 운동의 심장부에서 진품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나의 1주일은 딸의 1년 파리 생활만큼 벅차다. 르네상스의 감흥이 내 안에서 살아나길 원했다. 이번 여행은 나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르네상스의 요람

그림이란 르네상스 이전엔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서 내용을 알려주는 교화 도구였다가, 다양한 기법의 발달로 회화 자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마사초가 완벽하게 수학적인 법칙으로 개발한 원근법과 선 원근법, 그리고 대기 원근법 등의 명암 기법이 발달했다. 그래서 그림을 사실처럼 보이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조각들을 부활시켜 소재로 삼았다. 르네상스는 보티첼리(1444~1510),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미켈란젤로 ( 1475~1564) 그리고 라파엘로 (1483~1520)의 거장들이 이끈 르네상스 회화는 라파엘로의 죽음으로 끝난다. 피렌체에는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두오모를 시작으로 도시 곳곳에 널리 건축물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조각들로 가득 채워 도시를 걷는 자체가 박물관이다.

 

피렌체는 어디서나 두오모가 보인다
 
 

|우피치미술관

메디치가의 베키오궁 앞의 시뇨리아 광장 오른쪽에 우피치 미술관이 있다. 직사각형의 3층 구조의 거대한 건물로 한때 메디치가의 집무실이었다. 이곳에는, 고전미술과 르네상스 미술 그리고 바로크미술 초기 시기의 중요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 밖엔 이태리의 유명 문인, 화가, 철학자 등이 조각되어 있어 미술관의 권위와 품격을 건물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다. 2,500여 점의 회화 작품과 고문서, 조각 작품까지 전시하고 있다. 오디오에 93개방의 회화 작품 내용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녹음된 해설이 있어서 한 번씩만 들으며 지나도 3시간 이상 걸린다. 많은 그림 중 몇 개를 올려본다. 3층엔 고딕화와 르네상스 회화가 전시되어있다.

 

시모네 마르티니 작 (1333 목판에 템페라) 수태고지-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그리스도의 잉태를 알려주고 있다.
중세 고딕 양식으로 화려한 황금빛으로 신성을 강조.
 
파올로작 산마르코의 전투: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구상한 모델이라는 일화가 있다.
그림은 당시 유행하던 원근법을 과하게 적용해서 다소 어색하다.

 

보티첼리의 그림이 전시실을 화사한 분위기로 바꾼다.
이전의 그림에선 못 보던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여신들의 벗은 모습이 그림에 등장한다.

 

보티첼리의 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리스 조각상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1484)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태고지 (1460~1480)
 

미켈란젤로의 성가족은 우피치 미술관에서 미켈란 젤로의 회화 작품으로는 유일하다.

 
여인의 등을 돌린 자세에서 해부학적인 사실적인 표현을 보게 된다.
 

르네상스 말기엔 전기 르네상스의 화풍을 이어가지만 기교를 많이 부리고 뒤틀린 기법으로 독창적인 매너리즘 화법이 등장한다. 파르미자니노의 긴 목의 성모나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모습은 고전적인 여신이라기보다는 세속적인 육감적인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타치아노작 우르비노의 비너스: 유혹하는 자태가 눈에 띈다. 색감이 아름답다.
 

메디치의 후원으로 피렌체에서 수학한 바로크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도 있다. 90~93호실은 당대의 풍운아 카라바조의 방이다. 그는 기이한 화법으로 시선을 끌고 대담한 수법으로 인간의 폭발하는 감정을 표현했다.

 
카라바조 작 - 메두사 (1596~1597): 캔버스 유화 목이 잘린 메두사의 공포와 절규가 느껴진다.
 
카르바조 - 이삭의 희생
 
 
 

|아카데미아 박물관

미켈란 젤로의 작품은 아카데미 미술관에서 만난다. 우선 입구로 들어가면 다비드 상이 보인다.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 궁전 앞에 서있는 모조품의 진품이다. 피렌체의 대표 건축물이 두오모라면 조각은 다비드다. 앞으로 미켈란 젤로의 노예 시리즈 작품들이 줄지어 있다. 바르젤로 미술관에 도나텔로의 다비드와 베로키오의 다비드가 있다. 도나텔로의 청동 다비드는 어린 소년 모습을 한 다비드가 골리얏을 무찌르고 그 머리를 밟고 서있는 작품이다. 도나텔로는 미켈란젤로 전까지 피렌체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더 무게감 있고 근육질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탄생하자, 피렌체의 주인공이 바뀌게 되었다. 심장의 박동까지도 느낄 수 있는 대가의 작품 앞에선 더 이상의 적수가 없었다.

왼쪽: 미켈란 젤로의 대리석 다비드와 | 오른쪽: 도나텔로의 청동 다비드
 
바르젤로 박물관 : 한때는 감옥이었던 이곳엔 도나텔로의 방이 따로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 작품과 도자기 그릇도 따로 전시되어 있다.
 
 

|두오모: 르네상스 건축

 
대성당과 돔을 완성한 브루넬레스키의 동상
 

1296년 캄비오가 건축을 시작해서 130년 뒤인 14436년 부루넬레스키가 돔을 완성하고 마무리되었다. 일찍이 피렌체의 장인이던 그는 성요한 세례당의 문을 제작하는 공모전에서 기베르티에게 밀려나자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로마로 여행을 떠났다. 고대 로마의 건축물을 연구하고 판테온에서 영감을 얻고 대형 돔을 건축했다. 성당 건너편 길가에 그 돔을 자랑스럽게 바라다보는 브루넬레스키의 동상이 있다.

 

성당 내부 천장: 저 그림을 돌아 지붕 위로 계단으로 올라간다.
 
두오모 박물관 안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은 아름다운 그림 같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의식 혼란, 어지럼증, 심하면 환각을 경험하는 현상이라 한다. 실제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한 정신적 혼란을 느껴서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누오바 병원에 실려온다고 한다.

나도 매일 미술관을 관람하다 보니 가슴이 뛰고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심신이 지치게 되었다. 너무 많은 예술품을 보고는 내가 알던 지식을 뛰어넘어 혼란을 느낀 것 같다. 그럴 땐 미술관이 아닌 길거리에서 도시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아름다운 패션 매장을 감상했다.

 

피렌체 길거리 예술가의 그림: 매일 아침 이렇게 그림을 그렸다가 지우고 사라진다.
 

30년이 지나서야 다시 와 본 예술의 고향 - 피렌체. 두오모를 지나서 로마행 기차를 타기 위해 노벨라 역을 향해 걸어가는데 딸이 부른다. 두오모가 보인다. 내게는 다시 못 볼 풍경이다.

 

숙소 옥상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두오모가 보인다.
 
베키오다리
 
피티 궁의 정원
 
두오모 지붕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도시
 
젤라또를 든 손 뒤로 두오모가 보인다.
 

 

정리: 기획홍보실 김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