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와 손주 정조가 거닐었던 길을 따라서 

 

“새로운 인생 2막의 시작! 둘레길 활동가 양성 과정”

북한산 둘레길에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 생태 교육을 하는 총 8회차 과정입니다. 5월 27일부터 7월 15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고 있으며, 오늘 6월 17일, 4회차에는 북한산 둘레길 7구간 옛성길을 올랐습니다.

 

도심 속 명소 북한산

북한산은 1998년 단위 면적당 탐방객 수가 가장 많은 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22곳 중 18곳을 차지하는 산악형 국립공원 중 한 곳입니다. 북한산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자랑하고 싶은 도심 속의 명소입니다. 최성혁 선생님이 전해주시는 역사 속 사람과 나무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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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북한산 둘레길을 알리는 주황색 리본, (우) 지금은 누군가의 집.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7구간 옛성길 입구

구기동 버스정류장에서 만나서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면, 북한산 둘레길 표지판과 주황색 리본을 볼 수 있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둘레길 초입 커다란 저택 대문 앞에 모여서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듣습니다. 말씀 중에 “비중이 제일 낮고 가볍게 이 집의 문이 열리는 것을 처음 본다”라는 말씀에 일정과 관련 없는 이 집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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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7구간 옛성길 입구, (우) 신갈나무.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참’나무 이야기

산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나무는 참나무 6형제입니다. 참나무 이름의 유래를 알아볼까요? 잎사귀가 커서 예전에 떡을 쌓았다고 떡갈나무, 신발 바닥에 깔고 다녔다고 신갈나무, 제일 늦게까지 잎이 남아 있는 갈참나무, 화전민들이 굴피집을 짓는 데 사용했다는 굴참나무, 피난길 입맛을 잃은 선조에게 열매인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올렸더니 입맛을 사로잡아 수시로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 해서 상수리나무까지.

 

모두 참나무라고 합니다. ‘참’은 ‘진짜’라는 뜻입니다. 옛날에 참나무는 멀리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마을에 풍년이 들면, 도토리 열매가 적게 열리고, 반대로 흉년이면 열매가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참나무는 굶주린 백성의 식량으로, 집을 만드는 재료로, 음식의 재료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였으니, ‘참’에는 고마움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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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탕춘대성의 유래, (우) 탕춘대성 안길.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탕춘대성

능선이 시작되는 탕춘대성은 연산군이 여흥을 즐겼던 탕춘대가 세검정에 있었기 때문에 탕춘대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인조 때 남한산성에서 삼전도의 굴욕(인조는 청 태종에게 3번의 큰절과 9번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항복함) 이후 청나라는 조선은 어떤 경우에도 도성을 쌓거나 보수하지 말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쌓았던 성벽이 허물어지고, 무너지자 숙종은 청의 명령을 무시하고, 외적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성벽을 개축·복원하였고, 성벽 안쪽에는 통로를 확보하였습니다. 이제 임금은 유사시 북한산성에 위치한 행궁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원 후 숙종은 어린 영조와 함께 나란히 걸었습니다. 임금의 상념은 어린 영조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60년 후에 할아버지 영조와 어린 정조가 그 길 다시 걷습니다. 잡은 손이 무거운 영조의 짐을 대신합니다.

 

1·21 사태

1968년 1월 21일 세검정고개의 창의문에서 무장공비들과 경찰의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무장공비 31명 중 29명은 사살되었고, 한 명은 북으로 탈출, 나머지 한 명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김신조입니다. 이 사건이 1·21 사태입니다. 사건 후 북한산 일부 구간의 통행이 제한된 것은 물론 우이령처럼 김신조와 관계없는 곳도 영향이 미쳤습니다. 또, 사건 이후부터 주민등록증이 생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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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 사태 설명에 집중하는 사람들, (우) 오늘을 기억. ⓒ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소소한 마을 여행” 

북한산은 백제의 한성, 조선의 한양, 대한민국의 서울의 역사를 함께 겪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4구간에는 구석구석 사람과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출발 전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의 집, 백성의 굶주림을 걱정하는 나무와 그에 화답하는 ‘참’이라는 이름, 조선시대 숙종과 영조, 영조와 정조, 반공시대의 무장공비 김신조,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를 만났습니다.

 

장소에는 사람과 역사, 사람의 기억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그날이 생생해집니다. 과거 사람을 만나고 헤아리게 됩니다. 역사는 장소에 흔적을 남깁니다.

 

 

50+시민기자단 우은주 기자 (wej25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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