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태숙 다정리협동조합 이사장

출산 후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 돼

여성인력개발센터 통해 정리수납자격증 취득, 다시 일 시작해

협동조합만들 때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도움받아

사진=정혜선


경력단절은 언제부턴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 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857만8,000명 중 150만6,000명이 경력단절여성이다. 경력단절여성의 증가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부차원에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대표적이다. 두 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직업상담뿐 아니라 직업교육, 인턴십, 취창업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때 경력단절여성이었던 방태숙(50) 다정리협동조합 이사장도 이 센터를 통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 방 이사장은 39살에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레 경력이 단절됐다. 경력이 단절되기 전 그는 주얼리 공방을 운영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주얼리 공부를 하고 돌아와 어렵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출산 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경력이 단절된 지 6년쯤 됐을 때, 다시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공분야로의 재취업은 더욱 어려웠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며 일을 찾던 중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하는 정리수납2급 과정을 알게 돼 도전하게 됐고, 그게 인생 두 번째 직업이 됐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다양한 자격증을 따며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방태숙 다정리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정리수납 관련 일을 하는 방태숙이라고 한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4월부터 워킹맘, 워킹대디, 한부모가정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공모사업인 일생활주거공간개선사업이 시작돼 바쁘게 보내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매주 월요일마다 마음맞는 사람들과 모여 공부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봉사활동도 다닌다.”

- 정부 공모사업에 지원해 활동하고 있는 건가.

“맞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업을 맞게 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의 170가구가 대상이다. 4월부터 12월까지 이 일을 하다 보니 1~3월이 가장 여유롭다. 그때는 그동안 하지 못한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며 시간을 보낸다.”

- 다정리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

“정리수납일에 뜻을 둔 조합원 17명이 출자금을 내고 만든 협동조합이다. 이름처럼 정리수납을 본업으로 한다. 올해는 정리수납관련 전문가 및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다시 일을 하고 싶어 찾던 중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하는 정리수납자격증 2급 취득 지원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곳을 통해 정리수납자격증을 취득 후 배운 대로 집을 정리해보니 잘되더라. 1급 자격증을 취득해 강사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정리수납 1급 과정이 개설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담당자가 1급 자격증 취득 후 협동조합을 창업해보라는 제안을 하더라.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협동조합을 구성할 때,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나.

“협동조합을 만들 때,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한데 그런 부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나서도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사진=다정리협동조합


-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일과 관련된 어려움과 협동조합 내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일과 관련된 어려움은 가정에 방문해 정리수납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과 만나게 된다. 좋은 고객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들도 있어 대처하는 게 쉽지 않더라. 처음 겪는 일이라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이제 5년 차에 접어들면서 고객 응대도 늘었다.”

- 협동조합 내에서의 어려움은 뭐였나.

“조합원과 회원을 포함해 30명이 함께 일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더라. 사이가 안좋아지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그만두는 분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소한 것도 모두 공유하려 한다. 그리고 관계 회복을 위한 워크샵을 가기도 한다. 사실 3월 초에도 한 번 다녀왔다(웃음).”

- 경력단절여성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다시 일을 하게 됐나.

“3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해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당시 주얼리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병원으로부터 노산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정리했다. 그렇게 6년을 육아만 하며 보내다 다시 일하고 싶어 알아보니 재취업이 쉽지 않더라.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란 생각에 계속 찾아봤다. 그러다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알게 된 거다. 그곳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정리수납이 눈에 들어왔다.”

- 일을 시작하고 가장 좋았던 점은.

“일을 시작하니 삶의 활력이 생기더라. 일단 집에 있으면 자신을 가꾸지 않게 되는데, 일하면 옷을 차려입고 화장도 해야 하니까 젊어진 기분이 들어 좋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고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혼하기 위해 별거 중인 가정,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가정 등 다양한 가정이 있는데, 일하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고객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이 일이 집만 정리해주는 게 아니라 때로는 고객의 마음까지 풀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 다정리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인가.

“일단 공모사업은 경기도 시흥에서만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정리수납 의뢰가 들어 올 경우엔 지역과 상관없이 간다.”

- 한 달에 평균 몇 건의 정리수납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협동조합의 한 달 스케줄은 다 짜여 있는 상태다. 1인당 건수를 살펴보면 한 달 평균 16건 정도 한다. 월요일은 함께 모여 공부하는 날로 일이 없다.”

- 보통 정리수납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

“6명이 한 팀으로 일한다. 그 6명은 다시 2인 1조로 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주방 2명, 안방 2명, 화장실 2명 이런 식으로 나눈다. 일은 보통 9시에 시작해 4시에 끝난다.”

- 한 달 평균 월급이 궁금하다.

“조합원과 회원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월평균 180만원 정도 받는다.”

- 창업 후 3년째 되던 해 코로나19가 발생했는데, 큰 영향은 없었나.

“큰 영향은 없었다. 정리수납이 대면으로 이뤄져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도 있었다. 그런 고객들은 취소하기도 했는데, 정리수납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 큰 문제는 없었다. 우리도 일할 때 마스크를 쓰는 등 방역을 철저히 지켰다.”

-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재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곳에 가서 먼저 직업 상담을 받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혹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시작하면 길이 보인다. 특히 요새는 자격증이 있으면 관련 분야에 취업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격증을 따서 도전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다정리협동조합의 올해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협동조합이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는 게 목표다. 그래서 올해는 그 길로 가는 과정 중 하나인 예비사회적협동조합을 신청하려고 자격 조건을 알아보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