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주어진 여유시간에 뭘 하며 지낼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 되는데 무슨 고민일까 싶지만, 놀랍게도 인생을 5,60년 살았는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평생 먹고 사느라 바쁘게 지내다보니 노는 방법을 모르고, 취미가 없어서 은퇴 후 시간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는 이유에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고민해보자. ‘나는 뭘 할 때 가장 즐겁고 뭘 잘 하는가? 그리고 취미로 삼을 만한 것을 찾아내면 은퇴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글. 안경숙(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취미를 발견하는 방법은?

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안창수 씨는 은퇴 후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서 화가가 되었다.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화실을 운영하는 친구 덕분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운영하는 화실에 놀러갔다가 닭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친구가 그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계속해보기를 권했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그를 60세 넘어 화가로 만들었고, 그림이 팔리는 뿌듯함도 느끼게 해줬다. 한 씨도 이 재능을 찾기 전에는 학원이나 센터를 다니며 이것저것 배워보았다고 하면서 ‘취미를 발견하는 방법’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지만 생활에 쫓겨 못한 것을 시도해본다. 둘째, 남들이 보고 잘 한다고 말해주는 것을 즐겨본다. 셋째, 학원이나 센터 등을 다니며 다양하게 배워보고 끌리는 것을 취미로 만든다. 이 방법을 따르면 누구나 취미 한가지씩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취미를 가지면 좋은 점은?

우선 심심하지 않다. 그리고 산이든, 골프장이든, 화실이든 갈 곳이 생긴다. 취미를 연결고리로 사람을 사귈 수 있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남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게 돼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돈이 생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하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들게 되어 점점 전문가가 되는 단계로 진입한다. 가슴속에서 새로운 열정이 솟아오르고 더욱 신나는 제2의 인생을 맞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좀 더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힘든 순간들도 있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면 더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마니아들은 강조한다.

나에게 맞는 취미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각종 조사에서 보면 우리나라 성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전통적 취미는 골프나 사이클, 등산, 여행이지만 최근에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점점 다양한 취미들을 즐기고 있다. 특히 ‘나는 별 취미가 없어’ 하던 사람들이 평소에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하던 것을 취미로 발전시켜 즐기고 있다.

걷고 달리고 여행하기 같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기록을 하거나 다른 테마와 연결하면 더 근사한 취미가 된다. 배우 하정우처럼 ‘걷는 사람’이라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걷는 이야기로 책을 쓰기도 한다. 좋아하는 문학가나 작품의 배경을 찾아 여행을 하면 문학기행이 된다. 미술기행, 카페기행, 빵집순례, 도서관기행 등 즐기는 것들을 여행과 결합하면 무궁무진한 취미활동이 가능하다.

은퇴자들은 ‘시간’이라는 무기를 활용하여 SNS와 함께 하는 생활로 단순한 일상을 얼마든지 근사한 취미로 변신시킬 수 있다. 쇼핑을 즐기면 ‘의상 코디네이터’,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면 ‘식물 테라피 전문가’, 재봉하는 것이 취미라면 ‘리폼 전문가’로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돈도 벌 수 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니 좋아 보여 따라하는 취미생활은 오래 즐길 수가 없다. 성향이 정적인 사람과 동적인 사람은 즐기는 취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교류를 위해 억지로 함께 모여서 하는 취미 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사귀는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럽다. 그런 성향은 조용히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즐기면 된다. 혼자 하더라도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과 정보도 나누고 교류가 가능하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성향이 다른데 부부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억지로 같은 취미활동을 하다가 오히려 서로 부담스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각자 따로 취미 활동을 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해주면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같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부부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있어야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을까?

은퇴 후에 모든 사람이 골프 치고 요트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취미생활을 위해 노후자금을 든든하게 마련하면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겠지만 돈이 없다고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취미생활은 돈보다는 시간과 열정만 있어도 된다. 거기에 호기심과 용기를 더 한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모두 취미가 될 수 있다.

경제적 여건이나 가족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자기만의 취미를 즐기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저자인 와카미야 마사코는 82세 할머니로 시니어용 컴퓨터 게임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녀가 노후에 컴퓨터를 배운 것은 부모님 돌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60대 초반에 직장에서 은퇴하며 집에서 부모님을 돌보며 사람들과 수다를 떨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컴퓨터를 배워 시니어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때 디지털 세상에 매료되어 게임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모든 일은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있다. 언제라도 삶을 즐기기 위해서 호기심과 재미를 추구하다보면 어두운 면이 밝은 면으로 바뀌게 된다.

기본적으로 취미는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게 즐기면 되지만, 은퇴 후 취미활동을 하면서 사람도 사귈 수 있고, 정신과 신체의 건강도 유지하며, 사회를 위해 보람 있는 일도 하게 된다. 제2의 인생에서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즐거운 취미로 채우면 누구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