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직자라 할지라도 퇴직 후 재취업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재취업을 한다 해도 새로운 직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근무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가 일본에서 시도되고 있어 소개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대기업에서 정년퇴직 또는 조기퇴직 하기 전의 중장년 직원들을 지방의 중소기업에 자리를 알선해주는 제도가 호평을 받고 있다. 파견ㆍ연수의 형태로 지방기업에서 근무하게 하는 제도이다. 파나소닉, 아사히, 카세이 등 적어도 약 30개 정도의 회사가 제도를 도입하였고, 마루베니와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등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축적된 전문성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의 중장년 인력,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의 인재를 확보하려는 지방기업 쌍방 모두에게 잠재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이 합의하면 파견기간이 끝난 후 지방기업으로 전직하는 것도 고려한다.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면 "대기업에서 지방 중소기업으로"가 인력이동 흐름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주로 50세 전후의 중년 사원을 염두에 두고, 지방 기업에 파견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인사제도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 근무 등의 경험이 풍부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루베니의 정년은 60세, 재고용 제도는 65세까지다. '인생 100세 시대'의 두 번째 경력을 고려할 경우, 빠른 시기에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 또한, 부모의 병간호를 위해 자기 고향 지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직원도 있다.

 

"관심 있다"가 절반

대기업직원의 입장에서도 갑자기 전직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크고, 중소기업의 경영자도 능력과 적성을 잘 모르는 사람을 고용하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파견이나 연수라는 ‘시험기간’을 마련하여 서로 이러한 전직과 고용에 따른 위험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쌍방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전직 여건을 조성한다.

미즈호 금융그룹도 파견근무 제도를 검토 중이다. 금융에 정통한 인재를 찾고 있는 벤처기업 등이 지방에 많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룹의 전반적인 효율화 추진과 아울러 미래에 지방에서 은행원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적합한 일자리가 될만한 것들을 찾고 있다.

지방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하여 도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높다. 인재 파견 회사인 일본 인재기구가 도쿄에서 일하는 35~65세의 관리직 약 1600명에게, 지방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관심이 있다”가 절반을 넘었다.

 

지방 인력난 보완

한편, 지방기업의 인력난은 도쿄 등 대도시보다 더욱 심각하다. 가뜩이나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젊은 인력은 도쿄 등 대도시를 선호한다. 인구감소로 지역 경제의 구조적인 침체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규사업 등을 위한 구조개혁을 하려고 해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인재가 부족하다. 따라서, 전문성이 높고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의 인재를 원하는 지방중소기업은 많다.

사가 시에서 반도체 관련 부품가공을 하는 나카지마 제작소는 대기업 전기 메이커에서 품질관리에 정통한 50대 개발인력의 파견을 몇 년 전에 받아들였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인 규슈에서 일하는 것을 희망한 사람인데, 나카지마 사장은 "이 직원은 원가의식도 높고 모범이 되고 있다.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함께 일하고 ​​싶다"며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대거 채용한 직원에게 개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규모 조직에 묻힌 인재가 지방기업에서 활약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2016년부터 대기업 인재의 지방으로의 전직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대기업과 협정을 맺고, 지방기업에 대기업의 인재파견을 중개한다. 지역 금융 기관이나 제조업 출신이 쌍방과 면접하고, 매칭을 도와주는 구조다. 소니와 아사히 카세이, 무라타 제작소, 코니카 미놀타 등 대기업 33개 사가 참가하고 있다. 지방 기업의 관심도 높아, 45개 도부현(都府縣)에 있는 창구에 2018년 5월까지 누계 2만 4천 건 이상의 상담이 있었고, 지금까지 약 3300명이 전직했다. 앞으로는 지방창생(地方創生)의 교부금을 활용해 지방으로 전직할 때의 급여 감소분을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파견근무가 단순히 대기업 구조조정의 수단이 되어 버리면, 이러한 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느낀 인재가 지방기업으로 전직하게 되면 쌍방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파견자, 그리고 파견자를 받아들이는 중소기업이 충분히 논의하여, 해당 인재에게서 원하는 능력이나 기대하는 역할을 명확히 한 후 파견할 필요가 있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면서, 65세를 넘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들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안으로서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장년 인력이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구하기가 어려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인력 불균형을 해결하는 좋은 방안의 하나라 생각한다.

 

출처: www.nikkei.com