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캠퍼스 ‘홀로욜로학교: 요리의 기술’로 따뜻해진 주방 

 

라면만 먹었다. 3일 동안.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 분)가 먹던 군만두가 생각났다. 1인분은 배달이 어려워 2인분을 시켰다. 마침 TV에서 배달음식 전문점의 위생 점검을 보도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집밥이 먹고 싶어진다. 요리를 배우자! 결심하는 순간이다. 막연하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 주방은 설거지하는 곳이란 누적된 경험. 그러니 만들 줄 아는 음식이 라면뿐이다. 갈치조림, 매운 등갈비, 두루치기, 숙주나물무침을 만들어 먹고 싶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 나는 길을 찾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칸트의 질문이다. ‘검색을 할 수 있고 수강 신청해서 요리를 배울 수 있다’가 답이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가 제일 먼저 좋은 주방 공간과 시설을 만들었다. 서부캠퍼스 ‘모두의 부엌’ 요리 강좌를 검색했다. 나 혼자,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인 ‘홀로욜로학교: 요리의 기술’. 제목이 마음에 든다. 만능소스편 4회차 수업과 한상차림편 4회차 프로그램 등이 있다. 걸었던 길이 아니다. 낯선데 흥미롭다. 집밥을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만들어 맛있게 먹으며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삶을 하루로 계산할 때 오전에는 비전과 미션 목표가 주어졌다. 50+인 지금, 환경이 바뀐 오후다. 더 이상 주어지는 게 없다. 본인이 모든 걸 제시하고 행동하고 평가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 서울시50플러스가 지도를 만들어 놓았다. 서부캠퍼스의 ‘가정 주방 요리 기술 전수 강좌’인 홀로욜로학교: 요리의 기술 강좌를 따라 걷기로 했다. ‘집밥의 어려움에서 누구라도 독립할 수 있는 그 날을 꿈꾼다’라는 김정은 요리 선생의 모토가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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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욜로학교: 요리의 기술 만능소스 1회차 수업 중.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맛있는 삶의 이야기, 홀로욜로학교 요리의 기술

 

시작은 항상 힘들다. 자전거 타기를 생각해보자. 자전거 타는 법을 처음 배울 때 균형 잡고 바퀴를 앞으로 굴려 가기가 어렵다. 용기와 격려 그리고 자전거를 뒤에서 균형을 잡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요리의 시작 또한 같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만든 음식이 맛있기 위해 조리법을 배워야 한다. 뒤에서 조리 방법의 잘못을 잡아주는 전문가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풍부한 경험이 있는 강사가 뒤에 있다. 주부 경력 30년 차의 내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무려 3배 이상의 기간 동안 학습한 능력자다. 그래서 어렵지 않다. 쉽게 알려준다. 주눅 들지 않는다.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행동하자. 날고 싶으면 날개를 가져라!

 

배우자.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게 없다. 주방이 따듯한 건 내가 나 자신과 당신을 위해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 아닐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요리 재료로 맛있는 한 끼의 밥상을 만들어 본다. 스스럼없이 수강생들은 2인 1조가 되어 배운 것을 실습한다. 깊은 맛을 내는 기술은 양손 놓고 타는 자전거처럼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뿐이다.

 

배운 조리법을 집에 와서 복기(?)한다. 어설픈 음식인데 아내가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과 맛있다고 감탄하는 것은 다르다. 그럼에도 즐겁다. 아내가 약속이 있어 외출할 때 필자가 집에 있으면 끼니를 걱정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밥을 얻어먹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요리 만들 생각에 즐겁게 놀다 오시라 필자가 아내를 떠민다. 세월은 변하고 그 속에서 나도 변하고 우리도 변한다. 물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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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능소스에서 배운 ‘고추장소스’로 지인과 등갈비찜을 먹으려 준비 중.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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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운 조리법을 따라 하는 필자. Ⓒ 김조영 요리 보조강사

 

아쉬운 건 있다. 아이들은 여전히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해 필자가 만든 음식 맛을 보지 않는다. 눈길로 맛을 아는 실력자다. 더 내공을 쌓아야 한다.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강의 횟수가 적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또 다른 아쉬움이 해소되길 바란다.

 

2022년. 모든 것들을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며 느끼는 중이다. 배운 요리 프로그램의 복습도 열심이다. 예전과 달라진 자세다. 할 줄 아는 게 라면에 계란 하나 넣어 끓이기가 전부였던 필자다. 두루치기, 등갈비찜은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학습한 ‘만능소스’가 있어 가능하다. 차돌박이에 숙주나물 볶음은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은 요리 선생의 끊어지지 않는 24시간 원격 강습(?) 덕이다. 그래도 더 배워서 잔근육을 키우고 싶다. 아이들이 음미할 음식을 만드는 그 날까지.

 

뜨거운 열정으로 만드는 ‘요리 앱’과 요리 수강생 ‘모두의 파티’가 기다린다

 

홀로욜로학교 요리 수업 시간에 메모를 열심히 하고 사진도 찍던 임건실 선생이 4회차 수업을 마친 뒤 필자에게 ‘앱’을 만드는 중이었다고 한다. 8회차 수업이었으면 제작 중인 요리 관련 ‘앱’을 완성해 학습 동기들이 활용할 수 있었단다. 그간 배운 요리 재료와 조리법, 조리 중간과정과 완성된 음식 사진이 들어있는 앱을 봤다. 미완의 ‘앱’이 조만간 잘 만들어져 ‘요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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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눠준 조리법 자료에 맞춰 조리 시범을 보이는 김정은 선생.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아쉬움이 남는 짧은 4회차 요리 강좌가 두 번 끝났다. 그간의 요리 강좌를 함께한 선생들 근황이 궁금하다. 어찌 지낼까? 조리 실력은 많이 늘었을까?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전선영 선임이 하반기에 가슴 따듯한 사업을 검토 중에 있단다. 요리과정의 수강생들 모두가 참여하는 동창회 같은 프로그램이면 좋겠다. 소식을 알 수 없던 요리 동기생을 만나는 공간, 많이 고마워할 일이다. 전선영 선임과 김정은 선생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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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미팅 중인 전선영 선임과 김정은 선생.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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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2019년 9월 ‘홀로욜로학교Ⅰ: 요리의 기술-함께 차려보는 식탁’ 수강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진촬영 봉사를 하기도 했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오늘은 나를 위해, 내일은 당신을 위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게 자신의 식탁 차림이다. 소중하게 여겨야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다. 음식을 만들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홀로욜로학교 요리 강좌 덕에 필자의 집 주방이 따뜻해졌다. 의자처럼 편하게 기대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아내와 남편, 부부 사이에만 가능하다고 이철수 작가는 말한다.

 

당신에게 기대어 살 수 있어 행운이라는 마음으로 저녁에 요리 하나 만들어야 하겠다. 이제는 내가 받아만 오던 일상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내어줄 수 있는 요리 기술 하나를 배우고 있다. 맛있는 집밥, 내가 맛있게 먹고, 아내가 폼나게 먹을 수 있으면 행복 아닌가! 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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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욜로학교 한상차림편 4회차 ‘홈파티 기분요리: 별별 스테이크와 샹그리아’ 수업 후 김정은 선생과 수강생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kis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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